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06.25 05:00

지난해 영업이익 75% 차지했던 효자, 1분기 영업이익 64.3% 급감
중국 비메모리 점유율 5년 새 1.9%p 상승…국내 업체는 2.2%p 하락
"돈만 갖고 안 되는 게 비메모리 경쟁력 확보"..."메모리도 어찌 될지 몰라"

삼성전자 본사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삼성이 위험하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라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의례적인 말이 아니었다. 그의 발언에는 비장함이 묻어났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 부회장의 말을 엄살로 치부하고 있다. 삼성이 위험하다는 신호는 여러곳에서 감지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이 위험하다. 삼성의 성장 동력이 휘청거리고 있다.

잘나가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내리막을 걷고 있고, 휴대폰 사업도 불안하다.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사업은 아직 채 성장하지 못했다. 여기에 반기업 정서까지 더해졌다. 4각 파도가 겹치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을 상황에 처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뒤 지난해 2월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고 풀려났다. 3심은 조만간 열린다. 자칫하면 총수 부재 사태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 총제적인 난국이다.

삼성은 국민 기업이다.

삼성의 전체 매출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25% 수준인 400조원에 달한다. 소속 직원수는 20만명에 육박한다. 협력사 직원 가족까지 치면 국민 5명중 1명은 삼성과 연결돼 있다. 주주 또한 엄청나다. 삼성은 지난 2018년 실시한 50대 1 액면 분할 이후 주주가 5배가 급증해 76만명에 달한다.

그 동안 해외 첨단 전자 기업들은 숱하게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가전왕국 소니의 성공과 추락, 통신 왕국 모토로라의 쇠퇴, 휴대폰 왕국 노키아의 급속한 몰락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모두 다 삼성전자가 그간 벤치마킹했던 회사들이다. 삼성이라고 해서 이런 흥망성쇠의 운명에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삼성이 위기라면 우리나라 경제도 위기다. 삼성이 직면한 위기와 해법을 6회 시리즈로 진단한다. [편집자 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1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사장단 대책 회의를 열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삼성전자
이재용(왼쪽에서 두 번째)이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사장단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동훈(왼쪽부터)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삼성그룹의 핵심회사다. 지난해 매출로 243조7714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 또한 58조8867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의 75%가 반도체 부문에서 나왔다. 반도체 영업이익은 44조5200억원에 달했다.

삼성을 넘어 한국 경제의 자랑이었던 반도체가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매출 52조3855억원, 영업이익 6조233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3.5%, 영업이익은 60.2% 급감했다. 2016년 3분기(5조2000억원) 이후 영업이익으론 최저치다.

부진의 원인은 당연히 반도체다. 반도체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4%, 64.3% 감소했다. 반도체의 경우 매출 14조4700억원, 영업이익 4조12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반도체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6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위기론이 감돌았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기가비트(Gb) D램의 고정거래가격은 최근 3.75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7.25달러에서 5개월 만에 절반 가까이 폭락한 것이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128Gb MLC 기준 3.93 달러로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어긋나면서 제품가격이 떨어진 탓이었다.

아직 바닥이 확인되지 않았다. D램익스체인지는 D램 고정거래가격이 3분기와 4분기 각각 10%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하늘에서 비가 내려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천수답처럼 시장 가격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수요 감소로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

당장 반도체 연간 매출 1위 타이틀을 올해 인텔에 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2017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매출 1위를 달성하며 ‘글로벌 반도체 권좌’를 꿰찼다. 하지만 분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속으로 1위 자리를 인텔에 내줬다.

메모리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는 취약점을 극복하기위해 비메모리 반도체에 투자해 왔다. 비 메모리는 메모리 대비 부가가치가 크고 경기 민감도도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투자는 20년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아직까진 큰 도움이 안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에서 비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갈 길이 요원하다는 얘기다.

시장조사기관인 IHS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매출 기준으로 비메모리 시장(3232억 달러)은 메모리 시장(1710억달러)의 약 2배 수준이다.

비메모리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등 특수한 기능을 수행한다. 비메모리는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메모리와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다. 그 대신 메모리보다 적은 투자로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성장 가능성이 크다. 비메모리 시장은 지난 2017년 이후로 2021년까지 5.2%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그동안 꾸준히 비메모리 육성에 노력해왔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삼성이 의도한 대로 되지 않았다. 비메모리 산업에서 삼성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비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을 포함한 국내 반도체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4.1%로 세계 1위인 미국(60.1%), 유럽(12.9%)은 물론 중국(5%)에도 밀린다.

IHS에 따르면 중국의 비메모리 시장점유율이 2013년 3.1%에서 지난해 5%로 5년 새 1.9%포인트 뛰어오르는 사이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은 6.3%에서 4.1%로 오히려 2.2%포인트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비메모리 분야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가 발표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라인에서 작업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최근 2030년까지 비메모리 사업 육성을 위해 133조원의 ‘통 큰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옛날부터 비메모리, 비메모리 했는데, 그게 몇 백조 투자한다고 전 세계 1위를 할 것 같았으면 진작 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라며 "돈만 가지고 안 되는 게 비메모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삼성전자 위기론에 불을 지피는 한 축이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산업에 최대 1조 위안(약 170조원)을 투자한다. 반도체 자급률을 20%에서 70%까지 높이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 정책 지원을 받는 산업의 성장 속도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중국은 이미 팹리스 분야와 시스템 반도체 제조공정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강세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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