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6.11 14:47

강기정 "많은 국민 참여한 것은 정당과 의회정치에 대한 준엄한 평가 의미"
한국당 "야당을 심판할 대상으로 여겨 유감…청원게시판을 정치선전 도구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사진출처=청와대 페이스북)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청와대는 무려 183만여명이 참여, 역대 최다 청원인이 나선 ‘자유한국당 해산 청구 청원’과 33만명이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구 청원'에 대해 11일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정당해산 청구는 정부의 권한이기도 하지만, 주권자이신 국민의 몫으로 돌려드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선거를 통해 평가해달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강기정 청와대 수석은 이날 청와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답변자로 나서 "정부의 정당 해산 청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위한 제도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의 갈등을 키우고 정당정치가 뿌리내리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수석은 “헌법은 정당 활동의 자유와 민주적 기본질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 헌법정신을 지키는 주체는 국민이며, 국민은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한다”고 강조했다.

강 수석은 “우선 정당 해산 청원에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국민이 참여했다는 것을 보면, 우리 정당과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내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183만과 33만이라는 숫자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답답한 심정을 읽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당에 대한 평가는 선거를 통해 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국민청원으로 정당 해산을 요구하신 것은 ’내년 4월 총선까지 기다리기 답답하다’는 질책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강 수석은 이같은 국민청원이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 장기 파행 사태를 이어가고 있는 국회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0’건”이라며 “국회법이 정한 6월 국회는 1/3이 지났지만,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강 수석은 “IMF가 권고하고,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편성된 추경안은 48일째 심사조차 못하고 있다”며 “국회에는 민생 입법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특히나 국회 스스로가 만든 ‘신속처리 안건 지정’. 일명 패스트트랙 지정과정에서 국민들께 큰 실망을 줬던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3일 서울역 집회에서 “문재인 청와대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켜 버립시다”고 한 김무성 의원을 내란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청원에 대해 강 수석은 "우리 형법을 보면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경우'를 내란죄로 규정하고 있다"며 "김무성 의원이 이런 목적으로 발언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인 막말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우려가 청원에까지 이르렀다. 비단 이번 사례뿐만 아니라, 최근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막말 파동은 국민의 정치불신을 키울 뿐"이라며 "스스로의 성찰이 우선돼야 하고, 국회와 정당차원의 제도적인 뒷받침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강 수석은 영상을 공개한뒤 페이스북에 “183만, 33만명의 국민들이 참여한 청원을 10분 만에 답한다는 것이 참으로 부담이었다. 자성의 마음으로 우리에게 답했다”고 적었다.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표명에 자유한국당은 즉각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마친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강 수석의 정당 해산에 대한 답변은 한마디로 선거운동과 다를 바 없다”며 “강 수석까지 전면에 나서 사실상 야당을 같이할 수 있는 국정파트너가 아닌 궤멸의 대상이고,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언급한 부분에 매우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 대표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계속해서 야당을 궤멸의 대상으로 보는 정치가 국회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며 “강 수석의 발언은 선거법 위반 소지도 있어 이 부분에 대해 면밀히 보겠다”고 말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청와대는 홀로 고고한 양 ‘주권자의 뜻’ 운운하며 청원게시판을 정치선전 도구화 시켜버렸다”며 “청원 답변을 편향된 정치 선전을 공론화하는 기회로 쓰는 청와대에게 애초부터 제1야당은 국정운영의 파트너가 아니었다. ‘협치’ 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성하고 각성해도 모자를 판에 청와대가 앞장서서 국민의 여론마저 호도하려는 것이 문재인 정권인가”라고 반문한뒤 “정무수석의 답변이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아니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도 이날 청와대의 답변에 대해 “평소 청와대의 오만함을 다시 한 번 보는 것 같다”며 각을 세웠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정당 해산 청구는 실제 정부가 청구에 나설 게 아니라면, 청와대가 시시비비 답변할 수 있는 사안 자체가 아니다”며 “이를 계기 삼아 청와대가 청원의 의의를 평가하고, 정당과 국회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피력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다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청와대 답변은 적절한 거름망이자 자정 역할은 커녕 청와대까지 덩달아 싸움에 가세한 꼴”이라며 “더욱이 청와대는 작금의 ‘정치 마비’, ‘국회 마비’, ‘막말 잔치’에 자신은 전혀 책임이 없는 양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강기정 수석 답변 전문.

 
안녕하십니까. 청와대 정무수석 강기정입니다.

 
오늘은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을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 제가 드릴 답변은 국민청원 100번째 답변입니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만들어진 이래 가장 많은, 무려 183만 여명이 참여한 자유한국당 해산청구 청원과 33만여명이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해산청구 청원, 그리고 ’김무성 의원 내란죄 처벌’ 청원 등 3건에 대한 답변입니다. 

답변을 준비하면서 참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선 정당 해산 청원에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국민이 참여했다는 것을 보면, 우리 정당과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내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83만과 33만이라는 숫자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답답한 심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정당에 대한 평가는 선거를 통해 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국민청원으로 정당 해산을 요구하신 것은 ’내년 4월 총선까지 기다리기 답답하다’는 질책으로 보입니다.
 
주권자의 뜻을 무겁게 느끼며 답변드립니다.
 
먼저 자유한국당 해산청구 청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청원인은,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과 정부의 입법을 발목잡고, 소방 예산을 삭감해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하며,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는 점. 의원들의 막말도 도를 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청원은 2019년 4월 22일 시작돼, 6일 만에 답변기준인 20만명을 넘어섰고, 특히, 물리력을 동원해 패스트트랙지정을 막았던 29일과 30일 이틀 동안에만 100만명의 국민이 청원에 나섰습니다.
 
결국 183만명이라는 최다 참여자 수를 기록하며 마감됐습니다.
 
민주당 해산청구 청원은 같은 달 29일 시작돼 약 33만명이 참여했습니다.
 
청원인은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물리적 충돌을 유발했고, 국가보안법 개정 운운하며 국민안전을 심각하게 했으며,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야당이 하는 일을 방해하고, 의원들의 막말과 선거법을 무리하게 처리한 부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 제8조는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가의 보호와 지원을 받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만 8조 제4항에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 헌법은 정당의 자유로운 설립과 활동을 보장하면서도 동시에 그 한계를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 헌법의 위헌정당 해산제도는 독일에서 유래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독일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민주주의의 적”은 해산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이릅니다. 

그래서 독일기본법에 “정당의 목적이나 추종자의 행태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 또는 부인하거나, 독일연방공화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정당은 위헌이고, 위헌 여부는 연방헌법재판소가 판단한다”는 규정을 둔 것입니다. 

실제로 1952년에 사회주의제국당과 56년에 독일공산당은 해산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통합진보당 해산사건이 있었습니다.
 
법률적으로 보면, 정당 해산 제소권은 정부에 있습니다.
 
주무 부처인 법무부가 제소의 필요성을 검토해, 국무회의 안건으로 보고하고,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청구 여부를 결정합니다. 

정부 제소에 대해 헌법재판소 재판관 6인 이상이 찬성하면 정당은 해산됩니다.
 
정당 해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점은,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 되는가하는 점입니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르면 ‘민주적 기본질서’란,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해 모든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를 존중하면서도 소수를 배려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과 자유·평등을 기본원리로 하여 운영되는 정치질서라고 합니다. 

더 나아가 판례에서는 단순한 위반이 아닌,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가 있어야 해산 대상 정당이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0건입니다.
 
국회법이 정한 6월 국회는 삼분의 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IMF가 권고하고,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편성된 추경안은 48일째 심사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에는 민생 입법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특히나 국회 스스로가 만든 ‘신속처리 안건 지정’, 일명 패스트트랙 지정과정에서 국민들께 큰 실망을 줬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눈물을 훔치며 회초리를 드시는 어머니가 되어 위헌정당 해산청구라는 초강수를 두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청원처럼 해산청구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걸까요?
 
정부의 정당 해산 청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제도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의 갈등을 키우고 정당정치가 뿌리내리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헌법 8조와 헌법 8조 4항은 정당 활동의 자유와 민주적 기본질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 헌법정신을 지키는 주체는 국민이며, 국민은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합니다.
 
정당해산 청구는 정부의 권한이기도 하지만, 주권자이신 국민의 몫으로 돌려드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어서 ‘김무성 의원 내란죄 처벌’ 청원 답변을 이어가겠습니다.
 
이번 청원은 지난 5월 3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한 집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의 발언에서 시작됐습니다. 

김 의원은 이날 “문재인 청와대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켜 버립시다”라고 말했습니다.
 
청원인은 국가 수장의 집무 공간을 폭파하겠다는 발언이 내란이 아니라면 어떤 행위가 내란이냐고 되묻고 있습니다. 

이 청원에도 22만명의 국민께서 참여하셨습니다. 

앞서 정당 해산청구 청원에서도 정치인의 막말을 지적하셨는데요, 김무성 의원의 내란죄 처벌에 대한 국민청원도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우리 형법을 보면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경우”를 내란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무성 의원이 이런 목적으로 발언했다고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혐오 표현과 막말은 정치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국민들께 상처를 드린다는 점, 생각해야겠습니다. 

프랑스는 인종 등 특정한 이유로 개인 또는 집단에 대한 차별, 증오 또는 폭력을 교사하거나 명예훼손, 모욕을 주는 표현은 출판자유법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독일도 유사한 규정이 있습니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거나, 나치의 폭력지배를 찬양하는 표현에 대한 처벌규정이 있습니다.
 
일본도 2016년 6월부터 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을 금지하는 헤이트 스피치 대책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정치인 막말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우려가 청원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비단 이번 사례뿐만 아니라, 최근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막말 파동은 국민의 정치불신을 키울 뿐입니다. 

스스로의 성찰이 우선돼야 하고, 국회와 정당차원의 제도적인 뒷받침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셨으면 합니다. 

오늘 답변드린 세 가지 청원은 모두 국민의 관심이 컸던 청원입니다.
 
정당 해산청구 청원은 다시 국민여러분께 돌려드린 점에 대해서도, 내란죄 처벌 청원에 대해서도 속 시원한 답을 드리지 못해 거듭 송구합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청원은 특정 정당과 개별 정치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회에 대한 주문이기도 합니다. 

우리 국회도 그동안 개혁을 위한 노력들을 해왔습니다. 

몇몇 정당 지도자의 손에 좌우됐던 공천권을 국민께 돌려드렸고, 특수활동비라는 투명하지 않았던 돈도 개혁했습니다. 

국회 선진화법을 통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제도화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청원에서 보듯이 국민의 눈높이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번 청원은 정당과 국회가 근본적인 개혁을 이뤄내는 계기로 삼아주길 바라는 국민의 마음이 담겼다고 봅니다. 

청원에 참여해 주신 국민들은 물론 묵묵히 지켜보고 계신 대다수 국민들이 박수를 보낼 수 있도록 여야와 진영을 떠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정부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6111036001&code=910203#csidxda8c12478a90f8f9d16b8f8575e7a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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