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07.11 10:16
지난 5일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가 워싱턴D.C.에 연고를 둔 DC유나이티드 구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새긴 유니폼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출처=킴 대럭 트위터)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혹평한 메모가 언론에 유출돼 파장을 낳았던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65)가 10일(현지시간) 전격 사퇴했다. 그의 사퇴는 차기 영국 총리 선출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대럭 대사는 사이먼 맥도널드 영국 외교차관에게 사임 서한을 보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트럼프 행정부를 혹평한 메모가 언론에 유출된 지 불과 4일 만이다.

그는 이 서한에서 “현 상황에서는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문서 유출 후 내 거취와 임기를 둘러싼 많은 의혹이 있었고 그 의혹을 끝내고 싶다. 임기는 올해 말까지지만 현 상황에서는 다음 대사를 지명하는 것이 책임감 있는 수순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건 유출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영국에 집요하게 대사 교체를 요구해 왔다. 이달에 퇴임할 예정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당장 교체 계획이 없다”며 대럭 대사를 감쌌지만 세계 최고 권력자 앞에서는 무력했다.

직업외교관인 대럭 대사는 1977년부터 외교부 근무를 시작한 외교 베테랑이다. 2016년 1월부터 약 3년 반 동안 주미 영국대사로 재직해왔다. 그는 2017년 초부터 지난달 22일까지 본국에 보낸 비밀 외교문서에 트럼프 대통령 및 미 행정부를 “서툴다” “불안정하다” “무능하다”고 혹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럭 대사를 격렬히 비난했다. 특히 미국은 9일 예정됐던 브렉시트 관련 양국 무역협상도 돌연 취소했다.

그의 사퇴는 차기 영국 총리 선출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양자 대결을 펼치고 있는 제러미 헌트 영국 외교장관과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은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헌트 장관은 이번 사태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반면 친(親)트럼프 인사인 존슨 전 장관은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영국 국빈방문 당시 “차기 총리로 존슨 전 장관을 지지한다”고 밝혀 내정 간섭 논란을 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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