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6.14 17:20

한국시민사회TF "SK건설·수은·한국서부발전, OECD 가이드라인 위반"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는 인재(人災)"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로 (사진출처= YTN방송 캡처)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로 최소 70명이 사망하고 실종자는 200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 YTN방송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댐 사고 대응 한국시민사회TF(이하 '한국시민사회TF')가 지난해 7월에 발생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와 관련해 SK건설과 한국 정부를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다.  

한국시민사회TF는 14일 태국 방콕 라차테위(Ratchathewi) 기독 학생 센터'에서 '2019 메콩-아세안 환경 주간(MAEW)'과 공동주관으로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관련 책임있는 조치 촉구를 위한 국제 포럼'을 개최하기에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한국시민사회TF는 "지난달 28일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는 지난해 7월에 발생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가 인재(人災)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음에도 SK건설은 '라오스 정부의 조사 결과가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가 결여된 경험적 추론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라오스 정부 결과 발표 이후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시민사회TF에는 기업과인권네트워크, 발전대안 피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참여연대, 피스모모, 환경운동연합, 환경재단 등이 참여하고 있다.

피스모모 윤지영 정책팀장은 이날 본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고 직후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도, 또 조사결과가 나오고 나서도 SK건설과 정부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조사결과만 기다린다는 등 회피적으로,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며 "그런 태도가 더 의혹을 낳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피해지역 주민들의 삶은 더 열악한 상황"이라며 "라오스 정부에서 제공해온 생활비도 두달 넘게 지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보상 논의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얻지 못하고 마냥 기다리고 있다"고 분개했다. 게다가 "SK건설과 한국정부와의 소통을 원하지만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절망감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면서 "SK건설과 정부는 사고원인에 대한 공방과 별개로 피해주민 구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시민사회TF는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은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로 건설한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SK 건설은 '세피안 세남노이 댐 붕괴 원인'에 대한 라오스 정부의 조사 결과를 전부 공개하고 이에 따른 합당한 피해복구와 보상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댐 붕괴 사고로 인한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사법적, 비사법적 구제 수단 모색을 위한 토론을 하고자 포럼을 개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간 SK건설과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서부발전을 상대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대한민국 연락사무소(NCP)에 진정을 제기하는 준비를 해 왔는바, 이번 포럼과 동시에 진정서도 제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국시민사회TF가 대한민국 연락사무소(NCP)에 제출할 진정서에는 △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 결과를 바탕으로, 댐 붕괴의 원인은 설계와 시공 상의 문제 △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의 비상방류시기 실기로 인한 피해 확대 △ 댐 붕괴 당시 댐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점 △ 환경영향평가보고서의 환경위험대응계획 마련 언급에도 불구하고 전 안전 대책을 시행하지 않은 점 △ 한국수출입은행이 운용 및 금융 자문계약 이행과정에서 예상 위험관련 실사를 하지 아니한 점 △ 피진정인 모두 시민사회와 의사소통을 거부하고, 정보공개 요청에 거부하고 있는 점을 담고 있다. 이어 한국시민사회TF는 "이런 사항들은 OECD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진정서'에는 한국수출입은행, SK건설, 한국서부발전이 '피진정인'으로 명시돼 있다. '한국시민사회TF'는 진정서에서 SK건설을 정조준 해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는 2019년 5월 28일 본 사고의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며 "국가 조사위원회는 독립전문가위원회(IEP) 조사 결과, 사고는 적절한 조처로 막을 수 있었던 붕괴사고였다며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적시했다. 이어 "독립전문가위원회는 '붕괴 전 강우량이 꽤 많았으나 저수지 수위는 최고 가동수준 이하였고 붕괴 당시에도 최고 수위보다 훨씬 낮았다'며 '불가항력에 의한 붕괴로 보기 어렵다' 고 밝혔다"고 썼다.

또한 "적색토(laterite soil)로 쌓은 보조댐에 미세한 관(물길)들이 존재하면서 누수로 인한 내부 침식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기초 지반이 약화된 것을 댐 붕괴의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며 "또한 댐에 물을 채우는 과정에서 이 같은 현상이 최상부에서도 일어나 결국 원호파괴(deep rotational sliding) 형태로 전체 붕괴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SK건설, 한국서부발전을 동시에 겨냥해 "피진정인들과 발주사는 이미 댐의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붕괴 수일 전에 확인하였고, 별다른 댐 복구 작업도 시행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붕괴 당일 댐이 1미터나 침하된 시기에 이르러서야 주민대피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주민들은 본 사고와 관련한 제대로 된 위험의 고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진정인들의 현지 조사 및 그 간 언론에 나온 현지 피해자 인터뷰에서 일관되게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바는 '댐의 붕괴로 인한 매우 심각한 홍수에 대한 대피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또한 이와 관련해 주민들에 대한 연락의 어려움과 지리적 난점은 이미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의 고위 임원이 인정하는 바와 같이 이들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은 7월 22일 21시경에나 돼서야 비상 방수로 개방 조치를 시작했다"며 "7월 20일 침하 발생 및 집중 호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상 방수로 개방 조치를 하루 늦게 함으로써 방류 시기를 놓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초 범람 위기를 인지하고 곧바로 비상 방류를 결정하지 않은 것도 댐 시험 운전 과정의 과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이들은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이 사전 안전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지 않았고, 한국수출입은행은 EDCF의 운용 및 금융 자문계약 이행과정에서 이런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NCP 요청 사항'으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입각해 피해자들이 적절한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충분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며 "구체적인 요청사항은 추후 1차 평가 이후 관련한 단체들과 협의 후 제출하겠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1976년 다국적기업이 경제·사회·환경적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력을 높이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돕기 위해 제정한 행동규범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OECD 회원국 및 가이드라인 수락국 정부와 NGO 및 노동단체들이 공동으로 가이드라인 제정 및 이행 절차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무시하기 힘든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NCP는 다국적기업의 가이드라인 위반에 대한 진정을 접수하고 주선 및 권고를 하는데, 사법적인 강제 절차가 아니더라도 정부가 해당 기업에 의견을 표명하기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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