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07.17 12:43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대한적십자사가 발주한 혈액백 입찰에서 담합한 2개사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1년부터 2015년 동안 대한적십자사가 발주한 3건의 혈액백 공동구매 단가 입찰에서 투찰가격을 합의한 녹십자엠에스와 태창산업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76억98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녹십자엠에스와 소속 직원 1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녹십자엠에스 및 태창산업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대한적십자사가 발주한 3건의 ‘혈액백(헌혈자로부터 채취한 혈액을 저장하는 용기) 공동구매 단가 입찰’에서 사전에 7대 3의 비율로 예정수량을 배분하고 투찰가격을 합의했다.

2개 사는 7대 3의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전국 15개 혈액원을 9대 6(2011년 입찰) 또는 10대 5(2013년 및 2015년 입찰)로 나누어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사전에 합의된 대로 태창산업는 30%에 해당하는 수량을, 녹십자엠에스는 70%에 해당하는 수량을 투찰해 낙찰 받아 합의가 실행됐다.

특히 2개 사는 3건의 입찰에서 모두 99% 이상이라는 높은 투찰률로 낙찰받았다. 합의가 파기된 2018년 입찰의 투찰률은 66.7%에 불과했다. 또 3건 입찰의 계약 기간이 계약 연장 규정에 근거해 별도 협상없이 2018년 5월까지 연장되면서 2개사의 합의 효과가 지속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2011년에 공고된 혈액백 입찰에서 낙찰자 선정 방식이 종전 최저가 입찰제(1개 업체 100% 납품)에서 희망수량 입찰제로 변경되면서 일부 수량에 대해 경쟁이 가능하게 되자 가격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 담합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희망수량 입찰제는 1개 업체의 생산능력으로는 전체 입찰 공고 수량을 공급할 수 없거나 곤란한 경우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최저가 입찰자부터 희망하는 예정수량을 공급하고 후 순위자가 나머지 예정수량을 공급하는 것이다.

희망수량 입찰제가 도입되면서 대한적십자사가 발주하는 전체 혈액백 물량을 생산하지 못하더라도 입찰에 참여해 원하는 물량을 낙찰 받을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다.

다만 2개사는 희망수량 입찰제의 특성상 입찰 참여자들이 원하는 수량을 낙찰 받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담합을 실행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담합행위를 한 녹십자엠에스 및 태창산업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76억9800만원을 부과하고 녹십자엠에스와 소속 직원 1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과징금은 녹십자엠에스 58억200만원, 태창산업 18억9600만원 수준이다. 공정위는 3건의 입찰 물량뿐만 아니라 합의의 효과가 미친 13회의 계약 연장 물량까지 관련매출액에 포함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제재는 대다수의 국민이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헌혈 과정에 필요한 용기를 이용해 취한 부당 이익을 환수하고 혈액을 필요로 하는 절박한 환자들의 호주머니와 건강보험 예산을 가로챈 악성 담합을 적발해 엄벌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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