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재필기자
  • 입력 2016.02.24 10:51

'첫 주자' 김광진, 5시간35분 기록…본회의장 밖 '여야 공방' 계속

▲ 23일 여당에서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김 의원은 5시간 35분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야당이 24일 테러방지법안(테러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틀째 이어가고 있다. 필리버스터가 시행되는 것은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이며, 1969년 3선 개헌을 막기 위한 신민당 박한상 의원 이후 47년만이다.

23일 오후 7시7분쯤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첫 주자로 나서 5시간30분을 넘기는 기록적 발언으로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과 은수미 더민주 의원이 차례로 바통을 이어받으며 11시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야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카드에 대응하기 위해 당분간 '밤샘' 필리버스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이 나서 다음달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여야가 극적으로 타협을 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19대 국회 마지막인 2월 임시국회는 '빈손'으로 막을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김광진 더민주 의원은 총 5시간35분간 발언했다. 이는 1964년 4월 임시국회 때 자유민주당 김준연 의원 체포동의안을 막기 위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록한 5시간19분을 넘어선 것이다.

김 의원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우려는 결국 안보라는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이나 최소한의 권리들이 침해받지 않겠느냐는 염려와 걱정"이라며 "안보를 합리적이고 이성에 입각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게 필리버스터 바통을 넘겨받은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은 약 1시간50분간 발언을 이어 갔고 문 의원 다음으로 연단에 선 은수미 더민주 의원은 오전 10시30분 현재 약 8시간 동안 테러방지법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필리버스터 시작 당시 50명에 육박하던 의원수는 오전 4시가 넘어가자 20명 아래로 떨어졌다. 필리버스터에 강력히 반발한 여당은 시작부터 참석률이 저조했다. 자정에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원내부대표단을 중심으로 대기조를 편성한 새누리당은 2시간 간격으로 1~3명의 의원이 본회의장 자리를 지켰다.

은 의원에 이어 정의당 박원석, 더민주 유승희·최민희·강기정 의원 등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본회의장 바깥에서 여전히 공방을 이어갔다. 

이춘석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밤 기자간담회를 열고 필리버스터를 2월 임시국회의 회기가 끝나는 다음달 10일까지 이어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같은날 기자회견에서 "19대 국회에서 더민주가 처음으로 행하는 필리버스터는 국민의 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입법을 방해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더민주가 과연 대한민국 제1야당인지 개탄스럽고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대해 "국회 선진화법이 얼마나 잘못된 법인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민주는 독소조항에 대한 수정안을 새누리당이 받아들이면 테러방지법 처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여야가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필리버스터는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거나 의사진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합법적 거부권 행사다. 이를 멈추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 의석수(157석)로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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