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2.24 17:06
말을 타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그린 중국의 그림이다. 말(馬)에 관한 단어는 무수하다. 싸움과 경쟁을 의미하는 출마(出馬)도 그 중 하나다.

요즘 출마(出馬)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곧 있을 총선 때문이다. 여당과 야당 모두 출마할 사람을 선정하느라고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어쨌거나 당내 경쟁을 통해 후보자의 자격을 얻어 본선에 나아가 상대와 당락을 두고 싸움을 벌이는 出馬(출마)다. ‘말을 몰고 나서다’의 뜻이다.

말은 과거의 전쟁에서는 가장 중요한 물자에 속했다. 기동력을 높이는 데, 전쟁터에서 직접 상대를 공격할 때 모두 없어서는 곤란한 존재다. 그런 말에 올라타 진영을 나서 상대와 싸움에 나서는 일이 곧 出馬다. 진영을 나선다는 뜻의 출진(出陣)도 그와 같은 뜻이다.

그에 앞서 말에 올라타는 일, 곧 기마(騎馬)는 출마에 선행하는 작업이다. 말을 달린다는 말은 우리가 곧잘 주마(走馬)라고 쓴다. 말을 달리면서 산을 구경하는 일이 주마간산(走馬看山) 아닌가. 기마해서 주마하다가 출마하고는 곧 싸움에 들어서겠지. 그 말에서 떨어지는 일은 낙마(落馬)라고 적는다. 싸움에서 낙마는 곧 패배를 의미한다.

출마나 낙마나 모두 싸움 이외의 뜻도 얻었다. 앞은 전쟁 말고도 ‘일을 벌이다’ ‘일에 착수하다’ 등의 뜻, 뒤는 ‘경쟁에서 낙오(落伍)하다’ ‘실패하다’ 등의 의미다. 말에서 굴러 떨어지는 일은 모양새가 보통 고약하지 않다. 그러기 전에 말을 돌려세워야 옳다.

그런 경우를 우리는 늑마(勒馬)라고 적는데, 우리 쓰임새는 별로 없고 중국에서 많이 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앞에서 급히 말을 돌려 세우는 일, 성어로 정착해 懸崖勒馬(현애륵마)라고 적는다. 적당한 시점에 완급(緩急)을 조절하며 숨을 고르는 일은 전쟁에서나 어디에서나 다 중요하다.

그런 말이 필요 없어지면 평화의 시절이다. 그런 경우를 귀마(歸馬)라고 적을 수 있는데, 역시 족보가 있는 단어다. 歸馬華山(귀마화산)이라고 적는 성어가 그 증거다. 말을 ‘화산’이라는 산으로 돌려보냈다는 뜻이다. 전쟁이 끝나 더 이상 용도가 없어진 말들을 지금의 중국 산시(陝西) 시안(西安) 가까운 華山(화산)에 보내 방목했다는, 아주 오래 전 주(周)나라 때의 스토리에서 나왔다.

말이 더 이상 전쟁 물자가 아니라는 점이 다행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옛 사람들의 언어인 출마와 낙마를 여전히 쓴다. 지금의 출마와 낙마가 피를 부르는 전쟁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견고한 법질서 속에 정연히 펼쳐지는 다툼, 그로써 참 인재를 고를 수 있으면 그만이다.

팁 하나 추가하자. 시안 근처의 華山(화산)은 아주 유명한 산이다. 크고 우람하다. 중국에서는 산의 남쪽을 지칭할 때 보통 음양(陰陽)의 陽(양)을 붙인다. 그렇다면 화산의 남녘을 지칭할 때 어떻게 부를까. 바로 화양(華陽)이다. 우리 서울의 화양동, 충청북도 심산유곡의 화양동 계곡, 화양서원 등에 다 붙인 이름이다. 전쟁이 끝나 화산 남쪽에 방목한 말, 화양은 곧 그를 가리키면서 평화도 의미한다. 평화의 소중함, 다시 말한다면 그야말로 군소리다.

 

<한자 풀이>

勒(굴레 륵): 말이나 소 등에 씌우는 굴레다. 동사적 용법은 따라서 제지하다, 세우다 등이다.

懸(달 현): 매달다, 달아매다, 매달리다, 늘어지다.

崖(절벽 애)

 

<중국어&성어>

出马(馬)chū mǎ: 우리의 쓰임과 같다.

落马 luòmǎ: 역시 우리의 쓰임과 마찬가지다.

悬(懸)崖勒马 xuán yá lè mǎ: 위험한 절벽 앞에서 말을 돌려 세우다. 위에서 푼 내용과 같다. 아주 많이 쓰는 성어다. 위험을 감지해 급히 하던 행동 등을 멈추는 일을 가리킨다.

一马当(當)先 yī mǎ dāng xiān: 선봉에 선 한 마리 말을 가리킨다. 진영을 이끄는 전쟁터의 지휘관, 또는 지휘 행위 등을 말했다. 지금은 남을 앞서는 사람, 남을 이끄는 사람을 지칭한다.

走马看花 zǒu mǎ kàn huā: 우리식으로는 走馬看山이다. 그러나 의미는 미묘하게 다르다. 말 타고 꽃 구경하니 ‘기분이 유쾌하다’다. 아울러 크게 둘러보는 일도 지칭한다. 엉터리로, 대충대충의 한국 走馬看山과는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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