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6.13 16:02

전북 익산 장점마을 주민, 80여명 주민 중에서 17명 사망
환경부 잠정 용역 결과 "인근에 있는 비료공장과 관련 있어 보인다"
익산시 "환경부 '피해 구제제도'에 의한 '구제급여 지급'도 검토"

환경단체인 글로벌에코넷 김선홍 상임회장(왼쪽)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1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연금은 KT&G에 비재무성 스튜어드십 코드 즉각 발동해 연초박 처리 의혹 규명하라'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원성훈 기자)
환경단체인 글로벌에코넷 김선홍 상임회장(왼쪽)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1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연금은 KT&G에 비재무성 스튜어드십 코드 즉각 발동해 연초박 처리 의혹 규명하라'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총 45가구 80여명 주민 중 30여명이 암에 걸리고 현재까지 17명이 사망한 바 있는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일명, 암 마을) 주민의 암 집단발병이 "인근에 있는 비료공장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는 환경부의 잠정 용역 결과가 나왔다"고 익산시가 13일 밝혔다. 

아울러, 익산시는 "환경부의 용역을 의뢰받은 환경안전건강연구소가 최근 이런 결론을 내리고 용역 자문회의에 보고했다"면서 "다만, 비료공장의 어떤 물질이 암을 유발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만큼 앞으로 논의를 거쳐 공표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수백 톤에 이르는 비료공장의 폐기물이 암 유발요인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점마을 주민 암 발병의 주범이 담뱃잎 찌꺼기인 '연초박 처리 과정'에 있지 않느냐는 의혹의 눈길이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환경단체인 글로벌에코넷의 김선홍 상임회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KT&G를 정조준 해 "우리는 암 발병의 주범을 당연히 연초박으로 보고있다"며 "연초박과 피마자박의 두 가지를 반반씩 섞어서 고열로 처리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리신이라는 독성물질이 나오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라도 KT&G가 이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애초부터 연초박의 물량 및 성분분석 결과를 공개하라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KT&G가 성분분석 결과를 안 내놨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특히 "국민연금에서 KT&G의 비재무성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서 연초박의 처리 의혹을 규명하라는 입장"이라며 "기업이라는 것은 유형자산만이 아닌 무형자산, 이를테면 환경문제, 근로조건 문제, 사회적인 공헌 문제 등도 모두 주식투자와 관계되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KT&G의 주식을 10.1% 가지고 있으니까 연초박이 문제가 되면 주식가치가 하락될 수 있다"며 "그러니까 미리 사전에 조사하고 밝혀서 주식가치 하락을 막아야지만 국민에게 피해를 주지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여러 환경단체들과 함께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연금은 KT&G에 비재무성 스튜어드십 코드 즉각 발동해 연초박 처리 의혹 규명하라'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김진관 한국환경·시민단체협의회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경제적 가치가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현대 사회에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 또한 중요하고, 기업의 사회적 가치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 지배구조, 노동환경 등의 가치들을 의미한다"며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지침인 ISO 26000에서도 기업조직은 지배구조, 인권, 노동, 공정거래 관행,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의 영역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기업의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 명시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들 단체는 "스튜어드십 코드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인사와 재무 관련 사안 등에 한정해서 의결권을 행사할 때 준수하는 가이드라인으로만 알려져 왔지만,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한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할 때 준수하는 지침으로 기관투자자들이 집안일을 맡아 보는 청지기(steward)처럼 수탁을 받은 자금을 운영할 때 자신의 돈처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적시했다.  

이어 "스튜어드십 코드 7대 원칙 중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제1원칙, 제2원칙, 제3원칙에 주목하면서, 이에 근거해 국민연금이 KT&G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서 연초박 자체 성분과 처리과정별 부산물 성분 및 폐기물 성분 그리고 완제품 성분 등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함은 물론 이러한 의혹을 규명할 수 있도록 공개검증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제1원칙은 고객, 수익자 등 타인 자산을 관리·운영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명확한 정책을 마련해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고, 제2원칙은 수탁자로서 책임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실제 직면하거나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이해상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해 효과적이고 명확한 정책을 마련하고 내용을 공개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제3원칙은 투자대상회사의 중장기적인 가치를 제고해 투자자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높일 수 있도록 투자대상회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가운데, 다른 환경단체들과 익산시의회 등도 '장점마을 비료공장에 2003년부터 연초박 14t이 반입됐으며 연초박이 가열 등 공정을 거칠 경우, 각종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지난 1월 22일 환경·시민단체들은 "2017년 매출 4조 6672억원, 영업이익 1조42610억원에 달하는 공룡기업 KT&G가 공급한 담뱃잎 찌꺼기 연초박을 고열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 발암물질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그 진상을 공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또한, 장점마을 주민들과 익산지역 17개 시민단체는 지난 4월 18일 오전 전라북도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익산시와 전북도가 관리 감독, 환경오염 방지, 주민 건강 보호를 위한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밝히기 위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며 "비료공장에 대해 제기한 수차례 민원이 번번이 무시됐고, 허가·관리 감독 기관인 익산시와 전북도가 제대로 업무를 했다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이번에 '환경부의 잠정 용역 결과'가 나오게되자, 환경부는 지난 12일 교수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자문회의'를 개최했고, 여기에서 나온 의견 등을 종합해 오는 20일 주민설명회를 열고 향후 대처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익산시 관계자는 이날 본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료공장이 암 발생에 영향을 줬다는 인과 관계성이 입증되면 '사후관리용역'을 진행할 수 있다"며 "원인 유발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고, 만일 원인 유발자가 배상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정될 경우, 환경부의 '피해 구제제도'에 의해 구제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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