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칠호 기자
  • 입력 2019.07.10 11:12

제네바협약에 성역화 조항 없어…국내법은 6·25전쟁 전사자의 유해 수습으로 한정

휴전선이 멀지 않은 파주 적성면에 북녘 땅을 향해 조성된 북한군묘지.(사진=경기도 제공)
휴전선이 멀지 않은 파주 적성면에 북녘 땅을 향해 조성된 북한군묘지.(사진=경기도 제공)

[뉴스웍스=김칠호 기자] 경기도가 남북평화협력에 기여한다는 명분으로 파주 북한군묘지에 평화공원을 조성하려는 것은 관련 법규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국방부에 따르면 파주 북한군묘지는 ‘육전(陸戰)에 있어서의 군대의 부장자 및 병자의 상태 개선에 관한 1949년 8월12일자 제네바협약’ 제17조(사망자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지난 1996년에 설치되었다.

이 규정 제17조에는 “충돌당사국은 사망자를 정중히 매장하고… 본국으로의 이송이 가능하도록 보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곳에 매장되어 있던 중국군 유해가 송환된 것은 1966년 비준된 제네바협약의 바로 이 조항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북한군묘지에는 6·25전쟁에서 숨진 인민군이 아닌 1968년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한 김신조 일당 무장공비, 1998년 반잠수정으로 남해안으로 침투한 공작원 등이 나란히 묻혀있다.

1981년에 추가로 비준된 제네바협약(제Ⅰ의정서) 제46조(간첩)에는 “간첩행위에 종사하는 동안 적대앙사국의 권력내에 들어간 충돌당사국의 군대의 구성원은 전쟁포로로서의 지위를 가질 권리가 없으며 간첩으로 취급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적군묘지로 조성됐을 당시의 북한군묘지의 모습.(사진=네이버에 공개된 자료)
적군묘지로 조성됐을 당시의 북한군묘지의 모습.(사진=네이버에 공개된 자료)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제네바협약에 따라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투에서 사살된 인민군 등 6·25전쟁 때 죽은 북한군의 유해를 모아서 묘역을 조성해서 장차 송환에 대비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북한군묘지에는 제네바협약에서 전쟁포로의 권리 조차 인정하지 않는 무장공비의 시체까지 묻혀있기 때문에 전쟁 당시 사망자의 묘소로 존중하기 어려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최근 국회에서 “(북한군묘지는) 적군묘지이고, 성역화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6·25전사자유해의 발굴 등에 관한 법률’은 전사자 수습 대상을 참전군인·군무원·경찰·소년지원병·종군기자·전시근로동원자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 이모씨는 “국방부장관의 발언으로 인해 경기도가 파주 적군묘지를 관리전환받기 어렵게 됐다”면서 “아무렇게나 남북평화협력에 끼어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비난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