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19.06.15 05:20

한수원, 안전·경제성 개량된 'APR1400' 개발…NRC 설계인증 앞둬
한전KPS, 국산화 성공한 'AURoRA'…해외 원자로 검사에 활용 기대
탈원전으로 2조4000억원 '손실'…원자력 사업다각화 '절실'

'2019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 입구. (사진=장진혁 기자)
'2019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 입구. (사진=장진혁 기자)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 조직위원회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019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NURE2019)'를 개최했다.

올해 행사는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시간! 안전하고 신회할 수 있는 미래 파트너'를 주제로 원자력 산업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정재훈 엑스포 조직위원장(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개막식에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함께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서로 보완하면서 미세먼지, 이산화탄소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정재훈 위원장은 "원자력은 특정 종교가 아니기 때문에 온 국민으로부터 마땅히 사랑받아야 할 에너지원"이라며 "대용량 원자력 산업 발전도 지속해야 하지만 소형 원자력과 방사선이 골고루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자력·방사선 기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를 위해 발전시켜야 할 공공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장진혁 기자)
한국수력원자력 부스. (사진=장진혁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은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신형경수로 'APR1400' 구조와 발전원리, 주요 설비 기능을 단번에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모형을 선보였다.

'APR1400'은 기존 한국형 원전인 OPR 1000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크게 높인 개량형 제품이다. 개선된 원전이라는 뜻의 'Advanced Power Reactor'의 머리글자를 땄다. 지난 1992년부터 2001년까지 10년에 걸쳐 2346억원을 투입해 개발됐다.

OPR1000과 비교하면 발전용량이 1000MW에서 1400MW로 향상됐다. 설계수명은 40년에서 60년으로 연장됐으며, 발전원가도 10% 이상 더 줄었다. 특히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했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다중 안전장치를 갖췄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쓰나미와 지진으로 냉각장치가 고장이 나 멜트다운(노심용융)이 발생해 방사성 물질이 대량 유출됐다.

이에 'APR 1400'에는 단전과 냉각장치 고장에도 작동할 수 있는 비상 냉각장치를 마련됐다.

기존 원전과 달리 원자로 격납건물을 4개 공간으로 나눠진 보조 건물이 감싸는 형태로, 각 공간에 안전 보조 설비가 설치돼 하나가 기능하지 못하면 다른 하나가 작동되는 4중의 안전 관리 장치를 갖췄다.

후쿠시마 사건 때 노심에서 유출된 수소로 폭발이 발생하였던 점을 감안, 전원 없이 가동이 가능한 수소 제거 설비도 설치됐다.

이와 같은 내진 설계 및 다중 안전장치를 통해 중대사고 발생 확률이 기존 1만분의 1에서 10만분의 1로 낮춰졌다.

'APR1400'은 내달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을 앞뒀다. 설계인증은 법제화 후 15년간 유효하다. 미국 NRC 최종 설계인증이 이뤄지면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카자흐스탄 등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인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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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KPS 부스. (사진=장진혁 기자)

한전KPS는 전력설비 정비 전문 공기업으로, 자체적으로 개발에 성공한 '원자로 자동비파괴검사' 기술을 소개했다.

비파괴검사는 공업제품 내부의 기공이나 균열 등의 결함, 용접부의 내부 결함 등을 제품을 파괴하지 않고 외부에서 검사하는 방법이다.

'원자로 자동비파괴검사'는 원자로 용기 내 로봇을 투입해 용접부의 비파괴검사를 자동으로 수행하는 기술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그간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에서 개발하던 장비를 사용했다. 고농도 방사선에서도 노심 용접 부위가 제대로 유지되는지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전KPS는 지난 2011년부터 고방사선 환경에서도 원자로를 검사할 수 있는 로봇조작기와 제어시스템을 개발해왔으며, 마침내 원자로용기 검사용 비파괴검사장비, 검사용 로봇시스템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 로봇(모델명: AURoRA)은 원자로 특성상 수중 작업이 필요해 물속 30m에서도 작업할 수도 있다.

한전KPS는 최신 기술이 적용된 비파괴검사장비와 로봇을 활용한 해외 기술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김준홍 한전KPS 차장은 "로봇 검사장비가 시범 적용을 마쳤다"며 "UAE 수출원전 4기 등 'APR1400' 원자로 용기 검사 용역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사진=장진혁 기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부스. (사진=장진혁 기자)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사용후 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어떻게 처리하는지 방사성폐기물관리 현황을 설명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방사성폐기물관리법에 의해 모든 방사성폐기물의 안전관리를 전담하고 있는 기관이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 및 처분사업,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쓰는 핵연료는 원자로 속에서 핵분열을 일으키며, 이때 나온 열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핵연료를 약 3주기 정도 원자로 내에서 연소시키면 더 이상 충분한 열을 생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전력생산을 위해 새로운 핵연료로 교체하고 연소된 핵연료는 원자로에서 인출한다. 이때 인출된 핵연료를 '사용후 핵연료'라고 부른다.

'사용후 핵연료'는 외형상으로는 사용전연료인 핵연료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지만, 발전소의 원자로 속에서 핵분열 반응 중 생긴 핵분열 생성물 때문에 높은 방사능을 가지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의 약 96%는 재활용 가능한 에너지 자원이다. 타고 남은 우라늄과 핵분열 하기 어려운 우라늄에서 생긴 플루토늄 등 아직 연료로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포함돼 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방폐물 관리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필수적인 '사용후 핵연료 관리기술', '중·저준위방폐물 관리기술' 등 민간에서 개발하기 어려운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렇게 연구개발된 기술들은 다른 기업 또는 기관에 양도, 허락 등의 방법으로 이전하는 '기술이전 제도'를 통해 전달된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기술이전 제도'가 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영신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연구기획팀 차장은 "방폐물관리 사업의 본격추진 시에 필요한 사업체 육성을 강화하고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 실현과 방폐물 관리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그동안 확보한 연구성과를 민간에 적극 이전하고 있다"며 "민간기업에서 기술 개발 업무를 수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원자력 발전소 이미지. (사진출처=픽사베이)
원자력 발전소 이미지. (사진출처=픽사베이)

한편, 박상덕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박사는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에서 "탈원전 정책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원자력 산업의 지속성장과 미래비전 방안을 찾는 건 불가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에너지 공기업·대기업·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위기'에 처했다고 단언했다.

박 박사는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1분기 6300억 적자를 냈고 자회사 실적을 제외하면 손실이 무려 2조4000억원에 달한다"며 "생산원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리고, 막대한 보조금이 들어가는 태양광·풍력 전기를 비싼 값에 구입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만일 원전(원자력 발전소) 가동률을 기존처럼 85%로 유지했다면 한전이 1조원 이상 흑자를 유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011년 3월, 일본 앞 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대지진이 쓰나미를 일으켰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침수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모든 전원은 상실됐고, 원자로를 식혀 주는 긴급 노심냉각장치가 작동을 멈췄다. 이로 인해 수소 폭발과 폐연료봉 냉각보관 수조 화재 등이 발생해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됐다. 16만 명의 후쿠시마 주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강제로 떠나야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치명성, 국민의 생명·안전 등을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6월 19일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문제는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에너지 비용 상승 등 각종 문제들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은 여전히 없다는 데 있다.

문 대통령은 "친환경 에너지 세제 정비 및 에너지 고소비 산업구조 개편, 산업용 전기요금의 재편(인상)을 통해 산업부분에서 전력 과소비를 방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같은 정책 추진에 따른 '에너지 고비용화'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문 대통령이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폐쇄와 함께 '탈원전'을 선언한 지 2주년(2019년 6월 19일)을 앞둔 가운데, 전문가들은 원자력 산업 생태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원전 해체를 미래 먹거리로 적극 육성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달리 원자력 사업다각화 전략으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원전 산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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