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6.10 11:32

고대의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조경환 교수

조경환 교수
조경환 교수

달고 짠 음식이 변비를 유발한다? 많은 사람들이 섬유질과 변비와의 관계는 잘 알고 있지만, 달고 짜게 먹는 습관이 변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다. 초콜릿이나 과자, 설탕과 같은 ‘단순당’은 변비에는 최대의 적이다. 또 짠 음식도 마찬가지다. 이들 식품은 이뇨작용을 촉진해 몸속의 수분을 감소시켜 배변을 어렵게 한다. 특히 단 식품은 칼로리는 높지만 한편으로 섬유질이 부족해 변비의 요인이 된다. 특히 달고 짠 식품은 장내 좋은 세균을 몰아내고, 나쁜 세균이 왕성하게 활발하도록 돕는다.

매일 변을 본다고 변비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오산이다. 배변 회수보다 ‘어떤 대변을 보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변비의 기준은 뭘까. 2016년 발표된 '로마 진단기준 IV'을 보자.

①배변할 때 무리한 힘이 필요하다 ②대변이 과도하게 딱딱하게 굳었다 ③불완전 배변감이 있다 ④항문직장의 폐쇄감이 있다 ⑤배변을 유도하기 위해 대변을 파내거나 회음부를 눌러야 한다 ⑥주 3회 미만 배변회수 등 6개 기준 가운데 2개 이상이면 변비로 진단한다. 따라서 자신의 변비 여부를 판단하려면 대변 회수와 용변 후 대변의 모양을 꼭 확인해봐야 한다. 변이 토끼똥 같거나, 굵고 딱딱하다면 변비로 의심해야 하는 것이다.

변비 증상이 있다고 무조건 병원에 가야할까. 그렇지는 않다. 10명 중 9명은 생활습관에서 변비가 비롯되기 때문에 식사부터 개선해본다.

변비 탈출 첫 번째 지침은 ‘3대 영양소비율 맞춰 식단 만들기’다. 무조건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은 좋지 않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갑자기 100g 이하로 줄면 지방을 분해할 때 케톤이라는 대사성물질이 생기고, 소변량이 증가한다. 체내 수분이 급격하게 줄면 딱딱한 변이 만들어져 변비가 악화된다. 다이어트 여성에게서 변비환자가 많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적어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3대 영양소 비율을 5:2:3 이상으로 유지하자.

둘째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먹기’다. 섬유질은 제 무게의 40배나 되는 수분을 흡수해 변의 양을 늘리고 부드럽게 만든다. 변이 장을 통과하는 시간도 줄여준다. 미역, 다시마, 톳, 김, 매생이 등 해조류가 효자 음식이다. 다시마와 미역의 겉부분엔 미끌미끌한 성분이 있다. 알긴산이라고 하는 물질로 윤활제 역할을 해 원활한 배변을 도와주고, 당 흡수를 지연시킨다.

과일과 채소 역시 식이섬유와 수분이 풍부해 대변을 부드럽게 만든다. 채소 중에는 배추, 시금치, 무, 옥수수 등이, 과일 중에서는 키위, 배, 포도, 오렌지, 사과 등이 대표적이다.

세 번째는 ‘매일 아침 물 한 컵, 또 식사 전 미지근한 물로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시원한 물을 한 컵 마셔보자. 공복에 차가운 물은 우리 몸을 깨우고 장 운동의 시작을 알린다. 식사할 때는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식사 후 차가운 물을 갑자기 많이 마시면 설사가 생기고, 분해되지 않은 소화액은 항문점막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

마지막으로 금기사항도 있다. 일부에선 술을 마시면 변을 잘 볼 수 있다는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술은 오히려 대장의 연동운동을 방해하고, 변을 단단하게 만든다. 또 알코올은 혈관을 확장시킨다. 술을 마시면 배변 시 항문 주변의 혈관뭉치가 밀려나와 치핵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갑자기 식이섬유를 다량 섭취하면 복부팽만과 가스, 복통,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니 식습관도 조금씩 바꿔야 한다. 우리 몸은 정직하다. 변비는 우리 몸이 주는 건강신호 중 하나다. 장 건강을 위해 생활습관을 바꾸면 변비 뿐 아니라 신체 건강이 모두 좋아진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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