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7.04 18:43

이정민 실장 "총선 출마, 국토부 장관설 나도는 이 사장의 청와대 눈치보기냐"
"자회사 기간제 전환자에게 1인당 100만원씩 주며 '노노갈등' 야기"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지난달 30일부터 4일 현재까지 서울요금소 구조물 위에 올라가 있는 30여명의 해고된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 공공연대 노조)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지난달 30일부터 4일 현재까지 서울요금소 구조물 위에 올라가 있는 30여명의 해고된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 공공연대 노조)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한국도로공사가 지난 7월 1일자로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는 1,500여명의 노동자들을 집단으로 해고하자, 고속도로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대량해고 철회와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투쟁이 나날이 격화되고 있다.

해고 수납원 120여 명은 4일 오전 7시 반부터 경기도 성남시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서울요금소 인근에서 2시간 동안 점거 농성을 벌였고, 5개 중대를 동원한 경찰은 집회 해산 명령을 따르지 않고 도로를 무단으로 점거한 혐의로 집회 참가자 23명을 체포했다.

이번 점거로 부산 방향 12개 차선 가운데 6개 차선에서 통행이 막혔고, 인근 부산 방향 고속도로 2km 가량 정체됐다.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지난달 30일부터 서울요금소 구조물 위에 올라가 있는 30여명의 해고 수납원들은 고공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날 이정민 공공연대 노조 기획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에 대해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놨다. 그는 "이강래 사장이 과거에 민주화운동을 했고, 노동존중을 한다는 분이 그것도 국회의원을 3선까지 하고 또 야당의원 시절에 여러가지 친노동자적 행보도 보였던 분이 이래서는 안 된다"며 "본인이 낙하산으로 도로공사 사장으로 왔으면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해서 반대 행보를 보이면 되겠느냐"고 일갈했다.

아울러 "고등법원에서 판결로 직접고용을 하라고 했으면 일단, 대법원 판결나기 전까지 기존의 형태를 유지하던지, 백번 양보하더라도 기존에 용역직원 신분이었으니 용역으로 갔다가 대법원 판결이 나면 그때가서 조정하면 되는 것인데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힐난했다.

이에 더해 "이강래 사장이 진두지휘를 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무리 밑의 실무자들이 이렇게 했다(자회사 직원으로 전환)하더라도 말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항간에는 내년에 이강래 사장이 출마하거나 아니면, 국토부 장관설이 도는데 청와대 등의 눈치를 보는거냐"며 "고등법원에서 불법파견이니 직접고용을 하라고 했고, 대법원 판결은 내년 중하반기로 보고 있는데 그때가서 결정해도 되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또한, "이강래 사장이 너희들이 하고 싶으면 자회사 기간제로 가라고 했다"며 "도로공사 기간제도 아니고 자회사의 기간제로 가라는 것은 요금 수납원들이 원래 정규직이고 무기직이었는데 몇차례 바뀌어서 용역으로 바뀐건데, 자회사로 갈 사람은 그리로 가고 안 갈 사람은 자회사 기간제로 가라는 게 도대체 무슨 처사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회사 기간제들이 하는 일이 뭔지 아느냐"며 "고속도로 주변 풀뽑기와 졸음쉼터로 가서 화장실 청소하기 등인데, 이런 식으로 사람에게 모욕을 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이강래 사장이 7월에는 자회사로 간 사람들에게 축하금 조로 1인당 백만원씩 줬다"며 "완전히 사람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노노갈등 야기시키는 것도 아니고, '자회사 온 사람들에게는 100만원씩 준다, 메롱'하는 것도 아니고 사장이 이래서 되겠느냐"고 규탄했다. 이어 "이강래 사장은 머리도 참 좋다"며 "원래는 해고시킨 사람들에게 나갈 월급이었는데 그 돈이 나갈 일이 없으니 그 돈으로 자회사에 온 사람들에게 1인당 100만원씩 줘서 총 50억 뿌려서 노노갈등 일으켜서 서로 찢어지게 하니 얼마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냐"고 비꼬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모든 책임이 근본적으로는 청와대에 있지만, 이 사태가 일어나기전에 얼마든지 법원에 사건이 계류돼 있으니 이강래 사장이 청와대나 노동부에 보고하면서 '일단은 용역으로 2~3년 연장하고 대법원의 결정이 나는대로 그때 중지를 모아 결정하겠다해도 될 것을 이런 식으로 하나"라고 질타했다.

한편, 공공연대노동조합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및 공기업의 공무원을 제외한 공무직, 기간제, 간접고용 노동자와 아이돌봄사업, 보육시설, 장애인 지원사업 등 공공사회서비스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조다. 고속도로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현재 한국노총,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내 민주연합노조,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내 공공연대노조 소속으로 분산 돼 있다.

4일 오전 7시 반부터 경기도 성남시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서울요금소 인근에서 2시간 동안 점거 농성을 벌이던 해고된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5개 중대를 동원한 경찰에 의한 강제적 집회 해산 과정에서 부상 당해, 119 구급차로 실려 나가고 있다. (사진제공= 민중당)
4일 오전 7시 반부터 경기도 성남시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서울요금소 인근에서 2시간 동안 점거 농성을 벌이던 해고된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5개 중대를 동원한 경찰에 의한 강제적 집회 해산 과정에서 부상 당해, 119 구급차로 실려 나가고 있다. (사진제공= 민중당)

민중당 신창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고속도로에서 요금수납 업무를 하는 8천여 노동자들은 원래 한국도로공사 정규직이었다. 그러나 두차례 구조조정을 거치며 용역업체 신분으로 비정규직이 됐다"며 "하는 일도 똑같고 한국도로공사의 업무지시도 변한 게 없는데 신분과 처우만 비정규직으로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요금수납원들은 다시 정규직이 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며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1, 2심 재판부는 불법파견이라며 한국도로공사보고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했고, 문재인 정부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계속해서 "그런데 한국도로공사는 직접 고용은 고사하고 자회사라는 꼼수를 부려 직접 고용을 거부하더니, 급기야 자회사 전환을 거부한 1,500여 명의 노동자들을 한꺼번에 잘라버렸다"면서 "어처구니없는 대량해고가 그것도 공공기관에서 일어났다는게 믿기지 않는다"고 평했다.

아울러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 전환 꼼수와 대량해고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얼마나 허울뿐인 정책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며 "정규직 만들어 준다더니 또 다른 비정규직, 또 다른 용역업체일 뿐인 자회사가 웬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한, 민중당은 지난 3일 열렷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본대회에서의 한 요금수납 노동자의 발언을 빌어 "설마 정부가 힘없는 여성노동자 1,500명을 해고할 수 있을까, 잠시나마 기대했던 제가 한심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신 대변인은 "기대가 컸던 만큼 노동자들의 실망과 분노도 크다"며 "한국도로공사는 천부당만부당한 1,500여명 집단해고를 당장 철회하고 직접고용을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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