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6.21 06:05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 (사진출처= SBS방송 캡처)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 (사진출처= SBS방송 캡처)

어느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되어왔던, 그리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번 정부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견해왔던 인사가 단행됐다. 바로 윤석열 서울지방검찰청장의 파격적인 검찰총장 내정이다. 인사청문회가 남아있지만 검찰총장의 임명은 대통령에게 부여된 직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사실상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은 절차만 남았을 뿐 이미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따라 사법연수원 19기로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자였던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가장 먼저 사의를 표명한 것에 이어 사법연수원 23기인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보다 상위이거나 동기 기수의 검사들의 '탈 검찰' 현상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의 전통인 기수 파괴와 검찰 흔들기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이번 인사에 대한 부정적 우려가 보수 진영 쪽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에 대해 명백한 코드인사이며 검찰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계략이라고 주장하면서 인사청문회에서의 강력한 검증을 피력하였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1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위부대가 장막 뒤에 있을 때도 검찰의 충견 노릇은 극에 달했는데 본격적으로 총장, 중앙지검장으로 전면 배치가 되면 자유한국당은 재앙을 맞게 될 것"이며, "정치적으로는 이미 내부 분열 작업이 시작 되었고, 검찰 발 사정으로 보수, 우파 궤멸 작업에 곧 착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반발은 보수 언론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조선일보는 지난 18일 '새 검찰총장은 충견인가, 법치 수호자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번 검찰총장 지명은 검찰 개혁에 반하는 인선이며, 대통령이 인사권을 이용해 검찰을 충견으로 부린다는 표현을 적시했다.

동아일보 역시 19일 '문재인-윤석열 운명공동체'라는 사설을 통해 어느 법조인의 상갓집에서 늦게 도착한 문무일 현 검찰총장에게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가 예의를 표하지 않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급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식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각자의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상기 기술한 보수 진영의 우려는 크게 체감이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검찰 조직은 검사 개인들의 사모임이 아니며 결코 그래서도 안된다. 그들의 연계는 정의 구현을 위해서만 인정될 뿐이다.

따라서 검찰의 전통이라고 자평하는 기수 문화는 대부분 사람들이 인정하듯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할 큰 병폐에 불과하다. 기수 문화는 검사로서의 능력이 우선되는 검찰조직 쇄신을 위해 반드시 없어져야 할 폐단이기에 파격 인사가 오히려 새로운 인물을 발탁하는 좋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를 마치 이번 정부의 하수인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도 매우 부적절하다. 그가 아직 검찰총장의 직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는데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근거 없이 예측하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또한 윤석열이라는 인물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 강금원 회장이나 안희정 전 지사와 같은 당시 살아있는 권력을 구속시킨 장본인이며, 노무현 대통령의 영애마저 기소했던 전력이 있다. 그가 정권의 눈치를 보고 하수인으로 전락할 사람이라면 오히려 지금보다 위치가 낮았던 당시에 그와 같은 행동이 가능했을까 반문하고 싶다.

여론 역시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의 인선에 대해 호의적임을 알아야 한다. 18일 조사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내정이 긍정적이라고 보는 평가는 전체의 약 49.9%이며, 부정적이라고 보는 평가는 전체의 약 35.6%를 기록했다. 물론 이러한 여론조사를 불신하거나 조사가 잘못되었다고 몰아간다면 어쩔 수 없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으로는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우려보다 기대가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는 부가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동안 역사적으로 검찰이라는 조직이 얼마나 객관적이지 못했고 잘못된 권력을 휘둘러왔는지 우리는 체감해왔다. 그래서 파격으로 느껴지는 이번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의 인선이 이러한 잘못된 검찰의 병폐를 개선하고 진정한 국민의 수호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는 앞으로 검찰내부의 반발이나 보수 진영의 추가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정의라는 두 글자에 입각하여 무소의 뿔처럼 앞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재무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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