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06.12 14:08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얼마전 대덕단지에서 일하는 한 인사를 만났다.

오랫만에 만난 자리라 반가웠지만, 왠지 그의 표정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인사가 끝나자 마자 그는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는 문 차관이 과학기술계의 생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문차관의 출신성분을 꼽았다.

문 차관은 경남 산청 출신으로, 포항공대(POSTECH)에서 물리학으로 학·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이화여대와 연세대 등에서 연구원과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기획정책실장과 과학기술인협동조합지원센터 기획실장을 거쳐,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주요 경력만 봤을 때는 문차관은 과학기술계 인사가 맞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과학 연구 현장에 있었던 게 아니라 외곽에서 활약한 것이다.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문차관을 정통 과기인으로 보지 않는다. 

그리고 문차관의 단기 성과주의를 꼽았다.  

대표적인 것으로 지난 4월 개최된 '2019 대한민국 과학축제'를 든다.  

과학축제는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22년 동안 개최되어 온 국내 최대 과학문화 행사로서, 매년 8월에 실내에서 개최되던 '대한민국 과학창의축전'을, 올해에는 4월 과학의 달에 도심형 과학문화축제로 새롭게 개편한 것이다. 의도는 좋았다. 국민들에게 우리나라의 최고 과학기술 성과를 소개하고, 일상생활속에서 과학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서울마당을 중심으로 중심으로 누리호 75톤급 엔진 실물이 전시되고, 탑승형 로봇 FX-2 등이 등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보여주기 식으로 흘렀다는 점이다. 

단기 성과 위주이다 보니 장기 프로젝트인 달탐사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노동조합은 지난 10일 “2020년 말로 예정된 달탐사 사업이 아직 설계조차 확정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라면서 "(책임을 물어) 항우연 원장과 위성본부장, 사업단장 등 관련자를 경질하고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해외 전문가를 주축으로 한 평가단을 구성해 점검과 평가를 하라”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학기술분야는 오랜 투자를 통해서만 빛을 볼 수 있는 분야다. 그래서 실패가 용인돼야 한다.

문차관이 지금이라도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리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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