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7.03 10:57

서울성모병원 이지현 교수 "불안장애·우울증·신체형 장애 등 노출"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난치성 피부질환인 ‘건선’ 환자는 불안장애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율이 정상인 보다 월등히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이지현(사진) 교수·방철환 임상강사와 광운대 경영학부 이석준 교수·윤재웅 연구원은 건선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추적조사 결과, 이들이 높은 불안의식과 신체형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얻은 건선과 정신질환자 1만2762명을 대상으로 조사에 들어갔다. 정신질환은 우울증, 불안장애, 급성스트레스 반응, 신체형 장애, 신경증성 장애, 비기질성 수면장애로 분류했다. 신체형 장애는 정신적인 갈등 때문에 신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비기질성 수면장애는 신체적 원인이 아닌 정신적인 수면장애를 뜻한다.

연구 결과, 건선 환자는 건선을 진단 받지 않은 정상대조군에 비해 급성스트레스 반응(1.25배)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발생 위험도가 2배 이상 높았다. 특히 불안장애가 2.92배로 가장 높았고, 신경증성 장애 2.66배, 신체형 장애 2.62배, 비기질성 수면장애 2.58배 순으로 나타났다.

남녀의 정신질환 양상도 달랐다. 여성은 우울증이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았던 반면 남성은 신경증성 장애와 신체형 장애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건선 진단후 정신질환이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급성스트레스 반응이 61일로 가장 짧았다. 다음으로 우울증과 신경증성 장애가 각각 196일, 224일로 가장 길었다. 불안장애, 신체형 장애, 비기질성 수면장애는 86일에서 94일로 발병까지 3개월가량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성 건선 환자가 불안장애에 걸리는 기간은 53일로 2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건선환자의 정신질환 노출이 심한 것은 미용적인 트러블인데다 주위의 편견 때문으로 해석한다.

만성염증성피부질환인 건선은 무릎이나 팔꿈치처럼 돌출된 부위에 빨간 반점에 각질이 덮인 모양을 보인다. 노출되는 부위이다보니 전염병으로 오해받기 쉬워 사회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특히 사회생활이 왕성한 30~50대 환자가 절반을 차지해 심리적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건선은 인구 3%에서 유병률을 보일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국내에서도 16만명 이상이 고통을 받고 있다. 아직 건선의 원인은 정확하지 않다. 면역시스템 이상으로 특정 면역세포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건선은 조기치료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건선 치료에는 연고와 경구 약, 광선치료, 생물학적 제제 등이 사용된다.

이지현 교수는 “건선 환자가 불안증상이나 우울, 불면증 등이 있을 경우 피부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를 조기에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피부과학저널인 ‘JAMA Dermatology’ 6월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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