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07.16 15:29

금융위 인가 신청 독려… "英·中·日서 非ICT 기업들도 인터넷은행 경영"
디지털 경험과 회원도 많지만 출혈 경쟁 속 실적 악화로 자금력 의문

일본 대형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은 인터넷은행 라쿠텐뱅크를 운영 중이다. (사진=라쿠텐뱅크)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금융당국이 전자상거래업체 등을 향해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신청을 독려했다. 하지만 해당 업계는 출혈 경쟁이 심해 실제로 신청에 나서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월 10일부터 15일까지 인터넷은행 인사 신청을 받고 신청일부터 60일 내로 예비인가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16일 밝혔다.

이날 전요섭 금융위 은행과장은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영국·중국·일본 사례처럼 전자상거래, 스마트가전, 유통 분야의 업체들도 현행법상 인터넷은행의 경영을 주도할 수 있다”며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제한 요건은 재벌(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ICT 주력 업종이 아닌 기업들에게도 참여를 독려한 셈이다.

중국과 일본에서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 라쿠텐이 각각 마이뱅크, 라쿠텐뱅크를 운영 중이다. 이 두 은행은 모두 순이익 면에서 각국 인터넷은행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샤오미 보조배터리’로 익숙한 전자제품업체 샤오미는 중국에서 XW뱅크를 운영하고 있고 편의점 프랜차이즈 세븐일레븐이 세운 세븐뱅크는 일본에서 성업 중이다. 

국내 동일·유사업종에 있는 기업은 11번가,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 쿠팡 등이 있다. 다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덕분에 인터넷은행 영업 초기 고객을 보다 쉽게 유인할 수 있다. 또한 모바일 앱을 주요 판로로 삼는 만큼 IT기술 역량도 갖추고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이 81.8%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11번가는 지난 5월 예비인가에서 떨어진 키움뱅크 컨소시움에 속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전자상거래업체들의 실적이 나빠 실제로 해당 업계의 예비인가 신청은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전망이다. 11번가는 지난해 6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이베이코리아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2%가량 줄어든 485억원이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든든한 투자를 받고 있는 쿠팡도 지난해 1조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업체는 디지털 경험이 있고 회원도 다수 확보 중이라 ICT기업만큼 인터넷은행을 잘 운영할 잠재력이 있지만 본업의 경쟁이 과열된 상황이라 실제로 예비 인가에 도전하기는 힘들 것”이며 “상반기 인가 신청 당시에도 유력 기업들이 거론됐지만 자금력 등의 문제로 결국 참여한 곳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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