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6.10 18:34

일본 사이버다인, 유럽 이어 동남아 시장 총공세

사이버다인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HAL'. (www.cyberdyne.jp에서 캡처)
사이버다인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HAL'. (www.cyberdyne.jp에서 캡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우리가 뛰고 있다면 일본은 날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은 작업자의 수행능력을 높여주거나 재활에 폭넓게 쓰이면서 엄청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분야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눈독을 들여 연구투자가 활발하다.  

최근 일본 '사이버다인(Cyberdyne)'의 글로벌 행보가 빨라지고 있어 주목을 끈다. 사이버다인은 2004년 일본 쓰쿠바대학(筑波大学) 산카이 요시유키 교수가 설립한 이 분야의 세계적인 벤처기업이다. 일본공업신문 등 미디어들은 사이버다인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할(HAL)'의 해외 판매 비중이 지난해 3월 기준 9%에서 올해 같은 시기에 17%로 높아졌다고 전했다. HAL(하이브리드 어시스트 림브)은 2009년 개발돼 언론의 관심을 끌었고, 2013년엔 일본 150개 시설에 공급됐다. 또 일본 이외의 지역에도 납품할 수 있는 글로벌 안전인증까지 받았다.

그동안 사이버다인은 민간보험과 산재보험 적용 가능한 의료재활용 HAL을 미국, 독일, 폴란드 등에 조금씩 공급해 왔다. 지난해 11월엔 이탈리아 민간의료기관에 뇌신경계질환의 치료 및 연구용으로 공급을 체결했다.

여세를 몰아 올해는 말레이시아와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올 3월부터 임상시험이 시작됐다. 이미 2017년 사우디는 외상척추부상 피해자를 돕기 위해 사이버다인과 양해각서를 체결한바 있다.

요시유키 사장은 “선진국에선 신의료기술을 수용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개도국은 보급이 빠르다”며 아시아 시장 선점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HAL의 모양은 영화 ‘아이언맨’을 연상하면 된다. 몸에 장착한다고 해서 웨어러블 로봇이다. HAL은 체표에서 감지되는 미약한 ‘생체전위신호’를 센서로 검출해 동작을 지원한다.

사람이 몸을 움직이려면 생각부터 한다. 예컨대 ‘걷고 싶다’고 생각하면 뇌에서 시작된 신호가 신경을 통해 다리 근육에 전달된다. 이때 다리에 붙인 센서가 근육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읽어 기계동작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사이버다인은 HAL이 이렇게 수행한 동작을 다시 뇌로 피드백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뇌가 걷는 동작을 학습해 훈련을 반복하면 로봇의 지원 없이도 걸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HAL은 손상 부위에 따라 다양한 타입이 있다. 이중 척수손상과 외상성 뇌손상, 뇌혈관장애에 의한 뇌·신경근계 장애, 근위축증 환자의 재활에 많이 쓰인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엑소바이오닉스, 스위스의 호코마, 이스라엘의 리워크 등이 재활용 로봇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엑소바이오닉스(Ekso Bionics)가 개발한 외골격 로봇인 ‘엑소 GT’는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승인을 받은 이후 현재 170여 곳의 주요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에서 개발하고 있지만 모방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다.

KAIST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가 설립한 벤처기업인 ‘엔젤로보틱스’도 있다. 지난달 28일 국제 사이보그 올림픽인 '사이배슬론(Cybathlon)'에 참가하기 위해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대표팀을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5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사이배슬론 2020'에 참가할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WalkON Suit)'의 개발이 목표다.

재활용 웨어러블 로봇은 환자마다 요구되는 기능이 다르고 복잡하다. 게다가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안전성 등 갖가지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기술이 세계시장에 선을 보이기 위해 풀어가야 할 과제가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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