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06.25 10:12

"그들의 유조선을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은 스스로 유조선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한국, 일본, 중국 등에게 주요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항행 안전을 지키기 위한 비용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원유의 91%, 일본은 62%를 그 해협에서 얻고 있다. 많은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라며 "왜 우리가 수년 동안 아무 보상도 없이 다른 국가들을 위해 항로를 보호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모든 국가는 그들의 유조선을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며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 됐기 때문에 원유 수입을 위해 위해 그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실어나르는 주요 국가들이 일종의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 등을 대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유로운 항행 보장을 위한 반(反)이란 전선 구축을 시도함과 동시에 이들 국가로부터 분담금을 받아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도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이란 사태에 대한 국제 공조를 강조하면서 중동 해상 수송로를 통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일본, 중국 등의 역할 분담론을 주장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출은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뤄진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하루 원유 수송량은 1700만배럴로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30%를 각각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을 겨냥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해왔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서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나토에 대해 그동안 해왔던 언급들과 맥을 같이 한다"며 "그는 동맹국들이 국방에 더 많은 돈을 쓸 것을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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