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06.24 09:58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 당선자. (사진출처=에크렘 이마모을루 트위터)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터키 이스탄불 시장 재선에서 또다시 야당이 승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5년 만에 이스탄불에 대한 지배력을 잃으며 정치격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 개표가 99% 이상 진행된 가운데 야당인 공화인민당(CHP) 후보 에크렘 이마모을루(49)가 54.03%의 득표율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경쟁 상대인 여당 AKP 후보 비날리 이을드름(63) 전 터키 총리는 45.0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날 두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약 9% 포인트로, 이는 지난 3월 31일 치러진 선거 당시(약 0.2%포인트)에 비해 훨씬 크다. 당시 선거에서도 이마모을루 후보가 승리했었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당 정의개발당(AKP)이 부정 투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터키 최고선거위원회는 야당과 시민들의 반발에도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고 지난달 6일 재선거 시행을 결정했다.

이마모을루는 승리가 확실시되자 연설에서 "이스탄불 시민들이 한 세기에 걸친 터키 민주주의의 전통과 존엄을 지켜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이번 선거 결과는 (자신의) 승리가 아니라 이스탄불을 위한 새로운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재선에서도 또다시 야당이 승리를 거두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탄불은 터키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로, 1994년 에르도안이 시장에 당선된 이후 25년 간 여당이 집권해 왔다.

이번 선거가 터키 정치 구조의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터키에서는 조기 총선 가능성도 나왔다. 전례없는 경제 불황과 서방 국가와의 군사적 긴장감 고조에 따른 우려가 커지면서다.

한편, 올해 49세인 이마모을루는 이스탄불의 베일리크뒤쥐 구청장 출신으로, 이번 선거 이전까지만해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정치인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2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 리라화 가치 하락 등 경제난과 잇따른 테러, 쿠데타 사태, 대규모 난민유입 등에 지친 유권자들에게 '변화'를 호소하는 전략으로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이마모을루는 이스탄불대학에서 경영학으로 학사 및 석사학위를 받은 후 아버지가 운영하는 건설회사에서 일하다 2008년 CHP에 입당하며 정치인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집권 AKP 후보를 꺾고 베일리크뒤쥐 구청장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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