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19.06.27 05:00

삼성그룹 9년 전 신수종 사업으로 바이오 지목했지만 성장세 '아득'
삼성바이오로직스, 올 1분기 영업적자와 분식회계 의혹으로 주가 급락
바이오시밀러 3종, 유럽서 선전하고 있지만 미국선 특별한 성과 없어
라이벌 셀트리온, 시총 5위 지키며 '비전 2030' 발표…삼바는 10위권 벗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사 전경. (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사 전경. (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삼성그룹은 지난 2010년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 분야를 지목했다.

9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제 싹을 틔우는 단계인데 다양한 악재로 가지를 뻗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성은 지난 2011년 4월 그룹 계열사들과 퀸타일즈트랜스내셔널 사의 합작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바이오 의약품 생산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한다. 이어 2012년 2월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바이오젠이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상용화를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다.

당시 반도체·스마트폰으로 유명한 삼성전자가 난데없이 '약을 만들어 팔겠다'고 나서서 화제가 됐다. 

삼성의 신수종사업 진출에 대해 국내 바이오업계의 시각은 긍정적이었다. 대기업이 바이오 의약품 산업에 진출하면 수많은 바이오 벤처기업이 겪었던 국내 시장규모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감과 달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립 이후 줄곧 적자 경영이 지속됐다.

지난 2017년 영업이익 63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557억원으로 전년보다 15.6%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 1254억원·영업적자 234억원을 기록하는 등 다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핵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마찬가지다.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1027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3종(베네팔리·플릭사비·임랄디)이 올해 첫 분기 유럽에서 1억7440만 달러(약 198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유럽시장 외엔 실적이 부진하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아직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도 에피스의 주요 자가면역 치료제 점유율이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 같은 와중에 분식회계 논란이 터지면서 곤혹을 겪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의적 분식회계' 결론으로 거래정지시켰다.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의 거래 재개 및 상장 유지 결정으로 거래가 재개됐지만 주가는 올해 22%나 하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총액은 반년 만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현재 주가는 상장폐지에 대한 공포감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11월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영업적자와 함께 검찰조사 과정에서 막연한 공포감이 조성됐고 주가는 다시 전저점 수준으로 하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내부 바이오리액터홀 전경. (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내부 바이오리액터홀 전경. (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폭락 수준의 주가 하락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조사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임직원이 구속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삼성그룹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비율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제일모직과 그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부풀리고, 이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자회사인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변경을 근거로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등 분식회계한 혐의를 증권선물위원회가 고발하고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이다.

수사의 칼날이 이재용 부회장을 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그 동안 모든 회계처리를 IFRS 회계기준에 맞춰 적법하게 해왔으며, 이미 다수의 글로벌 회계법인과 한국공인회계사회 등을 통해서도 회계처리의 적법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고 주장했다. 부실을 숨기기 위해 재무제표를 조작하거나 가공한 범법 사례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조차도 견해를 정반대로 번복할 정도로 결론이 명확하지 않고 달리 판단할 여지가 있어 '회계처리에 대한 해석의 차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행정소송을 통해 회계처리의 적법성을 인정받고,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해 투자자와 고객의 혼란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시총 순위 추이. 한때 시총 순위 5위까지 올랐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26일 현재 11위까지 밀렸다. (자료제공=한국거래소) 

분식회계 의혹 관련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경쟁사인 셀트리온은 시가총액 5위를 굳건히 지켜 대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바와 셀트리온의 차이는 굳건한 오너십에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분 94%를 보유한 비 상장사인 셀트리온 홀딩스와 셀트리온스킨큐어를 통해 셀트리온 지분 21.9%를 보유하고 있다.

확실한 오너십을 통해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며 장기투자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달 16일 인천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셀트리온의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담은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바이오의약품에서 케미컬의약품까지 확고한 경쟁력을 갖춰 셀트리온을 글로벌 1위 제약기업 화이자와 견줄만한 회사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목표다. 

서 회장은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40조 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셀트리온은 인천 송도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25조원, 충북 오창 케미컬의약품 사업에 5조원, U-헬스케어 플랫폼 사업에 10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서 회장은 인천시는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송도를 '바이오밸리'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셀트리온은 현재 3공장 건설 등을 위한 부지 매입을 인천시와 협의하고 있다.

서 회장은 "삼성이 우리처럼 공격적으로 투자하면 두 앵커기업이 우리 바이오산업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에서도 대규모 투자 계획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그룹의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검찰 수사로 손발이 묶여 있다.

이 부회장은 5년전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인해 삼성그룹을 이끌게 됐다. 하지만 경영능력을 펼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혹독한 시련을 겪는다. 지난 2017년 2월부터는 약 1년간의 수감 생활도 했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며 공식적으로 '이재용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8월 그는 그룹 총수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다. 4대 미래 성장 사업에 3년간 180조원을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4대 미래 성장사업은 인공지능(AI), 5세대(5G)이동통신, 바이오, 전장이다. 당시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자신의 경영철학을 실현할 4대 미래성장 사업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곧바로 삼성바이오 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이 터지면서 이 부회장의 행보를 더디게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는 상황 속에서, 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삼성그룹의 비전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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