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19.06.07 17:24

환경부장관 사과·유출자료 공개 요구…특조위에도 환경부 등 조사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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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부처 기밀자료를 넘긴 모 서기관과 환경부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특조위의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습기넷은 7일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환경부에서 피해구제 업무를 맡았던 'ㅊ 서기관'이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 가해기업에 부처의 기밀자료를 전달해 대기발령 조치된 것과 관련해 환경부 등에 대한 검찰 수사와 특조위 조사를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습기넷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01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원인이 드러난 뒤 피해자들은 그동안 정부를 향해 '판정기준 완화, 전신질환 인정, 피해단계 구분 철폐, 입증책임 전환' 등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며 "그러나 환경부는 늘 '연구 중', '고려 중', '협의 중' 이라는 무성의한 답변으로 회피해왔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정부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 환경부가 요구하는 서류들을 준비하려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많은 돈과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밝혔다.

심지어 가습기살균제를 처음 산 영수증까지 내놓으라는 환경부의 어처구니 없는 요구에도 아픈 몸과 마음을 이끌고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 동분서주해왔으나 대다수 피해자들은 가습기살균제 사용 연관 '가능성 적음', '가능성 없음'으로 3·4단계 판정을 받으며 사실상 정부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5일 환경부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부서 기밀 자료들을 넘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ㅊ 서기관'을 대기발령 조치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ㅊ 서기관'은 2016년 정부 내 가습기살균제 대응 태스크포스에서 피해구제 대책반원으로 일을 시작해 올해 2월 담당과장으로 승진까지 했다. 옥시,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의 가해기업 임직원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서 기소돼 지난해 1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이뤄진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이때 가습기메이트를 제조 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앞선 기업들과 다른 원료물질인 CMIT-MIT로 만들어진 제품을 팔았고, 이 물질의 인체 유해성이 입장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피해갔다.

지난 2016년 8월 8일 가습기넷이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고발했음에도 이들 기업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기소중지되면서 사실상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

피해자들과 가습기넷이 지난해 11월 27일 다시 고발한 뒤에야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최근 들어 가해기업 임직원들이 겨우 구속 또는 기소돼 속속 재판을 받게 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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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넷 법률지원단 강성신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습기넷은 "검찰은 하루빨리 환경부에 대해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아울러 특조위에서도 환경부 등 정부 책임과 함께 참사를 축소 은폐하거나 그 해결을 방해한 불법행위들에 대해 하루빨리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ㅊ 서기관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어떤 기밀자료들을 언제 어떻게 넘겼는지, 그 대가로 무엇을 얼마나 받았는지, 환경부 내 윗선을 비롯한 다른 관련자들은 없는지 낱낱이 수사해 징계 수준을 넘어 반드시 형사처벌해야 한다"며 "특히 문제의 브로커가 특조위, 환경부, 국회 등의 누구와 어느 선까지 어떤 내용과 사유로 접촉했는지, 그 결과 애경산업 등 살인기업들이 어떤 이익을 얻었는지, 그 대가로 무엇을 얼마나 받았는지 등을 철저히 수사해 엄벌해주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ㅊ 서기관만의 일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환경부 장관은 이 사태에 대해 피해자들과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공식 사과해야 하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ㅊ 서기관이 살인기업들에게 넘긴 기밀자료들이 무엇인지 피해자들에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습기넷은 "오늘 기준으로 6444명의 피해자, 이 가운데 141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신고한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참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라며 "평생 짊어져야 할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하는 피해자들에는 하루하루가 늘 생사의 갈림길이며 그나마도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과 특조위의 철저한 조사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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