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7.12 10:44

민주당·평화당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사 합심 대처 결과…적정수준 인상"
한국당·바른미래당 "시장을 어렵게하는 독…동결이 답"
정의당·민중당 "대통령 공약 물거품…정부의 '3무'가 불러온 참사"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천590원으로 의결했다. (사진출처= YTN방송 캡처)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천590원으로 의결했다. (사진출처= YTN방송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590원으로 의결한 것은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어서 이에 따른 파장은 앞으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범여와 범야 그리고 진보로 나뉘어져 각 당의 정치적 색채를 뚜렷이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안 서면 브리핑'을 통해 "노동자 측은 6.35% 인상한 8880원을 제시했으나 15대 11표로 사용자안이 채택된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표결로 결정되긴 했으나,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노사 대표간의 성숙한 합의 정신이 돋보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노사가 각각 제시한 최초 요구안의 간극이 너무 커 쉽사리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공익위원들의 성심을 다한 중재 하에 서로 한 발씩 양보한 타협의 산물이기도 하다"고 추켜세웠다.

아울러 "또한 각계의 속도조절론을 대승적으로 수용하고 작금의 일본 경제보복에 따른 경제 위기 등의 상황에 노사가 합심해 대처하고자 하는 의지가 읽히는 결과"라며 "더불어민주당은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에 합의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단을 환영하며, 혁신적 포용성장의 방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더욱 큰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아울러 임금 취약 계층에 대한 보호에도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을 맺었다. 

민주당은 이번 최저임금 2.9% 인상을 최근의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노사의 합심대처라며 이를 여당의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통한 혁신적 포용성장으로 연결시키는 흐름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저임금이 2.9% 오른 8590원으로 결정됐다"며 "독(毒)이다. 시장을 또다시 어렵게 만드는 충격파"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아무리 작은 폭탄도 폭탄은 폭탄"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동결이 최소한의 조치다. 재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노조 눈치보기식 결정 그만두고 국민을 생각하는 결정을 해달라"고 꼬집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한국당은 2.9% 인상된 최저임금도 과한 조치였고 '동결이 최소한의 조치'라는 인식이 읽혀진다.

바른미래당은 한국당과 궤를 같이하는 논평을 냈다. 바른미래당의 김정화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 내 살인적인 이전 인상률에 비하면, 현격히 낮아진 인상률이지만 이미 오를때로 올라버린 최저임금을 고려한다면 결코 낮은 인상률은 아니다"라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으로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은 다행스럽지만, '동결'을 이뤄내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속도조절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경제기조를 멈춰세우고, 대전환을 이뤄내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바른미래당이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과 '한국당·바른미래당'이 각각 다른 축에 서서 최저임금 인상폭에 대해 상반된 인식을 드러낸 가운데, 민주평화당은 이날 박주현 수석대변인이 '최저임금 적정수준 인상 결정을 환영한다'는 제하의 논평을 냈다. 그는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비를 진작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다"며 "그러나 자영업자와 영세기업들이 고용을 줄이는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고, 하위계층의 소득이 오히려 줄어드는 등 우리 사회는 몸살을 앓았다. 때문에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금년 대비 2.9% 인상이 노동자나 사용자 측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겠지만, 양측 모두 대승적 견지에서 수용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정당으로 분류되는 정의당과 민중당은 노동계의 입장을 전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 초부터 제기되던 속도조절론 끝에 2020년 최저임금 만원 달성이라는 공약은 물거품이 됐다.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이 인간적인 삶의 수준을 영위하기 위한 최저한의 방어선"이라며 "9천원도 안되는 최저임금이 적당하다고 말하는 모든 이들에게 물을 수 밖에 없다. 과연 자신을 비롯하여 자신의 아들딸들이 한 시간에 9천원, 한 달 18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주거비와 생활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저축까지 모든 것이 해결이 가능하냐고 말이다"라고 힐난했다.

이에 더해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개혁은 없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위정자들이 스스로 고통받는 것을 회피하고 노동자들이 받는 고통을 외면한 결과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공약을 실현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합당한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민중당도 정의당과 같은 맥락의 논평을 냈다. 민중당 이은혜 대변인은 논평에서 "무능력 무기력 무책임이 불러온 국민 참사"라며 "국민 형편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실질적 삭감안이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번 결정을 "정부의 3무가 불러온 국민 참사"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재벌과 재벌의 하수인들이 펼치는 공세에 힘없이 고꾸라져 자신의 공약도 내팽개친 무능력, 인건비가 올라서 너무 힘들다는 자영업자의 호소에 '프렌차이즈 대기업의 갑질과 임대료가 문제'라고 말 한마디, 대책 하나 못 내어놓는 무기력, 최저임금으로 온 식구 생계를 꾸려나가는 노동자 가족의 삶을 외면하는 무책임"이라며 "결국, 그로 인한 고통은 대다수 일하는 국민이 짊어지게 생겼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공약 폐기 선언"이라며 "이제 국회는 여야 할 것 없이 사이좋게 각종 노동개악안을 재벌의 입맛에 맞게 통과시키려 들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또한, "민중당은 정부의 노동법 개악에 맞서 가장 뜨겁게 싸우는 정당, 재벌의 탐욕에 맞서 노동자의 힘을 모으는 정당,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가장 빨리 앞당기는 정당으로 제 몫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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