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6.26 17:36

"영변핵시설 전부가 완전폐기되면 북 비핵화 '되돌릴수 없는 단계 진입' 평가"
"우리가 개혁하려는 것은 재벌 체제로 인한 경제의 불투명, 불공정한 측면"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국 왕세자 겸 부총리 및 국방장관과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청와대 홈페이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영변은 북한 핵시설의 근간입니다.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의 핵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가 공개한 인터뷰 질의답변자료에서 "향후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되면 북한이 어떤 조치를 완료했을 때를 실질적인 비핵화가 이루어진 것, 다시 말해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간주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협상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이른바 비핵화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과 연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와 주요 국가들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에 대해 연합뉴스, AFP, AP, 교도통신, 로이터, 타스, 신화통신 등과 합동 서면인터뷰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대화 정상복귀 노력과 관련, "금방 속도가 나지 않는다고 현 상황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교착상태로 볼 이유는 없다"고 전제한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고, 김여정 제1부부장을 통해 이희호 여사 타계에 조의를 표한 것은 의미 있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지난주 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대화 의지를 재확인한 것도 이러한 진단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이미 많은 진전을 이루었고, 꾸준히 진전을 이루고 있으며, 북미협상의 재개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가게 될 것"이라며 "이제 그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도모한 이상 서로 신뢰하는 자세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경우 안전과 밝은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약속을 신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화가 신뢰를 늘려가고, 신뢰가 대화를 지속하게 할 것"이라며 "남북이 합의한 교류협력사업을 지속하는 것도 중요하다. 합의의 이행은 평화를 만들어내는 신뢰의 힘을 보여준다. 나는 북한과 국제사회 간의 신뢰 회복을 위해 변함없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4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있다"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언제든지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 시기와 장소,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나의 의지"라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이 기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고 분명하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과 관련, "핵 대신 경제발전을 선택해서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분명한 의지"라며 "김 위원장은 나와 세 차례 회담에서 빠른 시기에 비핵화 과정을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을 비핵화와 연계시켜 말한 적도 없다. 나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 나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 등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난 각국 정상들은 한결같이 김 위원장의 약속에 대한 신뢰를 말하고 있다. 신뢰야말로 대화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것과 함께,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김 위원장이 핵 폐기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장과 여러 차례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상당히 유연성이 있고 결단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느꼈다. 예를 들면, 1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발표를 양 정상이 전 세계에 생중계된 기자회견으로 했는데, 그전까지는 없었던 일이다. 원래 공동성명 등의 서면 형식으로 하게 되어 있었는데, 회담과 합의의 역사성을 감안해서 기자회견으로 하자는 나의 제안을 김 위원장이 즉석에서 수용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서도 이런 유연성 있는 결단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고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남북한 경제프로젝트 재개와 영변 핵시설 폐쇄조치를 맞교환하는 것이 더 큰 진전을 위한 신뢰와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공정한 거래라고 여기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남북한 경제프로젝트 재개와 영변 핵시설 폐쇄조치를 맞교환하자고 주장한 바 없다"면서도 "개성공단 재개를 비롯한 남북 경협 사업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이후 맞이하게 될 ‘밝은 미래’를 선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미 모두에게 매력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가 제대로 발전해가고 관계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경제협력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그러자면 국제적인 경제 제재가 해제되어야 하고, 경제 제재가 해제되려면 북한의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어야 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모든 남북협력은 단 1건의 위반 사례도 없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여 추진되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 북미대화를 촉진한다는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상황에 대한 전망에 대해 문 대통령은 "남북군사합의서가 비핵화 과정에서 특별히 중요한 것은 남북 간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여 비핵화 대화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한반도의 긴장을 급격히 고조시키거나 비핵화 대화의 파탄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도 그 효과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북군사합의서가 제대로 잘 이행된다면, 이후에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상호 군사정보를 교환하거나 훈련을 참관하는 등 군사태세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나아가 비핵화 진전에 따라 우리 수도를 겨냥하고 있는 북한의 장사정포와 남북 간에 보유하고 있는 단거리 미사일 등의 위협적 무기를 감축하는 군축단계로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평화가 곧 경제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대륙과 해양을 연결해 한국 경제의 영역을 크게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발전할 경우, 인구 8000만 명의 단일시장이 되어 영국, 프랑스, 이태리보다 더 많으며 독일과 비슷한 수준의 시장 형성이 가능하다. 남북한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엄청난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한일 관계 개선 방향과 관련, 문 대통령은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과거사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아베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과거사 문제는 한국 정부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엄밀히 존재했던 불행했던 역사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비록 한일협정이 체결되기는 했지만, 국제 규범과 인권의식이 높아지면서 그 상처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고통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수용해야 한다. 결국, 양국이 지혜를 모아야 할 지점은 피해자들의 실질적 고통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이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재벌개혁에 관한 질문을 받고  문 대통령은 "구조적 저성장, 양극화와 불평등 극복은 오늘날 전 세계의 관심사"라며 "한국은 이 점에 있어 혁신적 포용국가를 목표로 삼고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공정한 경제 질서를 세우는 재벌개혁은 그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재벌·대기업은 한국의 고성장을 이끌어 왔고, 앞으로도 한국의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한뒤 "우리가 개혁하려는 것은 재벌 체제로 인한 경제의 불투명, 불공정한 측면이다. 이것은 경제에서도 민주주의를 실현해 우리의 민주주의를 더 넓고 깊은, 단단한 민주주의로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임기 중에 꼭 이루고자 하는 소망에 대한 질문에는 "임기 내에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지만 평화의 물결은 이미 흐르고 있다"며 "적어도 그 물결이 되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진척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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