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06.23 07:05

"시장금리에 반영된 연준의 7월 금리인하 확률은 76%…연내 두 차례도 가능"
7월 FOMC에서 인하는 이르다는 분석도…이 경우 한은 인하는 10월로 밀릴 수도

(일러스트=픽사베이)
(일러스트=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미국 정책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면서 한국은행의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장의 한은 금리인하 예상시점은 8월이 유력한 가운데 10월로 보는 관측도 있다. 다만 연내 금리 인하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8~19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연 2.25~2.50%의 연방기금금리를 동결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FOMC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경제 상황 일부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통화 정책 완화의 근거가 강해지고 있다”고 언급해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처럼 연준은 이번 통화정책 성명에서 ’통화정책에 대해 인내심(patient)을 갖겠다’는 기존 표현을 삭제해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올해 초부터 ’점진적 추가 금리인상’이란 표현을 빼고 대신 '인내심'을 강조했던 문구를 사용했는데 이번에 이를 삭제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FOMC가 물가 하락을 관망하겠다는 자세였다면 6월 FOMC는 이를 인정하고 대응하겠다는 자세로 변했다”며 “점도표를 살피면 연내 두 차례 금리인하가 가능하고 시장금리에 반영된 확률로 보면 7월 인하 가능성은 76%”라고 분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6월 FOMC는 시장 기대에 상당한 수준으로 호응한 비둘기파적인 통화정책 이벤트라고 평가한다”며 “미국의 금리 인하 개시 시점을 당초 예상했던 4분기에서 3분기로 조정하고 기준금리 인하 횟수도 2회로 상향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빠르면 7월 미 금리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주열 총재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금통위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은 연 1.75%의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금통위에서 금통위원들의 성향이 다소 비둘기적으로 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사록을 살펴보면 인하를 주장했던 기존의 조동철 위원 외에도 한 명의 금통위원이 추가로 금리 인하에 손을 들었다. 특히 매파가 4명에서 2명으로 줄고 중립의견이 1명에서 3명으로 늘면서 금리 인하 쪽으로 무게가 옮겨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FOMC에서 미 연준이 금리인하를 시사하면서 한은의 금리인하 기대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6월말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장기화되거나 추가 관세 부과 등 악화될 경우 미 연준의 연내 두 차례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은의 금리인하 시기가 앞당겨지고 금리인하 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동안 금리인하 시점을 4분기로 전망했으나 미중 무역분쟁 악화와 7월 미 연준의 금리인하 조건 하에서는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이 8월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약 미 연준이 연내 두 차례 금리인하에 나선다면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발표되는 ‘5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생산지표는 수출의 마이너스 폭이 커졌던 점을 감안하면 다시 부진할 가능성이 높고 투자 부문도 개선세가 주춤해질 것”이라며 “이는 7월 한은의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 전망치의 하향 조정 가능성을 확대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금리인하설을 강하게 일축했던 이주열 한은 총재도 6월 들어 입장을 선회했다. 이 총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39주년’ 기념식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필요 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상황 점검이 단서로 달렸지만 이 총재도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을 낙관하고 있지는 않다. 이 총재는 6월 FOMC 직후 우리 경제에 대해 “미중 무역협상의 6월 타결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졌고 반도체도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경기 회복시점이 기존 예상보다 조금 늦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KDI나 정부도 경기 부진을 공식화하고 있는 만큼 미 금리 인하가 선행되면 한은이 따라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이 총재는 “미 연준의 변화가 국제금융시장이나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 연준의 방향을 늘 고려한다”며 “연준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따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의장 <사진=FOMC 홈페이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FOMC 홈페이지)

한편, 연준이 7월에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경우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은 4분기로 밀리게 될 공산이 크다.

차기 FOMC 회의가 7월 30~31일, 9월 17~18일에 예정된 만큼 미 금리 인하가 7월이 아닌 9월 FOMC에서 결정된다면 일정상 한은 기준금리 인하는 빨라야 10월 17일 금통위에서나 가능해진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에서 완화적인 스탠스를 재확인했으나 금융시장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며 “투표권을 가진 10명의 위원 가운데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만 인하를 주장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시장의 기대처럼 7월 FOMC 회의에서 인하하려면 한 달 간 투표권을 보유한 위원 가운데 최소 5명 이상이 인하로 생각이 달라질 만큼 무역분쟁이 최악으로 치달아야 한다”며 한은의 7~8월 인하 가능성을 낮게 봤다.

특히 “한국은 미국에 선행해 인하를 시행한 경험이 없다”며 “더군다나 최근 강남 집값이 꿈틀거리는 가운데 부동산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정부와 다른 방향으로 인하를 선제적으로 시행하려면 적어도 미국의 금리 인하가 선행된 후에 시행해야만 부담감을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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