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6.21 13:58

문 대통령, 성장률 하락 적신호에 대응 위해 '컨트롤타워 교체' 평가 나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내년 총선 염두에 둔 '경기부양' 조치 증가 전망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출처= 공정거래위원회)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출처= 공정거래위원회)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동시에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대표적 재벌 개혁론자로 분류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정책실장에,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경제수석에 임명했다.  

이들은 각각 김수현 정책실장과 윤종원 경제수석의 후임으로 일하게 된다. 김수현 정책실장과 윤종원 경제수석이 임명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교체된 것을 놓고 '최근 경제 부진에 따른 경질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 18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2019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5%에서 2.0%로 하향조정하고, 골드만삭스 역시 2.3%에서 2.1%로 낮췄으며, 무디스는 2.1%,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2%로 대부분의 글로벌 경제기관들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 초반으로 예측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5월 KDI는 현재 상황대로라면 2020년 이후에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7%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하면서 "경기 하락 국면에서는 재정확대는 위험하다"고 경고한 상황이라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을 임명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양대 축으로 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지속적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뉘앙스를 주면서도 실제로는 '경제정책의 궤도 수정'을 염두에 둔 행보로 읽혀진다. 아울러 김수현 전 정책실장에 대한 문책성 인사일 확률도 적잖아 보인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수현 전 정책실장이 지난 5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마이크가 켜진 상태인 줄도 모르고 나눴던 발언이 이번 인사에 일정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 당시 이인영 원내대표가 "정부가 안 움직이는 것은 제가 다(하겠다)"라고 하자, 김 전 실장이 "진짜 저도 (집권)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아서"라고 답했던 것이 '레임덕'을 말한 것처럼 비쳐져 내심 문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신임 정책실장이 이처럼 중용된 것은 과거 수차례의 인터뷰와 강연 등을 통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전도사' 같은 행보를 보여오긴 했지만, 지난해부터 '미묘한 변화'를 보여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5월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현 정부의 공정거래정책 2년의 성과와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김 신임 정책실장은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 고리가 대부분 해소됐고, 기업들 스스로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와 거래관행을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며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및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의 시행 등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의 진전된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갑을 관계도 개선되고 있다"면서 "재작년부터 순차적으로 가맹, 유통, 하도급, 대리점 등 4대 갑을 분야의 종합대책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추진했고, 그 결과 을의 거래관행 개선 체감도가 상승하고 자율적 상생문화가 확산되는 등 갑을 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3년차인 올해는 공정경제의 성과를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도록 실질적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그간의 성과를 강조하는 것이지만 방점은 '재벌들이 변화를 위한 자정노력을 해왔으니 이제부터는 그런 성과를 바탕으로 대기업들과의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도탄에 빠진 민생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이 변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지식인선언네트워크 '문재인 정부 2년 평가 연속 토론회'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이나 차등 의결권 제도 도입 검토,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 등을 사례로 들며 "정부가 2018년 지방선거 이후 오히려 친재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월 제출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 대해 "재벌의 경제력 집중 해소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으며 사익 편취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 근절과 거리가 멀다"며 "재벌개혁을 포기한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박 교수는 "정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사실상 포기했다"며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통한 대규모 토건 사업으로 경기 부양과 선거에 맞춘 재정지출을 시도한다"고 일갈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문 대통령의 '김상조 기용'은 내년 4월 15일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시각도 대두된다. 박상인 교수의 언급에서처럼 예비타당성 조사면제를 해서라도 경기를 부양시키는 등 가시적인 경제성과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결국 내년 총선 승리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만만찮게 퍼져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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