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7.03 14:20

주행 조건에 따라 흡기 밸브 열림 시간 자유롭게 최적 상태로 제어
CVVD 적용 시 성능 4%, 연비 5% 상승, 배출가스 12% 저감
올해 하반기 출시될 신형 쏘나타 1.6 터보에 CVVD 최초 적용 예정

가솔린 엔진2리서치랩 하경표 연구원이 CVVD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현대차 가솔린 엔진2리서치랩 하경표 연구원이 CVVD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현대·기아자동차는 130년 동안 자동차업계에서 하지 못했던 밸브의 열림과 닫힘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양산에 적용한다. 2009년 최초로 아이디어를 낸뒤 10여년의 연구를 통해 이같은 성과를 올렸다.

현대·기아차가 엔진의 종합적인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이하 CVVD, 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 기술을 세계 최초 개발해 양산차에 적용한다고 3일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이날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신기술 미디어 설명회’를 열고 CVVD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날 이종섭 현대차 가솔린 엔진 설계실 상무는 "CVVD가 적용되는 스마트스트림 엔진은 현재 1.0부터 3.5엔진까지 모두 개발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전 기종에 확대 적용하는 것은 위험요소가 있어 소배기량 위주로 차츰 적용해 나갈 것이며 향후 2.5나 3.5리터 고배기량 모델까지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VVD 기술은 지금까지 부분적으로만 가능했던 엔진 밸브 열림 시간 제어를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기술로 그동안 엔진의 성능 혹은 연비만을 선택해 개발해야했지만, 엔진의 성능과 연료소비효율(이하 연비)을 동시에 향상시키면서 배출가스까지 줄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자동차 엔진은 흡입-압축-팽창-배기의 4단계 과정을 통해 연료를 연소시켜 동력을 발생시킨다. 이 과정에서 흡기와 배기가 통과하는 관문인 밸브의 열림과 닫힘 시점과 깊이를 주행 상황에 따라 조절하는 가변밸브 제어 기술들을 통해 엔진의 성능과 효율을 높여왔다.

연비를 우선시하는 아킨슨 사이클, 성능에 중점을 둔 밀러 사이클, 연비와 성능 절충형 오토 사이클의 특징을 CVVD 기술에 적용해 연비와 성능 2가지 측면모두를 만족시킨다. (사진=손진석 기자)
연비를 우선시하는 아킨슨 사이클, 성능에 중점을 둔 밀러 사이클, 연비와 성능 절충형 오토 사이클의 특징을 CVVD 기술에 적용해 연비와 성능 2가지 측면모두를 만족시킨다. (사진=손진석 기자)

가변밸브 제어 기술로는 밸브의 여닫힘 시점을 제어하는 연속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CVVT), 밸브의 개폐 깊이를 조절해 실린더 내 공기량을 제어하는 연속 가변 밸브 리프트(CVVL) 등이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그동안 연비, 효율 또는 성능 중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이번 발표된 현대차의 CVVD는 엔진 사이클의 특성에 맞는 고정된 밸브 제어 기술이 아닌 차량의 상태와 엔진의 작동 조건에 맞춰 흡기 밸브가 열려 있는 시간을 최적화해 연비와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현대차가 기아차와 처음 선보인 CVVD 기술은 캠축의 중심축을 모터로 제어해 캠축 회전 중심을 변경한다. 캠은 변경된 중심축의 회전 반경 만큼 밸브에 접촉되는 시간이 변하게 된다. 이 접촉 시간이 바로 밸브의 열림을 결정하는 요소다.

CVVD의 작동원리 설명, 캠축의 중심축 변화로 인한 밸브 개페시기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CVVD의 작동원리 설명, 캠축의 중심축 변화로 인한 밸브 개페시기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이러한 기술 적용을 위해 링크구조의 단순화를 통해 밸브 구조를 변경해 밸브를 열고 싶을 때 열고 닫고 싶을 때 닫을 수 있으며, 밸브의 오버랩도 조절이 가능한 구조적 특징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기술로 올해 2월 국내 출시한 인피니티 QX50에 적용된 VC-Turbo는 주행 상황에 맞게 엔진의 압축비를 변화시켜 출력과 효율성을 최적화시켜 주는 기술로 가속 시에는 압축비를 8:1로 낮춰 터보 부스트를 활성화시키고 정속 주행 시에는 최대 14:1까지 압축비를 상승시켜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준다.

이에 반해 현대의 CVVD 기술은 연비 주행, 가속 주행 등 운전 조건 별로 밸브 듀레이션을 길거나 짧게 제어해 아킨슨, 오토, 밀러 사이클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유효 압축비를 4:1~10.5:1까지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 가변 압축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CVVD 기술이 적용된 엔진은 출력이 적게 필요한 정속 주행 시에는 흡기밸브를 압축행정의 중후반까지 열어두어 압축 시 발생하는 저항을 감소시키고 압축비도 낮춰 연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대로 가속 주행 시에는 흡기 밸브를 압축 행정 초반에 닫아 폭발에 사용되는 공기량을 최대화함으로서 엔진의 토크가 향상돼 가속성능이 개선된다.

이외에도 CVVD 기술은 최적의 밸브 듀레이션 구현으로 연료 연소율을 높여 배출가스 저감에도 높은 효과가 있다. CVVD 기술 적용 시 엔진 성능을 4% 이상, 연비는 5% 이상 향상되며 배출가스 저감도 12%이상 저감된다.

CVVD 기술은 운전 상황에 따라 성능 영역이 중요할 때는 성능을, 연비 영역이 중요할 때 연비에 유리하도록 밸브 듀레이션을 바꿔줌으로서 성능과 연비 2가지를 동시에 개선시킨다는 점에서 과거 30년 동안 개발되어 온 가변밸브제어 기술은 물론 133년 가솔린 엔진 역사에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된다.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 T-GDi 엔진에 적용된 최신 기술(사진=손진석 기자)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 T-GDi 엔진에 적용된 최신 기술(사진=손진석 기자)

이날 CVVD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 실물을 공개했다. 이 엔진은 배기량 1598cc의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으로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f·m의 성능을 구현했다.

여기에 연비개선에 도움이 되는 저압 배기가스재순환 시스템(LP EGR)이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EGR 시스템은 엔진에서 연소된 배기가스 일부를 다시 엔진으로 재순환시켜 연소실의 온도를 낮춤으로서 연비를 개선하고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을 유도하는 장치다. G1.6 T-GDi에는 연소된 배기가스를 흡기계가 아닌 터보차저 컴프레셔 전단으로 유입시키는 저압 시스템을 적용해 고부하 영역의 엔진 효율을 높였다.

이외에도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에는 엔진의 온도를 신속하게 상승 혹은 냉각시켜 연비를 높이고 엔진 내구성, 가속 성능을 개선한 통합열관리 시스템(ITMS)과 기존 T-GDI 엔진의 연료 분사 압력인 250bar 보다 40% 높은 350bar의 더 강력해진 직분사 시스템, 기계적인 마찰을 최소화한 구동부품을 적용해 엔진의 마찰을 34% 저감한 엔진 무빙시스템 등의 신기술들이 적용됐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신형 쏘나타 1.6 터보에 CVVD 기술을 최초로 적용할 예정이다. 향후 기술을 보완해 가며 CVVD 적용을 전 차종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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