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07.02 17:11

경쟁도평가위 "현재는 신규 인가가 바람직한 경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가 저축은행업 경쟁도평가를 끝으로 모든 업권에 대한 1차적인 경쟁도평가를 마무리했다. 평가 결과 현재 저축은행업권은 경쟁적인 특성과 비경쟁적인 특성이 혼재하는 가운데 신규인가가 바람직한 경쟁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2일 평가위원회는 저축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와 정책제언을 제시했다. 평가위원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업 전체 및 영업구역별 시장집중도는 전반적으로 낮아 경쟁적인 시장으로 나타났다. 2018년말 기준으로 총대출의 HHI 지수는 349, CR3은 23.6%로 경쟁도가 매우 높은 수준이다.

HHI 지수는 각 참가자들의 시장점유율의 제곱의 합으로 시장집중도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수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으로 HHI가 1200보다 낮으면 집중되지 않은 시장으로, 2500 이상일 경우에는 매우 집중된 시장으로 평가된다.

CR3은 가장 규모가 큰 3개 기업이 산업 내에서 차지하는 매출액의 백분율을 뜻하며 CR3이 75% 이상일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본다.

또 ROA(총자산순이익률), ROE(자기자본순이익률)로 평가한 수익성은 타 업권 대비 높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올해 1분기 저축은행의 ROA는 1.18%, ROE는 10.53%로 은행(0.60%, 7.65%), 상호금융(0.60%, 8.06%)보다 높다. 이처럼 저축은행의 수익성은 구조조정 이후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다만 안정화된 것으로 평가하는 다소 이르다는 평가다.

반면 금리인하 경쟁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 법정최고금리가 27.9%에서 24.0%로 축소됐다. 다만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는 19.66%로 1년 전보다는 1.15%포인트 하락했으나 여전히 20%대에 육박해 높았다.

소비자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소비자들은 충분한 대출한도 등을 이유로 저축은행을 선택했으나 대출금리에 가장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예금고객 응답자의 77%는 파산 가능성을 우려했다.

위원회는 “저축은행업권은 정량적으로는 경쟁적이나 경쟁적인 시장에서 기대되는 대출금리 인하 등 소비자 편익 제고는 미흡한 상황”이라며 “현재는 신규인가가 바람직한 경쟁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으로 경쟁여건 개선 및 건전성 확보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 수행에 바람직한 경쟁이 촉진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영업구역 내 여신전문출장소 설치규제 완화 등을 통해 지역 밀착형 영업을 유인하고 영업구역 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며 “향후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확립되고 경쟁여건이 개선된 이후 신규인가 필요성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의 경영건전성이 확고하게 정착되도록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금리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 조성을 위해 신용평가 역량제고 및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또 바람직한 경쟁 촉진을 위한 여건 개선 및 건전성 관리에 중점을 두고 신규 인가 필요여부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손병두 부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손병두 부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한편, 금융위는 올해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를 종료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평가위원회를 재개해 반기마다 순차적으로 업권별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평가위원회 마지막 회의에 참석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1년 동안 5개 업권에 대한 경쟁도 평가를 실시하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어떤 논란이나 불협화음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며 “이에 따라 4개의 신규 금융회사 인가가 이미 이루어졌고 추가 인가를 위한 절차·제도개선이 진행되는 등 가시적 성과도 도출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진입정책은 시장에 신규플레이어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금융산업에 대한 영향이 가장 큰 정책 중 하나”라며 “시장은 살아 있는 생물과도 같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다수의 지혜를 토대로 냉정한 선택을 수행하는 만큼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언급했다.

특히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모든 사람은 어떤 중요한 것을 알고 있다”며 “금융당국과 다양한 분야의 민간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댈 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올해 하반기는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내년부터 평가위원회를 재개해 지속적·주기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라며 “내년 상반기부터 ‘스몰 라이센스’ 도입방안을 시작으로 매 반기마다 업권별 평가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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