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6.12 11:25

日 연구팀, AI 대장암진단기술 개발…암 진행 단계별로 장내세균 변화 밝혀내

대장암의 진행 단계별로 관여하는 세균을 보여주는 그림(오사카대학 보도자료에서 캡처)
대장암의 진행 단계별로 관여하는 세균을 보여주는 그림(오사카대학 보도자료에서 캡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장내에 기생하는 세균총(마이크로바이옴)이 대장암 발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대변에 들어있는 세균 종류를 통해 초기대장암을 찾아내는 인공지능(AI) 진단기술이 함께 개발됐다.

일본 오사카(大阪)대학과 도쿄공업대학 등 공동연구팀이 지난 7일자 과학학술지인 ‘네이처 메디신’에 게재한 연구결과를 일본경제신문 등 미디어들이 앞다퉈 소개했다.

연구팀은 616명의 실험대상군을 정상인과 암의 전단계인 다발성용종(선종), 또 초기암인 점막내암으로 분류해 이들의 대변(동결변)에 존재하는 세균의 종류와 대사물질 등 장내환경을 분석·비교했다. 그 결과, 암이 진행하는 단계별로 대변에 존재하는 세균과 대사물질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선 대장암의 단계별 발암과정에 관계된 세균은 크게 두 가지 패턴으로 나뉘었다.

선종과 점막내암 병기에만 증가하는 세균으로 Atopobium parvulum(아토포비움 파르불룸)과 Actinomyces odontolyticus(액티노마이세스 오돈톨리티커스)가 동정됐다. 또 점막내암에서 시작돼 암이 진행되는 과정에는 Fusobacterium nucleatum(푸소박테리움 뉴클레아툼)과 Peptostreptococcus stomatis(펩토스트렙토코커스 스토마티스)가 증가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이들 세균들이 대장암 발병초기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좋은 균으로 알려진 Bifidobacterium(비피더스)세균은 점막내암 병기에 줄어들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 또 낙산으로 알려진 락노스피라 멀티파라(Lachnospira multipara)와 유박테리움 엘리겐스(Eubacterium eligens)와 같은 유익균도 점막내암의 병기부터 암이 진행할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이들 세균들의 대사산물도 조사했다. 그 결과, 선종이 있는 환자들은 데옥시콜산이라는 담즙산이 장관내에 많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점막내암 환자 역시 정상인과 비교해 아미노산인 이소류신이나 발린, 티로신 등이 증가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메타게놈과 메타볼룸 해석을 통해 얻어냈다. 세균총의 유전체와 대사체를 통째로 분석해 완벽한 결과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이렇게 얻어낸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장암 진단을 위한 인공지능(AI) 기계학습 모델을 만들었다. 환자의 변에 들어있는 세균과 대사물질의 자료만으로 초기 대장암을 진단하는 기술이다.

현재 대장암 조기진단은 잠혈검사가 일반적이다. 대변에 섞여 있는 혈흔을 보는 것으로 정확도가 떨어지는데다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만 유용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사람의 몸속에는 세포 수보다 많은 40조개의 세균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무게만도 1~1.5㎏으로 추정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들 장내 세균총의 균형이 염증성 장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2012년에는 구강 내 치주염의 원인균인 Fusobacterium nucleatum이 대장암 환자의 변에 특징적으로 많이 존재한다고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AI 대장암 진단법은 현재 80%의 정확도를 보인다”며 “앞으로 기업과 연계해 5년내에 검사키트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이제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한 정밀의학 시대가 개막됐다”며 “연구결과가 예방의학이나 식품산업 등 다양한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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