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환골탈태'㊤] 대를 이은 '고성능 차' 도전…BMW M 명성 깨기 임박
[현대차 '환골탈태'㊤] 대를 이은 '고성능 차' 도전…BMW M 명성 깨기 임박
  • 손진석 기자
  • 승인 2019.07.2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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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품질경영' 기초 닦아…정의선 수석부회장, N시리즈로 새로운 길 열어
제네시스, 당당히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제치고 미국 중고차시장 잔존가치 1위 등극
현대차는 고성능 N을 발판 삼아 브랜드 충성도 높은 메이커로 거듭나는 중이다. 사진은 유럽 i30 N 동호인 100명이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그룹 드라이빙을 하는 장면(사진=현대자동차)
유럽 i30 N 동호인 100명이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그룹 드라이빙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자동차가 생활 속 일상용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편리한 옵션이 많고 연비가 좋은 제품의 인기가 높다. 이런 와중에도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싶다는 질주 본능, 거친 엔진·배기음을 울리며 '살아있음'을 과시하는 고급 차를 구매하려는 매니아도 적지 않다.

미국에서는 1930년대 경제대공황 시절, 금주령으로 인해 밀주가 성행했다. 당시 밀주업자들은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고성능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나스카'라는 형태의 스톡카 레이싱 대회가 만들어졌다.

고성능 자동차는 기술적 발전 속에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산업 역사는 30여년에 불과하다. 이런 역경속에서도 현대자동차는 고성능자동차 시대를 열며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메이커로의 도약에 나서고 있다.

1990년 출시된 스쿠프는 국내 고성능자동차의 시조새 같은 모델이다(사진=현대자동차)
1990년 출시된 스쿠프는 국내 고성능자동차의 시조새 같은 모델이다.(사진=현대자동차)

양산차의 고성능 브랜드…벤츠 AMG, BMW M, 아우디 S와 RS, 렉서스 F

주로 양산차를 생산하는 브랜드에 고성능 모델도 있다면 기술력이 높다는 인정을 받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후발 자동차 생산업체일수록 고성능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투자에 집중하게 된다.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은 대중적인 자동차와 함께 고성능 자동차를 개발, 기술력 과시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투자해왔다.

고성능 자동차 모델은 대부분 강력한 퍼포먼스와 우수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비록 판매량은 많지 않지만 브랜드의 고급 이미지를 견인하는 상징적인 효과를 갖고 있다. 운전을 즐기는 오너드라이버가 궁극적으로 몰고 싶은 꿈의 모델이기도 하다. 회사 입장에서도 명예와 수익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양산차 메이커가 내놓은 고성능 차 브랜드로 벤츠 AMG를 비롯, BMW M, 아우디 S와 RS, 렉서스 F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최근 현대차가 고성능 브랜드 ‘N’을 론칭하며 이 경쟁에 합류했다. 세계적으로 많은 양산차 회사가 있지만 고성능자동차를 보유하려면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쏟아부어야한다. 장기간에 걸친 기술축적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피할 수 없다.

현대차는 고성능 브랜드 N을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내놓기위해 각종 세계 자동차 경기 대회에 참가했다. 몇 해 전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며 고성능 자동차에 대한 자신감을 쌓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산 최초 터보승용차는 스쿠프 터보

우리나라에서 고성능 자동차의 효시는 어떤 모델일까.

1990년 2월 출시된 현대차의 스쿠프에서 시작을 찾을 수 있다. 국내 처음으로 등장한 스포츠 쿠페형 자동차로 스포티한 스타일과 플로팅 루프 C필러와 당시 국산차 중 최고 수준의 공기저항계수(Cd)인 0.3을 달성하며 스포츠룩킹카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스쿠프는 출시와 동시에 젊은이들의 드림카가 됐다. 국내 모터스포츠 태동기에 해당하는 당시만해도 기아 콩코드·프라이드, 대우 르망 등의 차량으로 비포장에서 자동차 경기를 하던 때였다. ‘우승을 하려면 스쿠프를 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벼운 차체에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모델이었다.

출시 초기 미쓰비시 1.5ℓ 오리온 MPI 엔진과 가속력 및 등판능력을 높이기 위한 최종감속비를 4.021에서 4.322로 튜닝해 제로백 12.1초에 최고시속 174㎞/h의 성능을 발휘했다.

현대는 스쿠프 출시 이전인 1984년 7월부터 마북리연구소에서 알파(α)라는 이름의 독자적인 엔진개발에 착수했다. 이 엔진은 연비와 출력에 대한 고민으로 설계만 288번이나 바꾸는 등 수많은 실수를 반복했다. 결국 연비와 출력 중 현대 개발진들은 출력을 선택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싱글캠 실린더에 흡기밸브 2개, 배기밸브 1개가 설치되어 있는 3밸브 1실린더 즉, 12밸브의 알파 엔진이 만들어졌다. 변속기는 엔진 설계보다 조금 늦은 1986년 11월 설계를 시작해 1990년 9월에 개발을 끝냈다.

스쿠프에는 1991년 5월 이후부터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1.5ℓ 알파 엔진과 변속기가 적용됐다. 최고출력 102마력, 최고속도 180㎞/h, 0㎞에서 100㎞/h까지 가속 시간(이하 제로백) 11.1초의 성능을 발휘했다.

이후 미국 가레트 T-2 터보차저를 적용해 제로백 9.18초, 최고속도 205㎞/h의 성능을 가진 국내 최초 터보차량인 스쿠프 터보가 그해 10월 판매됐다.

스쿠프는 레이싱 카로서 뿐만 아니라 자동차 마니아 사이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스쿠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 자동차 튜닝 시장이 단순히 실린더 내경을 넓혀 배기량을 증가시키는 '보어 업'을 통한 출력 증대에서 바디킷, 서스펜션 등 다양한 분야의 자동차 튜닝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1996년 4월 스쿠프보다 한 등급 높은 새로운 스포츠 쿠페 티뷰론을 국내 출시했다. 티뷰론 TGX 모습(사진=현대자동차)
1996년 4월 스쿠프보다 한 등급 높은 새로운 스포츠 쿠페 티뷰론을 국내 출시했다. 티뷰론 TGX 모습.(사진=현대자동차)

1995년 코엑스에서 제1회 서울모터쇼가 개최됐다. 당시 국내 자동차 디자인으로는 획기적이었던 유선형 디자인과 빨강색의 HCD-Ⅱ는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 현대차는 1996년 4월 스쿠프보다 한 등급 높은 새로운 2.0ℓ 베타 엔진에 4단 AT와 5단 MT 2가지 변속기의 선택이 가능한 스포츠 쿠페 티뷰론을 출시했다.

티뷰론은 국내 승용차 최초로 포르쉐와 공동 개발을 통해 기술을 축척한 맥퍼슨스트럿 형식 서스펜션과 속도등급 V의 고성능(UHP) 타이어, EBD-ABS, 듀얼 에어백, CDP 등이 적용된 모델이다.

1996년 10월 최고 출력 156마력, 최고 속도 220㎞/h로 엔진 성능이 개선되고, 알루미늄이 대거 적용된 차체와 대형 리어 스포일러가 부착된 모터스포츠팩 트림인 TGX가 출시되는 등 개량 버전이 출시되며 기술의 발전을 지속했다.

투스카니,공학적으로 절정에 오른 전륜 구동 방식의 스포츠 쿠페

현대차는 2001년 전륜구동 방식의 스포츠 쿠페인 투스카니를 티뷰론 후속으로 출시했다. 투스카니는 1999년 5월 디자인이 확정돼 2000년 프로토 타입을 제작한뒤 2001년 8월 양산하기까지 3년 10개월 동안 개발한 모델이다.

아반떼 XD 플랫폼에 2.0ℓ 베타 엔진, V6 2.7ℓ 델타 엔진 등 2가지 엔진 모델과 국산 승용차 최초 6단 수동변속기가 적용된 투스카니는 가속 성능이 티뷰론보다 더욱 향상됐다.

투스카니는 당시 공학적으로 절정에 오른 모델로 정통 스포츠카를 선보이기 위한 현대차의 마지막 시도였다고 보이는 작품이었다. (사진=현대자동차)
투스카니는 당시 공학적으로 절정에 오른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현대자동차)

투스카니는 4WD 구동계나 전자제어식 주행안정장치(VDC)의 도움을 받지 않는 순수 앞바퀴굴림(FF) 고성능차의 한계 출력이 200마력 정도가 당연시되던 시기에 공학적으로 절정에 오른 모델로 평가된다. 정통 스포츠카를 선보이기 위한 현대차의 마지막 시도였다고 평가받는 작품이었다.

제네시스 쿠페는 흐름을 거스르는 도전정신이 만들어낸 현대차 최초의 후륜구동 스포츠카 (사진=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쿠페는 흐름을 거스르는 도전정신이 만들어낸 현대차 최초의 후륜구동 스포츠카. (사진=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쿠페 380 GT-RW, 국산차 최초로 6초 제로백 장벽 돌파

이후 현대차는 2007년 투스카니와 성격을 달리하는 단독 플랫폼으로 개발된 제네시스 쿠페라는 대한민국 승용차 최초 후륜구동 방식 스포츠카를 LA 오토쇼를 통해 공개했다.

2008년 10월 제너시스 쿠페의 초기 출시 모델에는 세타Ⅱ TCI 엔진과 V6 3.8리터 람다Ⅱ RS엔진에 현대위아 6단 수동변속기와 현대파워텍의 5단 자동변속기 또는 독일 ZF 6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또 자동변속기에 패들 시프트가 장착된 첫 모델이기도 하다. 출시 당시 닛산 370Z, 포드 머스탱과 비교 시승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쉐보레 카마로 보다는 좀 더 좋은 비교 시승 평가를 받았고, 가격 대비 가치가 좋은 신차로 주목 받기도 했다.

2011년 11월, 부분변경을 한 더 뉴 제네시스 쿠페가 출시됐다. 자동 8단과 수동 6단 미션을 적용했으며, 최대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38㎏·m의 2.0 터보 RW와 최대출력 350마력, 40.8㎏·m의 380 GT-RW 엔진을 탑재했다.

3.8ℓ V6 람다 GDI 엔진을 장착한 380 GT-RW 모델은 출발에서 시속 100㎞에 이르기까지 5.9초 걸려 국산차 최초로 6초대 제로백의 벽을 넘었다. 기존 모델은 6.5초를 기록했었다. 200 Turbo는 8.5초에서 7.2초로 향상됐다.

제네시스 쿠페는 2016년 5월 후속 차종 없이 단종됐지만 이후 현대차는 다양한 모터스포츠를 경험하며 고성능 브랜드에 대한 개발을 진행해 나갔다.

한때 미국에서 현대차는 "시속 120㎞ 이상으로 달리려면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만이 방법"이라는 조롱을 받았던 때가 있었다. 싸구려에 조악한 품질의 대명사로 현대차가 도마 위에 오르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현재 현대차는 더 이상 조롱의 대상이 아니라 독일 럭셔리 3사와 비교되는 브랜드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품력과 브랜드 인지도면에서 중고차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중요한 평가 기준의 하나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 중고차의 잔존 가치를 평가하는 ‘오토모티브 리스 가이드’(ALG)가 선정한 잔존가치 최우수 모델로 현대의 제네시스가 당당히 독일과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치고 선정됐다.

N시리즈로 BMW M 넘기 시도

현대차는 1990년대 들어 정몽구 회장이 절치부심 끝에 단행하고 주도한 품질경영으로 해외 시장에서 서서히 품질로 인정받게 됐다.

정 회장 가슴 한 편에 남아 있던 아쉬움이 바로 고성능 자동차였다. 그 꿈의 실현은 아들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로 넘어갔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고, 시설을 투자하며, 시간과 자원을 쏟아 부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2013년 12월 고성능 브랜드 개발에 나선뒤 4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7년 말 고성능 브랜드 ‘N’의 양산차를 선보였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2012년 가을 유럽에서 진행되는 모터스포츠 경기에 ‘i20 WRC’ 이라는 생소한 자동차를 선보이며 출전했다. 같은 해 말 독일 모터스포츠 활동을 위해 현지법인 설립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아울러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 유럽테스트 센터를 구축했다.

현대차는 2015년 4월 BMW에서 고성능 브랜드 M을 개발하는데 관여한 핵심 인물인 알버트 비어만을 영입하고, 가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고성능 브랜드 ‘N’의 방향성을 공개했다. 그해 11월 벤츠 AMG 기술자인 클라우스 쾨스터를 유럽기술연구소 고성능차 개발실에 영입하면서 현대의 고성능 브랜드 N에 대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다만 ‘N’은 "BMW M의 이미지가 묻어 난다"며 "좀 더 창의적이면 어떨까?’"라는 질타도 받고 있다.

제네시스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형성한 것처럼 현대차는 지금 고성능 브랜드 ‘N'의 보완과 투자를 통해 BMW M을 넘어서기 위한 대장정에 나섰다. 지속적으로 세계무대에서 실력을 겨뤄보면서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 분노의 질주, 니드 포 스피드, 트랜스포터 또는 이니셜D, 미션임파서블 등과 같은 영화의 멋진 자동차 씬에 등장한 현대차의 브랜드 N을 보면서 가슴이 뛸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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