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06.03 16:18

ℓ당 841원 부과하면 국산맥주 역차별 문제 해소…고품질 탁주 출시도 늘 수 있어
조세재정연구원, ‘주류 과세 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서 3가지 시나리오 제시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가 50년 만에 주세 개편에 나선 가운데 맥주가 종량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소주는 현행 종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종가세는 제조 원가나 수입가 등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며 종량세는 리터, 알코올 농도 등 물량 단위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주류 과세 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날 제시한 시나리오는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식, 맥주와 막걸리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식, 모든 주종에 종량세를 전면 도입하되 맥주·막걸리 이외의 주종은 시행을 유예하는 방식 등이다.

조세연의 모든 시나리오에 맥주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현재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간 과세표준이 달라 국산 맥주의 가격경쟁력이 수입맥주보다 못한 실정이다. 국산 맥주에는 생산 원가에 판매관리비, 이윤 등이 포함돼 있으나 수입 맥주에는 수입 신고가만 있고 판관비, 이윤 등이 빠져있다.

조세연은 맥주 주세를 종량세로 전환해 리터(ℓ)당 840.62원으로 적용하면 이 같은 역차별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경우 국산 맥주의 주세 납부세액은 현행 856.52원 대비 1.80%, 전체 세 부담은 1.64% 감소하게 된다. 

이처럼 맥주가 종량세로 개편되면 수입 맥주 가운데 고가는 세 부담이 하락하나 저가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조세연은 브랜드 간, 유통업태 간 경쟁 등에 따라 ‘4캔에 1만원’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생맥주의 경우 최종 소비자 부담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조세연은 생맥주에 대해 한시적인 세율 인하 등 가격 인상 억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맥주와 함께 종량세로 전환할 수 있는 주종으로 꼽힌 막걸리에는 리터당 40.44원을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조세연은 “탁주는 교육세를 부과하지 않고 주세 및 제세금 비율이 낮아 종량세 전환에 큰 부담이 없다”며 “상대적으로 고급 원료를 사용한 고품질 탁주 출시가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조세연은 맥주와 막걸리를 종량세로 전환하되 이를 제외한 나머지 주종의 전환은 5년 간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조세연은 “전격적인 종량세 전환은 업계와 소비자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주는 현행 종가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소주의 경우 위스키가 같은 증류주로 분류돼 있다. 이에 종량세로 전환하면 일부 고가 위스키의 세금이 더 낮아질 수 있다. 또 소주만 종량세로 바꿀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소지도 있다.

한편,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맥주 업계는 대체적으로 종량세 개편에 찬성하나 소주, 약주, 청주, 증류주, 과실주 업체는 제조, 유통, 판매 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우려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달 안으로 주세 개편안 최종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달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5월 초 발표키로 한 주세 개편안이 업계와의 이견 조율로 늦어지고 있다”며 “술값에 변동이 없도록 하겠다는 전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