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7.17 12:05

정동영, '대안정치연대' 이끄는 유성엽·박지원 맹비난
대표직 사퇴 번복한 손학규도 퇴진 압력 거세져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의원총회에서 유성엽 원내대표(오른쪽)가 발언하는 동안, 왼쪽에 앉아있는 정동영 대표의 표정이 이채롭다. (사진= 원성훈 기자)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의원총회에서 유성엽 원내대표(오른쪽)가 발언하는 동안, 왼쪽에 앉아있는 정동영 대표의 표정이 이채롭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17일 새벽 유성엽 원내대표, 박지원·천정배 의원 등 중심의 이른바 제3지대파(비당권파)가 민주평화당 의원총회를 마친 뒤, 여의도 모처에서 별도의 회의를 가진 후 '대안정치연대 결성'을 발표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둔 '정계개편'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평화당은 최근 자강파(당권파)와 제3지대파(비당권파)로 나뉘어 깊은 갈등의 골을 보여왔고, 급기야 '대안정치연대'가 공식적으로 결성되면서 이제는 양 측이 서로 화합할 수 없이 '루비콘 강'을 건넌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성엽 원내대표와 박지원 의원 등 '제3지대파'를 겨냥해 "당 흔들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박지원 의원을 정조준 해 "한 가지 유감은 한 원로정치인의 역할이다. 당의 단합을 위해서 노력하기 보다는 뒤에서 들쑤시고 분열을 선동하는 그분의 행태는 당을 위해서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라며 "당의 분열을 주도하고 그리고 결사체를 주도하고 도대체 그분이 원하는 당의 최종적인 모습은 무엇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비례 선정권과 공천권을 내놔라, 당 대표직 내놔라, 지난 1년 동안 그 원로정치인은 정동영 대표를 대표로 인정한 적이 없다"면서 "한 원로정치인의 당 흔들기를 즉각 중단해주시길 바란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어제 가장 많은 얘기는 모두 내려놓자는 것이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제2의 안철수를 찾아보자는 얘기다"라며 "제2의 안철수 국민이 뭐라고 볼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기득권 내려놓자. 좋다. 그런데 어제 박주현 의원이 일갈했다. 기득권을 내려놓자면 이 자리 모든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그 얘기를 하자"면서 "그런 각오를 갖는다면 여러분이 하는 얘기가 진정성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입으로만 외치는 기득권 포기가 아니라 의원 불출마를 감당할 각오를 가지고 새 정치를 얘기해야 맞다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민생, 민주, 개혁 그리고 평화, 평등. 지난 1년 동안 선거제 개혁을 위해 몸부림 쳐왔다. 내일이 분수령이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정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제3지대파(비당권파)의 '대안정치연대 결성'을 '당과 대표를 흔드는 분열세력'으로 몰아가면서 그들의 최근 행동이 '또 다른 기득권 지키기의 연장선'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로 읽혀진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여한 주요인사들의 표정이 어두워보인다. (사진= 원성훈 기자)
17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여한 주요인사들의 표정이 무거워 보인다. (사진= 원성훈 기자)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도 평화당 못지 않은 내홍에 휩싸여 있는 모양새다. '안철수 계'로 분류되는 당내 인사들과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기회만 되면 자유한국당과의 정책연대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견해가 만만찮다. 이것의 실현을 위한 한 방편으로 '손학규 대표 하차시키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바로 이들이 손학규 대표 체제에 비토를 놓으면서 당 대표직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응하는 손학규 대표의 현재 당내 입지는 취약하기 그지없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즉, 당내에 '손학규 계'라고 불릴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손학규 대표가 지난 '창원 성산 보궐선거' 이후, 추석때까지 당 지지율이 10%를 넘지 못하면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던 발언을 사실상 최근에 번복하면서 당내의 바른정당계 의원들로부터 퇴진 압력을 더욱 더 거세게 받고 있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손 대표가 자신의 '좁아진 정치적 입지'에 대한 타개책으로 평화당의 '제3지대파'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더해, 자유한국당도 지난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불거진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고소·고발로 인한 여파로 당을 추스르고 총선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알려졌다. 뭔가 정치적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모든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發 정계개편은 시간의 문제일 뿐, '변수'가 아닌 '상수'라고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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