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07.06 08:05

일본, 반도체 생산품목 수출 규제…"가격 하락세가 하반기에도 지속 우려"
낸드 업황은 다소 개선될 듯…업체 감산에 따른 공급 축소 및 수요 확대 전망

(일러스트=픽사베이)
(일러스트=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올해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됐던 반도체 경기가 부진 탈출이 쉽지 않다. 이미 상반기가 끝난 가운데 오히려 일본의 반도체 생산품목 수출 규제라는 대형 악재까지 터졌다.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지난 5일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해 매출 56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시현했다고 밝혔다. 반도체가 호황을 보였던 1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4.24%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56.29% 급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3조500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가 호조를 보였던 지난해 총 4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반도체 경기가 하강하기 전인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는 분기당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었다.

결국 삼성전자의 부진한 영업이익은 반도체 업황 악화에 주로 기인한다.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는 지난해 12월부터 수요 둔화 및 가격 하락 등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수출 하락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도 올해 내내 하락세를 시현 중이다.

연초 정부와 전문가, 기업 관계자들은 반도체 전망에 대해 너도나도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7월로 넘어오면서 오히려 회복이 지연된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5일 “우리 경제를 견인해 왔던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고 언급했다.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 3일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2019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 3일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2019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정부는 반도체 부진 등 최근 나빠진 경제 상황을 고려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보다 0.2%포인트 내린 2.4~2.5%로 하향 제시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지난 1일 “그동안 증가세를 이끌어온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조정과 세계교역 둔화 등으로 수출 감소세가 지속 중”이라며 “우리 수출에서 20%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지연되는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성장률을 하향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6월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은 83억2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5.5% 줄었다. 올해 2분기 반도체 수출은 242억8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6% 감소했다. 정부가 2년 연속 수출 5000억 달러를 목표로 삼았으나 1000억 달러 이상 책임졌던 반도체 수출이 부진하면서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반도체 수출은 전월보다는 10.3% 증가했으나 분기 마지막 달 효과를 감안하면 특별한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며 “여전히 과도한 메모리 업체들의 재고수준을 감안할 때 D램 가격 하락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개선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개선은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가격 하락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되는 가운데 수요는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전 전망치를 하회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또 일본 측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제재 조치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한 것은 국내수출, 특히 IT 수출경기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가뜩이나 미중 무역갈등의 부정적 영향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국내 수출 상황을 고려할 때 한일 갈등은 수출 경기 회복과 관련해 악재로 평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제품 생산을 위한 주요 소재의 재고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 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소재·부품 업체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한 직원이 설계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한 직원이 설계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한편, 낸드 업황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낸드 업체들이 적극적 감산을 시행하고 있고 일본 지진에 따른 도시바 팹 가동 중지도 공급 감소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수요는 화웨이 제재 완화를 계기로 모바일을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화웨이 제재 완화 효과로 스마프폰 수요가 개선되는 등 모바일 낸드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며 “인텔과 AMD 간 CPU 경쟁으로 향후 PC 수요 개선과 함께 SSD 수요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낸드 업황이 개선되면 대형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심리에 긍정적”이라며 “감산이 낸드 플래시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