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6.17 11:59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희남·김중선 교수팀, 뇌졸중 예방하는 '선제적 수술'로 자리매김

좌심방이 폐색술의 원리를 보여주는 도해.
'좌심방이 폐색술'의 원리를 보여주는 모형도.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최근 외과계의 새로운 트렌드는 ‘선제적 수술’이다. 응급질환을 사전에 막기 위해 미리 수술을 하는 것이다. 뇌동맥류에 의한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 미리 코일로 꽈리혈관을 막는 중재적시술이 대표적인 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희남·김중선 교수팀이 심장의 빈 공간을 메워 뇌졸중을 적극적으로 예방하는 ‘좌심방이 폐색술’을 100례 시행하는 등 안정적인 수술법으로 자리매김을 했다고 17일 밝혔다.

좌심방이 폐색술(LAAO, Left Atrial Appendage Occlusion)은 ‘좌심방이’로 혈액이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빈 공간을 메우는 시술이다. 기존에는 항응고제를 복용토록 해서 혈액을 묽게 만드는 방식으로 혈전을 억제했다.

대상은 심방세동 환자다. 심방세동 환자는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뛰는데, 이때 혈액이 심장에서 와류를 형성하면서 혈전(피떡)을 만든다. 이 혈전이 혈관을 타고 흐르다가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을 일으킨다.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혈전의 90% 이상은 좌심방이에서 만들어지고,뇌졸중 발병의 30% 이상이 심방세동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좌심방이 폐색술은 사타구니의 동맥에 특수카데터를 넣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 카데터를 심장 우심방으로 진입시킨 뒤 다시 우심방과 좌심방을 나눈 ‘심방중격’을 뚫고 좌심방으로 들어간다. 이후 좌심방이에 특수 폐색기구를 넣어 메우는 시술을 한다.

실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좌심방이 폐색술을 받은 96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뇌졸중 발생률이 약 19% 감소하고, 혈관출혈 발생률은 10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다기관 연구에서도 좌심방이 폐색술을 받은 심방세동 환자는 뇌졸중이 발생해도 기존 항응고제(와파린)를 복용하던 환자보다 손상부위와 관련된 여러 합병증이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좌심방이 폐색술 시술을 받은 심방세동 환자는 뇌졸중 발병에 따른 치료기간과 치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구미 선진국에서 시술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박희남 교수는 “좌심방이 폐색술을 받은 환자의 93%가 시술 2개월 뒤 항응고제 복용을 중단했다”며 “항응고제로 혈관출혈 위험도가 높거나, 항응고제 복용에도 뇌졸중 예방에 실패한 환자에게 이 시술이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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