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2.22 17:06
중국 쓰촨의 장여우라는 곳에 있는 당나라 시인 이백 기념 공원. 술 취한 이백을 대신들이 부축하는 모습을 그렸다. 장여우는 이백이 자라난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이 단어를 썼다. 이상적인 곳, 살기 좋은 곳, 그래서 신선(神仙)이 머무르는 곳, 꼭 가보고 싶은 곳, 이상하리만치 매력적인 곳…. 뭐, 이런 등등이다. 아이들에게는 판타지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등장하고, 아주 재미난 놀이시설이 있으면 분명 그곳이 별천지다.

가난한 가장에게는 가족의 끼니와 아이들 교육비 걱정 없이, 더불어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돈을 잘 벌 수 있는 곳이 그런 별천지다. 취업 걱정할 필요도 없이 여기저기서 날 모셔가는 곳이 있으면 그곳이 바로 청년 실업자들에게는 별천지다.

이 말은 우리가 잘 아는 당(唐)나라 시인 이백(李白)으로부터 나왔다. 그가 지은 시 <산중문답(山中問答)>의 맨 마지막 구절에 나오는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다. 적지 않은 화제와 일화를 뿌렸던 이백이지만, 나중의 그는 현세의 부산스러움을 모두 떨치고 자연에 묻힌다.

그 때 지은 <산중문답>이라는 시의 내용은 이렇다.

問余何事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

무슨 뜻으로 청산에 사느냐 묻는데,

웃고 대답 없으니 마음이 한가롭다.

복사꽃 흐르는 물 아득히 나아가니,

여기는 딴 세상, 인간세계 아니로다. (『중국시가선』지영재 편역, 을유문화사)

 

그렇게 마음에 닿는, 좋은 뜻만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우리는 요즘 아주 눈에 띄는 ‘별천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의 상리(常理)와 인정(人情)이 통하지 않는 곳이니, 별천지임에는 분명 별천지다. 그러나 이상적인 곳이라기보다, 그 반대다. 그악함이 한없이 뻗치는 곳이라 아주 나쁜 별천지다. 바로 북한의 이야기다.

북한이 보인 저간의 사정이야 새삼 이 자리에 다시 옮길 필요도 없다. 잔인한 피의 숙청이 거듭 이어지니 ‘어떻게 사람이 저곳서 살 수 있을까’라는 새 개념의 ‘별천지’가 떠오를 뿐이다. 외국의 그 어느 누가 이리 물으면 어쩔까. “한반도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래?”라고 말이다.

그러면 위의 시에 적은 이백처럼 행동할 일이다. ‘웃고 대답 없으니…’, 즉 ‘소이부답(笑而不答)’이다. 그 웃음이 어떤 웃음일지는 잘 아시겠지. 민망함, 부끄러움, 자괴감, 수치심…. 동포라고 해도 북한 노동당 집권층은 분명 별종 중의 별종이다. 그러나 변명보다는 그저 웃고 마는 게 상책이다. 마음이 한가롭지는 않고, 더욱 불편하겠지만.

 

<한자풀이>

別(나눌 별, 다를 별): 나눈다는 뜻과 함께 ‘별도로’ ‘달리’ 등의 부사적 용법도 있다.

天地(천지): 하늘과 땅

 

<중국어&성어>

别有天地非人间(間) bié yǒu tiān dì fēi rén jiān: 달리 있는 하늘과 땅(세상), 사람 사는 곳이 아니리니~. 제법 많이 쓰이는 구절이다. ‘인간’이라는 단어가 원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 사는 곳’의 의미였다는 점에 유의하자.

别有天地 bié yǒu tiān dì: 그냥 이렇게도 쓴다. 예술 등의 분야에서 새로 이뤄낸 경계를 칭찬할 때 자주 쓴다.

别有洞天 bié yǒu dòng tiān: 동천(洞天)은 이상향을 가리킨다. 흔히 신선 등이 머무르는 곳의 뜻으로 쓴다. 위의 시구, 성어와 거의 같은 뜻이다.

笑而不答 xiào ér bú dá: ‘소이부답’이다. 잔잔히 웃으며 즉답을 피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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