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07.03 14:14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공학계 석학과 산업계 리더들이 이대로 가면 우리 경제는 향후 5년 이상 성장률 하락으로 L자형 장기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공학한림원 회원들이 한국 산업의 구조전환에 대해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회원 대상으로 ‘한국 산업의 구조전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61명의 회원이 참여한 1차 설문조사는 한국 경제 현황 진단과 원인에 대해 진행되었고, 이 중 참여의사를 밝힌 8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2차 설문은 보다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 마련을 위한 심층조사로 진행됐다.

1차 설문조사의 주요 결과를 살펴보면, 먼저 응답자의 80.8%가 향후 한국 경제는 ‘장기·구조적 저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L자형 장기 침체 지속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중기 침체 후 V자형 회복에 대한 기대는 16.1%에 그쳤다. 

이 같은 장기·구조적 저성장세 지속 전망의 요인으로 대내적으로는 ‘노동시장 경직·투자 및 고용 부진(51%)’을 가장 많이 꼽았고, 대외적으로는‘중국의 부상 등 글로벌 기술격차 감소와 기업경쟁력 약화(74.3%)’가 압도적이었다.

한국의 장기·구조적 저성장세 탈피를 위해 가장 시급히 중점 추진돼야 할 정책과제로는 ‘주력산업의 고도화와 신성장 산업육성(49.8%)’과 ‘고용 및 노동시장 개혁(36.8%)’이 꼽혔다.

양극화 및 사회 갈등 해소라는 응답은 5.0%에 그쳐 응답자 대부분은 산업구조 고도화 및 세대교체를 노동개혁과 병행해 추진할 것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 또는 위기가 구조적 문제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응답자인 98.1%(매우 공감 59.0%, 대체로 공감 39.1%)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그 주요 원인으로는(복수응답) ‘주력산업의 구조개편 미흡과 신성장산업 진출 미흡’(56.7%)과 ‘정부의 산업구조 전환 여건조성 및 정책대응 미흡’ (55.6%), ‘기존 법제도 및 규제의 신산업 진출 방해’(36.4%), ‘핵심 원천기술 확보 부족’(26.4%) 등과 같은 대내 요인들이, ‘중국의 급부상 및 주력과 신산업 추월’(19.5%), ‘미·중 무역전쟁과 보호주의 확대’(3.1%) 등 대외 요인들을 압도했다.

한국 제조업의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통제할 수 없는 대외여건의 호전을 기다릴 게 아니라, 주력산업의 구조고도화 및 신성장산업 창출을 위한 산업구조 전환 여건 조성과 규제개혁, 기술개발 등 대내 정책적인 대응력을 제고하는 게 무엇보다 절실함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 주력 제조업이 경쟁력을 얼마나 유지할 것 같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0.5%가 5년 이내라고 답했고, 첨단기술기반 신산업이 미래 우리의 주력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기간으로는 63.2%가 5년 초과 10년 이내라고 답했다.

우리가 향후 5년 안에 산업구조를 개편하지 못하면 10년 후를 장담할 수 없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제조업을 향후 10년 기준으로 ‘지속성장이 기대되는 산업', ‘급격한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산업', ‘새로운 주력 제조업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 등으로 구분해 각각 세부분야를 꼽아달라고 질문했다.

그 결과 ‘지속성장 산업군’으로는 반도체, 통신기기, 디스플레이가 ‘구조개편 산업군’으로는 조선, 자동차, 건설이 ‘신성장 산업군'으로는 바이오헬스·의료기기, 이차전지, 5G통신이 각각 선두그룹을 형성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이러한 국내 제조업을 3개의 전략산업군(지속성장 산업군, 구조개편 산업군, 신성장 산업군)과 이들 산업군과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공통의 ‘융복합 기반기술’ 그룹으로 나눠 각각에 맞는 차별적인 구조전환 방향과 과제 등을 도출한 연구결과를 9일 열리는 산업미래전략포럼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 산업의 구조전환:공학한림원의 진단과 처방’이라는 주제로 장석권 한양대 교수와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를 진행하고 이에 대한 패널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패널토론에는 전략산업군별 대표주자로 강인엽 삼성전자 사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이동면 KT 사장, 노기수 LG화학 사장, 양웅철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 이병건 전 녹십자 대표이사,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등 산업계 리더들이 대거 참석해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가 학계 대표로 참석해 경제 및 노동문제 전반에 대한 의견도 개진한다.

9일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리는 ‘산업미래전략포럼’은 무료 오픈포럼으로 한국공학한림원 홈페이지에서 사전등록하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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