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06.29 19:11

서정선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박영주 서울대병원 교수, 유승근 마크로젠 선임연구원 공동연구팀

한국인 113명의 미분화 갑상선암 DNA 분석결과. 암 억제 유전자의 변이는 미분화 갑상선암에서만 매우 높은 빈도로 확인됐다. (자료제공=마크로젠)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미분화 갑상선암은 발병 시 1년 안에 사망한다고 알려진 ‘나쁜 암’이지만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생존율을 80%까지 높일 수 있다.

국내 의료진이 이러한 미분화 갑상선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냈다.

서정선 분당서울대병원 석좌교수, 박영주 서울대병원내분비내과 박교수, 유승근 마크로젠 선임연구원 공동연구팀은 미분화 갑상선암 조기진단 바이오마커에 대한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지난 24일자로 게재했다.

연구팀은 한국인 갑상선암 환자 113명의 DNA와 25명의 RNA를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방식으로 분석했으며, 그 결과 미분화 갑상선암의 진행을 예측할 수 있는 다수의 바이오마커를 발굴했다.

연구 결과 갑상선암 세포에서 암 억제 유전자(TP53, CDKN2A 등) 변이가 발견되는 경우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바이오마커가 나타나는 환자는 조기치료 대상자로 선별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CDKN2A 유전자와 갑상선암 예후 사이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미분화 갑상선암 환자의 22%는 CDKN2A 유전자에 결실이 존재했으며, 이 경우 결실이 없는 환자에 비해 예후가 매우 나빠 치료 후 생존율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텔로미어 길이 조절 유전자(TERT) 변이와 발암 유전자(AKT1, PIK3CA, EIF1AX) 변이 또한 미분화 갑상선암과 진행성 분화 갑상선암을 예측할 수 있는 조기진단 바이오마커로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에서는 새로운 치료후보 물질도 발굴됐다.

연구팀은 일부 미분화 갑상선암 조직에서 JAK-STAT 신호전달 경로가 활성화된 것을 확인했으며, 실험을 통해 이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하면 미분화 갑상선암의 증식이 저하됨을 증명했다.

미분화 갑상선암은 ‘착한 암’으로 알려진 분화 갑상선암과는 달리 평균 생존기간이 1년 미만인 치명적인 암이다.

주변 장기 및 림프절로의 전이가 빨라 예후가 매우 나쁘며, 늦게 발견해 암전체가 미분화암으로 악화되면 5년 생존율이 14% 밖에 되지 않는다.

일찍 발견해 일부만 미분화한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81%로, 조기 치료 시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박영주 교수는 ”미분화 갑상선암은 초기에 발견하지 않으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라며 “다수의 표적 치료제 효과가 기대되는 바이오마커를 확인한 이번 연구결과는 미분화 갑상선암 환자의 조기진단과 맞춤표적치료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성과”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서정선 석좌교수는 "연구결과가 미분화 갑상선암을 조기에 예측하고 치료하도록 해주어 환자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연구재단과 마크로젠의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DNA 분석에는마크로젠에서 특별 제작한 갑상선암 맞춤 패널이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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