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7.16 17:06

"준전시상태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SK하이닉스가 생산한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모습. (사진출처=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생산한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모습. (사진출처= SK하이닉스)

일본의 경제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조치가 시행된 지 1주일 정도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까지 눈에 띄는 피해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조만간 가시적 손실이 확인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예상에 따라 벌써 여기저기서 우리 정부를 탓하고 굴욕적 합의를 요구하는 소리들이 새어나오고 있다.

너무나 어이없고 기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외침을 대응함에 있어 내부 갈등이 벌어졌을 때 어떠한 결과가 있었는지 우리는 수백 번 경험한바 있다.

그리고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우리가 무슨 잘못이 있어 먼저 굽히고 들어가 용서를 빌어야 하는가?

경제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하인이나 노예가 되어도 괜찮은가 반문하고 싶다.

위안부 합의를 우리가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한미 FTA 합의 변경 사례와 같이 국가 간 합의는 재협상의 여지가 인정되는 사안이다. 문제될 것이 없다.

분명히 이번 일본의 경제 침략 행위는 명분이 없다. 일본 측이 안보를 핑계거리로 내세웠지만 우리가 국제기구에 정식조사를 받아보자고 반박하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있을 만큼 명분 없는 시비에 불과하다.

그럼 시비를 건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아베의 재집권을 위한 극우세력의 결집이다.

실제 최근의 일본 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 침략 이후 아베의 지지는 흔들리고 있지 않다. 심지어 지지도가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니혼게이자 신문의 기사를 인용하더라도 49%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에 따라 곧 있을 참의원 선거에서도 승리가 예견된다.

우리나라 언론들이 이런저런 유추를 통해 연일 추측성 보도를 내고 있지만 결국 아베의 계산대로 상황이 만들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중의원을 장악하고 있는 아베 정권은 참의원 승리를 기반으로 전쟁가능국으로의 개헌을 시도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일본은 우경화되고 왜곡한 사상으로 뭉쳐질 때 침략적 야욕을 강하게 드러내왔으며 역사적으로 이미 여러 번 확인됐다.

따라서 우리는 작금의 상황을 준전시상태로 인식하고 대일 외교를 비롯한 대응에 임해야 한다. 기업들도 한시적 현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이번 일을 계기로 완전히 탈 일본 기반의 경영전략을 구축해야 할 것이며, 국민들 역시 장기화에 따른 경제 위축과 악화에 따른 고통을 감내할 인내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필자가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응을 바란 바 있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바로 냉정한 현실인 것을.

무조건 정부를 지지하고 잘못까지 감싸주라는 의미가 아니다. 외부의 선제적 경제 침략에는 단결하여 단호하게 대응하고 잘잘못은 추후 따져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경술국치가 20세기 초반에 힘없을 때 조선왕조만의 일은 아니다. 우리가 현실적 역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굴복하게 될 때 21세기의 대한민국에도 나타날 수 있는 사건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재무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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