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6.07 15:15

민주당 "편협한 이념의 틀 벗어나 헌신과 희생 기려야"
한국당 "김일성 최고 훈장 받은 김원봉에게 '국군의 뿌리'라니"
바른미래당 "6.25전쟁 가해자에 버금가는 이를 칭송하는 건 이해 안가"
평화당 "역사의 공과는 있는 그대로 평가하면 되는 것"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이 7일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호국영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져버렸다"고 비판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7일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호국영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져버렸다"고 비판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도사에서 거론한 '김원봉 발언'과 관련해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 각 정당이 '이념'을 매개로 2:2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문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 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며 "그 힘으로 1943년, 영국군과 함께 인도-버마 전선에서 일본군과 맞서 싸웠고 1945년에는 미국 전략정보국(OSS)과 함께 국내 진공 작전을 준비하던 중 광복을 맞았다"고 했다. 이어 "김구 선생은 광복군의 국내 진공 작전이 이뤄지기 전에 일제가 항복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면서 "그러나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 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말은 역사적 사실이며 광복군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며 "약산 김원봉의 월북 이후 행적을 끌어들여, 광복군 운동 자체를 색깔론으로 덧칠하는 일이야말로 역사 왜곡"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 최고의 독립투사조차 포용하지 못했던 뼈아픈 배척의 역사를 이제 뛰어넘을 때가 됐다"며 "편협한 이념의 틀을 벗어나 이 나라의 오늘을 이루고 있는 모든 헌신과 희생에 대해 있는 그대로 기리고 되새기는 것이 그 시작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은 7일 논평을 내어 민주당과 유사한 맥락으로 '김원봉 발언'을 다뤘다. "약산 김원봉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지하는 것이 옳다"며 "지나치게 김원봉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오게 되면 국론만 분열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의 영역에서 의열단장으로서 독립운동의 선봉에 섰던 약산 김원봉과 북한정권 수립에 기여했고 6.25 때 공로로 훈장을 받은 친북인사 김원봉은 같은 인물이지만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이처럼 우리 현대사의 비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파란만장했던 김원봉의 삶을 오늘의 좁은 정파적 시각으로 해석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의 공과는 있는 그대로 평가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십자포화를 쏟아부었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이 현충일에는 북한정권 수립의 공훈자, 6.25 전쟁 중 대한민국 국군을 많이 죽인 대가로 김일성 최고 훈장을 받은 김원봉을 두고 '국군의 뿌리'라고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도대체 대통령이 의도한 바가 무엇이냐"며 "대통령의 발언은 대한민국 정체성 파괴 '역사 덧칠하기' 작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나만 옳고, 남은 그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 분열 갈등유발이 도를 넘어섰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올해 4월 1일 국가보훈처가 주최한 김원봉 서훈 토론회 자료집 17페이지에는 김원봉이 6.25 전쟁에서 공을 세워 훈장을 받았다는 노동신문 1952년 3월 19일자 보도가 버젓이 실려 있다"면서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 주소"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의 존재 자체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국가의 부름을 받고 자유대한민국을 지킨 유공자와 그 가족들에게 너무도 가혹한 고문이 되고 있다"고 일갈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이날 한국당과 궤를 같이하는 논평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호국영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져버렸다"며 "국민들은 경제가 위기라고 걱정하고 시름이 깊은데 대통령은 정작 때 아닌 ‘이념 전쟁’에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어떻게 6.25전쟁에서 죽어간 넋들의 수많은 무덤을 앞에 놓고, 6.25전쟁의 가해자에 버금가는 이를 역사까지 설명하며 추켜세우고 칭송할 수 있는 건지 국민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는 호국영령에 대한 모독이고 국민에 대한 도발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특히 "애국 앞에 보수 진보가 없다며 '통합된 사회'를 말했지만 결국 이것은 대통령의 일방적인 주장을 위한 기만이었다"며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을 듣고 대통령이 분열의 대통령이 아닌 통합의 대통령으로 일신하려는 것인가 착각을 했고 반색을 했다. 뜯어보니 그게 아니었고 오히려 정반대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통합은 상대를 아우를 때 하는 말이지 자신의 일방적 주장을 포장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들은 속았고, 대통령은 말의 무게와 신뢰를 잃었으며 국민 분열을 스스로 자임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은 국민의 실망에 대답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대통령은 호국영령과 유가족에게 정중히 사과를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약산 김원봉'은 독립운동가이자 북한의 정치가로서 '의열단'을 조직해 국내의 일제 수탈 기관 파괴, 요인암살 등 무정부주의적 투쟁을 했다. 이후, 광복군 부사령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무위원 및 군무부장을 지냈고, 1948년 남북협상 때 월북하여 노동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1958년 11월 김일성이 옌안파(延安派) 제거작업을 할 때 숙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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