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2.25 11:19
여의도 국회의 야경이다. 싸우려면 제대로 싸워야 하는 이가 국회의원이다. 그러나 우리의 국회의원들은 제대로 다툴 줄 알까.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사진=국회 홈페이지>

남자가 여자보다 정치를 잘 한다. 성차별적인 인식은 아니다. 그저 남자 국회의원이 더 많다고 해서 하는 소리도 아니다. 현대정치가 축구와 닮은꼴이라서 하는 말이다. 여자도 축구를 하지만 축구 인구나 열광 하는 팬을 보면 남자가 압도적이다. 축구와 마찬가지로 남자는 떼를 지어 하는 전투와 승부에 집작한다. 즉 현대 양당제 정치 체계에서 남자가 더 집단전투에 능하고 상대방을 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는 말이다.

서양 중세에는 사적인 영역이 없어서 남녀 모두가 공적 영역에서 비교적 평등하게 정치적인 활동을 했다. 근대 양당제로 정치 양상이 바뀌면서 공사(公私)가 나뉘고, 정치에서도 본격적으로 ‘프로’들이 등장했다. 축구와 마찬가지로 프로팀이 생겨나 리그를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각 구단에는 단장이 있고 감독과 코치가 있으며, 각각의 포지션을 맡은 국회의원들이 있다. 구장은 국회이고 목표는 한국 시리즈, 즉 선거에서의 승리다. 승리를 위해서 각 경기마다 이겨야 한다. 각 팀은 작전을 짜고 포지션에 따라 상대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자신의 장점을 강조한다. 간혹 효과적으로 반칙의 재미를 주기도 한다. 작전이 성공하여 득점으로 이어지면 효과는 파급적이다. 술집, 조기 축구회, 응원단 등으로 짜인 서포터들은 언론과 SNS에 승리를 퍼 나르고 엄청난 굉음을 내면서 경기를 재현한다.

축구는 두 팀이 가진 모든 것을 총동원하여 만들어 나가는 게임이다. 매번 경기마다 인원과 작전이 다르니 그 내용도 달라진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법안에 따른 두 팀의 입장이 다르기에 서로 물고 물리는 치열한 게임을 통해 법안이 가진 모든 장단점이 다 드러나기 마련이다. 국회의 경기란 올려진 법안을 고아 얼마나 진한 사골을 뽑아내느냐에 달렸다. 그러니 대충 합의하고 통과시키면 국민을 기만하는 분유 탄 사골이고, 다시다 국물 육수다.

각 법안이 새로운 경기이기에 팀마다 이에 맞는 작전을 구사한다. 작전에서 유용한 것은 ‘소음 제조기’인 언론을 동원한 여론몰이다. 먼저 “국민을 위한다”거나, “국민을 위험으로 몰아 넣는다”고 떠든다. 혹은 ‘국가 안보’를 위해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역시도 미래 국가의 안전이 아닌, 현재의 승리를 위한 작전이다. 경기에는 대통합이나 대승적 관점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마치 축구팀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에게 대통합을 위해 합의를 보아 승부를 결정하라는 격이다. 그렇다. 북한전이나 일본전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일이 아니라면 ‘국가 안보’나 ‘민생’도 각 팀의 승리 전략일 뿐이다.

야당이 마이크 잡고 안 놓는 필리버스터라는 것도 경기 막바지 압박축구에 맞서 실점을 막기 위한 시간 끌기다. 여당은 골문이 막혔으니 다른 작전을 구사하여 득점 기회를 노려야 한다. 이런 경우 야당에게는 ‘침대축구’라는 야유가 쏟아지기도 한다.

인품이나 인맥 혹은 재산 보고 축구선수 뽑지 않는다. 축구장에서 놀면서 어슬렁거리는 선수는 방출 대상이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로 인품이 아니라 싸움꾼이어야 한다. 박지성처럼 쉬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차두리처럼 저돌적으로 달려들어 경기의 희열을 안겨주는 선수가 진짜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싸우라고 뽑은 선수다. 그러니 싸워라. 국회가 안 싸우면 축구선수가 경기 안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국민이 원하는 건 진한 사골과 맛깔 나는 육수다. 그러니 법안을 놓고 치열하게 경기를 펼쳐 존경하는 국민에게 진한 국물로 뽑아주는 국회가 진짜다. 둘이 협잡하여 알아서 씹어 먹으라고 뼈다귀 던져주는 건 개에게나 하는 짓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