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19.06.23 17:16

다니엘 승현, 승현, 헨리, 다니엘 등 이름도 제각각

(사진=YTN 뉴스 캡처)
지난 22일 회삿돈 322억원을 횡령하고 해외로 도피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아들 정한근 씨가 21년 만에 붙잡혀 국내로 압송됐다. (사진=YTN 뉴스 캡처)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회삿돈 322억원을 횡령하고 해외로 도피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55) 씨가 21년 만에 붙잡혔다. 

미국·캐나다·에콰도르·파나마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23일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에 따르면, 에콰도르 내무부는 지난 18일 정씨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최종 목적지로 삼아 파나마로 출국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한국 검찰에 통보해왔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정씨가 탑승한 파나마행 비행기가 이륙하기 1시간 전에 알게 됐다. 검찰은 즉시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한국지부에 연락했고, HSI 파나마지부를 통해 파나마 이민청에 정씨의 수배사실을 통보했다.

파나마 이민청은 이를 토대로 18일 파나마 공항에 도착한 정씨를 입국 거부 조치한 뒤 공항 내 보호소에 구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씨는 국내로 압송됐다. 5개국의 57시간 공조로, 정씨의 21년 기나긴 도피 생활도 끝이 나게 됐다. 

정씨는 지난 1997년 한보그룹 자회사의 자금 323억 원을 횡령해 스위스 비밀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지난 1998년 해외로 도주했다. 당시 검찰은 정 씨 신병 확보가 어렵게 되자 지난 2008년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정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정씨는 신분을 4차례나 세탁해가며 캐나다와 미국, 에콰도르 등에서 도피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니엘 승현, 승현, 헨리, 다니엘은 정씨가 검찰과 경찰, 인터폴을 따돌리기 위해 친구의 명의로 미국 시민권 등을 따며 사용해온 이름이다.

덩달아 '한보 사태'의 주역이자 정한근 씨의 아버지인 정태수 전 회장의 행방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지난 2007년 횡령 사건으로 2심 재판을 받던 도중 지병을 치료하겠다며 법원의 출국 허가를 받고 일본으로 간 뒤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잠적 중이다.

정 전 회장과 아들 한근 씨는 각각 2200억 원과 253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으며, 검찰은 정한근 씨를 상대로 정 전 회장의 소재와 행적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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