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준영 기자
  • 입력 2019.06.27 09:00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담당(상무)이 '5G 속도 관련 백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뉴스웍스=박준영 기자] 5G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이동통신 3사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최근 LGU+가 3사 중 5G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홍보자료를 연이어 내놓자 KT와 SKT가 즉각 반박에 나섰다.

KT는 25일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5G 속도 관련 백브리핑'을 진행했다. 

현장에 참석한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담당(상무)은 "LGU+가 자신들이 최고라고 하는데 절대 수긍할 수 없다. 이를 반박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KT는 LGU+가 5G 속도를 측정한 자료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최근 LGU+는 5G 전용 스마트폰 '갤럭시 S10'과 'LG V50'을 이용해 서울 지역 곳곳에서 속도를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언론에 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LGU+가 내놓은 자료가 실제와 다르다는 것이 KT 측의 주장이다. KT에 따르면 V50에서는 LGU+의 속도가 좋았지만 S10에서는 이통 3사 중에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LGU+가 서울 주요지역 186곳 중 181곳에서 속도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지만 이 역시 KT가 25일에 직접 측정해보니 실제로는 KT 또는 SKT의 5G 속도가 더 나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상무는 "전체 5G 스마트폰 시장을 10으로 잡으면 높게 봐도 S10이 7, V50이 3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LGU+의 측정 데이터를 보면 V50이 S10보다 4배나 많다. 또한, 품질 측정은 특정 장소에 집중되어 나타나기 마련인데 전방위적으로 펼쳐서 진행했다"라며 "이런 것을 종합해보면 LGU+가 의도적으로 자료를 조작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LGU+가 속도 측정에 사용한 '벤치비'의 허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상무는 "벤치비는 원래 유선 인터넷의 속도를 확인하던 툴이어서 고정점 측정에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 때문에 이동통신에 대한 부분은 제대로 나타내기 어렵다"라며 "이동통신은 이동할 때 품질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동할 때 상황을 정확히 측정해야 제대로 분석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KT에서 내놓은 벤치비 측정 데이터 비교값. (사진=박준영 기자)

벤치비 대신 KT에서 내놓은 측정 방식은 '드라이빙 테스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인한 것으로, 차량으로 이동하며 이동시와 고정점에서의 측정을 모두 진행한다. 벤치비와 달리 연속 측정도 가능하며 망 전환 시 5G와 LTE를 구분할 수 있다.

드라이빙 테스트로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서울 16개구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KT의 5G 속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국 5G 커버리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서울은 3사가 비슷하지만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커버리지 차이가 현저하다. KT와 SKT와 달리 LGU+는 지방 커버리지가 거의 없다.

김 상무는 "품질은 속도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받쳐줄 장비, 즉 커버리지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품질은 0이나 마찬가지"라며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KT·SKT와 LGU+ 커버리지 차이가 극명하다. 그래서 LGU+가 서울을 중심으로 보도자료나 광고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서울은 잘 깔아놓은 것을 인정하지만 전국에 커버리지를 제대로 깔고 나서 이런 주장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류정환 SKT 5GX 인프라그룹장이 '5GX 네트워크 스터디'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SKT 역시 LGU+의 측정 결과에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KT와 같은 날인 25일 SKT는 서울 을지로 기자실에서 '5GX 네트워크 스터디'를 개최했다.

발표를 맡은 류정환 SKT 5GX 인프라그룹장은 LGU+의 측정 결과에 대해 "엔지니어로서 인정할 수 없다. 세부 데이터를 직접 봐야 하지만 어디서 누가 어느 시간대에 속도를 측정했느냐에 따라 결과값은 다르다"라며 "현재 5G는 과도기 상태이고, 품질 비교도 쉽지 않다. 정부에서 내년에 측정한다고 하는데 체감률 등 다양한 지표와 여러 환경에서 측정해야 제대로 된 값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강한 발언을 직설적으로 쏟아낸 KT와 달리 SKT는 조금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류 그룹장은 "1년 반 만에 전국망을 구축한 LTE 때보다 5G는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이통사별로 장비 수도 다르다. 전국망이 완성되면 거의 비슷해질 것"이라며 "현재는 결과값에서 SKT가 경쟁사에 지는 지역도 많이 나오는데 이는 우리가 개선할 부분이다. 저희 자체가 고객 눈높이에 맞추는 활동을 많이 하겠다"라고 말했다.

SKT 역시 5G 1등을 놓치지 않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KT가 드라이빙 테스트에서 가장 낫다고 말한 것에 대해 류 그룹장은 "서로 이기는 곳도 있고 지는 곳도 있다. 그러나 SKT가 이기는 곳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라며 "품질을 빨리 올려서 과거와 마찬가지로 5G에서도 1등을 차지하겠다. 원하는만큼 품질을 제공하지 못해 이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죄송하다. 빠른 시일 내에 품질을 올리겠으며, 통화 품질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라고 전했다.

KT와 SKT의 문제제기를 확인한 LGU+는 5G 속도품질을 공개 검증하자는 입장을 내놨다.

LGU+ 관계자는 "경쟁사가 제기한 것처럼 당사가 임의로 주변의 속도를 높이는 등의 행위를 통해 결과값을 왜곡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경쟁사의 속도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공개 검증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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