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06.23 09:50

현지 미래금융 이끌 다문화 청소년 지원 '열중'
외국인 근로자 '입소문'으로 현지에 브랜드 홍보

11일 경상남도 김해시 소재 신한은행 김해중앙지점 직원들이 ‘일요 송금센터’ 개점식 이후 인근 외국인 노동자들을 만나 홍보하는 모습.
외국인 특화점포로 지정된 신한은행 경남김해 중앙지점의 직원들이 인근 외국인 근로자들을 만나 지점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제공=신한은행)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차세대 먹거리로 ‘글로벌’을 외친 금융권이 잠재적인 고객을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분주히 찾고 있다. 초대형 외국계 금융사와 현지 기관보다 브랜드 인지도에서 밀리는 탓에 국내 외국인 근로자를 통한 '입소문'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국내 금융그룹은 해외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 확대에 관심을 쏟고 있다. 금융사가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로 처음 진출할 때 현지로 나간 국내 기업에 대한 대출이 사업의 중심이 됐으나 이를 통한 해외 이익의 성장세가 주춤하자 현지 개인 고객과 기업에 향한 구애도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이 작년 한해 해외에서 거둔 순이익은 약 9000억원이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2.8% 가량 늘어난 수치지만 2015년부터 3년간 연평균 14% 이상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약화됨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권은 현지의 고객과 기업에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하고 영업 성과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오히려 국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그 대상은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이다.

먼저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12일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을 통해 다문화 장학생 400명을 선정해 6억30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총 3740명의 다문화 학생들이 선발돼 32억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또 8월 중에는 대표적인 다문화국가 싱가포르를 견학하는 다문화자녀 문화체험단 행사가 올 8월 중 실시된다.

해외사업의 선두인 하나금융그룹은 17일 가수 인순이(김인순)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다문화 대안학교인 해밀학교(강원 홍천)와 함께 다문화학생 소통공간인 해밀 상호문화교류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글로벌 무대를 뛸 인재가 나올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하겠다는 포부다.

이 같은 다문화학생 지원 움직임은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선 글로벌 생존전략이라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과거 다문화 지원 사업은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생활 적응과 국제결혼가정의 정착을 돕는다는 사회공헌의 의미가 짙었지만 지금은 한국사회에서 활약할 인재를 찾는 성격이 강해졌다”며 “특히 다문화 청소년 지원은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한 투자이자 인재 선점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영어나 중국어만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언어가 아닌 이른바 신남방지역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한국 인재들은 많지 않다”며 “금융권이 진출 중이거나 예정인 지역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다문화 인재가 있다면 어느 곳이라도 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사업 기반 강화를 위한 미래 투자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수익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꾸준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외국인 근로자 특화점포의 확대다. 외국인 특화점포는 평일 은행 방문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가 본국 송금 등의 금융서비스를 주말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지점이다.

23일 기준 전국에 영업 중인 시중은행 외국인 특화점포는 총 42개소다. 지난해 3월 말(34개소)보다 8개소가 더 늘었다. 각 은행들은 특화점포에는 외국인 출신 직원들을 다수 배치해 고객과의 거리를 좁히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한국생활 적응을 위한 문화행사, 같은 국적을 가진 외국인을 모은 커뮤니티도 열고 있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다양한 사회, 문화적 혜택을 제공하고 자사 금융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활동으로 볼 수 있다. 한국 금융사가 앞서 신남방 등지로 진출한 거대 외국계 자본, 토착 금융 브랜드보다 인지도 면에서도 밀리기 때문에 현지가 아닌 국내 거주 외국인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국내 금융권은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대상으로 한 혜택, 인프라를 확대해 자연스럽게 현지인에게 입소문이 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현재 거주 중인 외국인 근로자는 언젠가 본국으로 돌아가 한국에서 이용한 금융사를 찾을 가능성이 높고 그 가족과 자녀들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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