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준영 기자
  • 입력 2019.06.26 05:00

화웨이, 애플 제치고 최대 경쟁사 부상…점유율 격차 지난해 10%p서 3.5%p 축소
갤럭시 폴드 결함도 뼈아파...장기적이고 근원적 기술경쟁력 갖는 '초격차' 절실

위청둥(리처드 위) 화웨이 소비자 부문 CEO. (사진출처=위청둥 페이스북)<br>
위청둥(리처드 위) 화웨이 소비자 부문 CEO. (사진출처=위청둥 페이스북)

[뉴스웍스=박준영 기자] 삼성전자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의 '캐시 카우' 역할을 해온 휴대폰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중국산 저가형 기기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밀린 것이 뼈아팠다.

화웨이를 중심으로 급성장하는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지키고 있지만 이후를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 5월 29일 글로벌 IT 자문기관 가트너는 '2019년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을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화웨이 스마트폰의 판매량은 전 지역에서 늘어났다. 유럽과 중화권에서 각각 69%, 33% 판매량 증가를 보였다. 특히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이자 텃밭인 중화권에서 29.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우위를 점했다.

전반적인 성장세도 뚜렷하다. 화웨이는 5대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 중 가장 높은 연간 성장률을 보였다. 화웨이는 전년 동기 대비 44.5% 성장한 584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러한 판매량에 힘입어 화웨이는 애플을 제치고 2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로 무려 10%나 차이가 나던 삼성전자와의 시장점유율 차이가 이제는 고작 3.5%에 불과하다. 그나마 최근 발생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삼성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만약 미중 무역분쟁이 단기긴에 순조롭게 해결된다면 화웨이의 공격이 더 거세질 것은 뻔하다.

(이미지제공=가트너)
(이미지제공=가트너)

반면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했다. 5G 시대 개막과 함께 발매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10'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재정비한 A 시리즈와 J 시리즈, 신규 M 시리즈 등 중저가 스마트폰 제품군은 중국 제조사들의 공격적인 경쟁 탓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2019년 1분기 삼성전자 IM부문 영업이익은 2.27조원으로 전 분기(1.51조원)에 비해서는 나아졌지만, 전년 동기(3.77조원)보다는 1.5조원이나 줄면서 위기감은 여전하다.

문제는 기대를 모았던 신제품도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를 접었다가 펼 수 있어 폴더블 폰의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됐던 '갤럭시 폴드'가 결함 문제로 출시가 연기된 것도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았다.

4월 23일 북미 시장 출시 예정이었던 갤럭시 폴드는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출시 관련 일정 공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 3사와 갤럭시 폴드 출시와 관련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발매일은 오리무중이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는 것도 악재다. 스마트폰 판매량이 가장 높은 미국과 중국의 2019년 1분기 판매량은 각각 15.8%, 3.2% 감소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분기별 시장 보고서인 '마켓 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6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가트너의 안슐 굽타 책임 연구원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수요는 일반 스마트폰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는 하이엔드 스마트폰에 주력하는 삼성에 영향을 미쳤다"라며 "4G 피처폰이 소비자들에게 낮은 가격에 큰 이점을 제공함에 따라,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교체 속도가 느려지면서 유틸리티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도 줄었다"라고 말했다.

(이미지제작=뉴스웍스)
(이미지제작=뉴스웍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여러 차례 '위기'를 강조한 것도 이처럼 전반적인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일 삼성전자 관계사 사장단과 화성사업장에 모여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해당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라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초격차' 전략을 거듭 강조했다.

13일과 14일, 17일에도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 관계사 사장단을 잇달아 소집해 부문별 경영 전략 및 투자 현황, 글로벌 IT 업계의 구도 변화 전망 및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 등을 직접 챙겼다.

이 부회장은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이 '갤럭시 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이 '갤럭시 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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