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06.15 07:03

증권사 "4분기 인하 전망" vs "정책 당국자 톤 맞춰, 3분기도 가능"
6월말 G20정상회의, 트럼프-시진핑 만난다…무역분쟁 협상 변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제공=한국은행)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한국은행)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드디어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올 들어 표출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인하 논의 시점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던 이 총재의 입장 변화가 감지됐다.

현재 시장에서는 4분기 금리 인하를 강하게 예상하고 있다. 빠르면 3분기에도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음 주 18~1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날 회의에서 연 2.25~2.50%의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되는 것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얼마나 열어 둘 것인가 하는 점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에서 금융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하에 대한 신호를 줄지 여부”라며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비둘기적인 발언이 이어진 이후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이 이달 들어 “무역 문제로 인해 미국 경제가 악화되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거론하면서 시장에 금리인하 기대가 번지고 있다.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 결국 한은 기준금리도 따라서 내려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간 이주열 한은 총재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종합적으로 보면 아직 금리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인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일축해왔다.

다만 이 같은 이 총재의 입장에 변화가 나타났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우리 경제에 대해 “수출과 투자가 감소하는 가운데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경제는 정부지출이 확대되고 수출과 투자의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통화정책은 안정적인 성장세가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수렴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금융안정에 유의해 운용할 것”이라며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외 불확실성 요인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동안 “금리인하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과 비교해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미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미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현재 시장은 한은의 4분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완화적 발언으로 금리인하 기대가 높아졌지만 통화정책 제약 환경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에 금리인하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대외 불확실성 확인 필요성과 변함없는 금융불균형 경계감을 고려하면 금리인하 시점은 빨라야 4분기”라고 전망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G20회담에서 전향적인 미중 합의가 등장하면 시장금리 급락이 되돌려질 가능성도 있으나 이번 FOMC에서 보험용 금리인하 조건을 분명히 하고 9월 FOMC에서 인하할 것”이라며 10월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반면 한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4분기에서 3분기로 앞당기는 시각도 등장하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 총재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가 ‘완화기조 가능성을 전진해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언급했다”며 “이 총재의 스탠스 변화와 홍 부총리의 언급을 계기로 시장이 예상했던 금리인하 시점이 4분기에서 3분기로 앞당겨졌을 수 있고 3분기에 기준금리가 인하된다면 추가인하 시점이 올해 연말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생겼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이 총재와 홍 부총리 등 경제 정책 당국자들이 일제히 경기 진단이나 대응에 대해 일정한 톤을 맞췄다는 것은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를 시시한 것”이라며 한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4분기에서 3분기로 조정했다.

<사진=트럼프, 시진핑 SNS>
(사진=트럼프, 시진핑 SNS)

한편,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보다 확실하게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간 회담에서 진행될 미중 무역분쟁 협상이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며 “무역협상의 극적 타결이 아니라면 하반기 우호적 안전자산 선호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6월 G20 정상회의에서 무역협상이 파국으로 치닫거나 연준이 추가 완화 스탠스를 시사하는 등 대외여건에 따라 인하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내달 18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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