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7.22 11:11

고려대의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김탁 교수

여성에게 감기처럼 흔하게 발생하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는 질환이 있다. ‘Y존’에 생기는 질염이 그것이다. 질은 외음부를 통해 열려 있어 세균의 접근성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여름은 여성에게 무척 고민스런 계절이다. 특히 물놀이가 잦은 휴가철이 그렇다. 문제는 부끄럽다고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다보면 만성질환으로 이어져 ‘골반염’으로 번진다는 것이다.

질염은 칸디다 질염과 트리코모나스, 세균성 질염, 그리고 위축성 질염으로 나뉜다.

칸디다 질염은 질과 외음부에 ‘곰팡이’가 자라 염증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주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면역력이 저하될 때 발생한다. 질은 평소 PH 3.8~4.5로 강산성을 유지해 외부로부터의 세균 침입을 막는다. 따라서 정상 산도 위를 벗어나면 세균이 침투하기 좋은 환경이 돼 질염이 발생한다. 증상으로는 순두부나 치즈 같은 흰색 분비물 그리고 가려움과 성교통이 특징이다.

트리코모나스는 ‘질 편모충’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최근 가드넬라, 유레아플라즈마 파붐까지 질염 증상을 유발하는 성전파성 질염이 증가하고 있다. 남성의 성기에도 살 수 있는 기생충이므로 파트너와 함께 치료받아야 한다. 보통 심한 가려움증과 화농성 혹은 거품이 있는 분비물이 생긴다.

세균성 질염은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균이 줄고, 가드넬라, 유리아 플라스마 등 혐기성 세균의 양이 늘어날 때 발생한다. 건강한 질은 90~95% 이상이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균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러한 건강한 환경이 깨지는 것이 원인이다. 다른 질염과는 달리 성교통이 없으며, 비릿한 냄새가 나거나 회색 분비물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갱년기를 맞은 여성에게 많은 질환이 위축성 질염이다. 폐경 이후에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질 점막이 얇아지면서 분비물이 줄고, 건조해진다. 세균 방어막이 깨지면서 가려움증이 생기고, 가벼운 자극에도 출혈이 발생한다.

여성호르몬 투여가 주된 치료법이지만 수면장애나 두근거림, 안면홍조 등 갱년기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국소적으로 질 크림이나 질정을 투여해 치료한다.

질염 치료를 위해서는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항생제는 트리코모나스 질염과 세균성 질염에는 효과가 있지만 유익균을 함께 제거하는 역효과가 있어 장기 복용은 피해야 한다. 질내 환경의 균형이 깨지면 오히려 질염이 만성화하기 때문이다. 질내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는 한번 사라지면 다시 서식하기 힘들어 질염환자의 50% 이상이 재발하는 경향이 있다.

질염이 만성화 되면 질내 세균이 퍼지면서 골반염이나 방광염으로 발전한다. 또 가임 여성의 경우, 임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진단과 관리가 꼭 필요하다.

여름에는 스키니진이나 레깅스, 스타킹, 속바지, 거들 등 꽉 끼는 옷은 피해야 한다. 균이 자라기 좋은 고온다습한 환경을 조성해서다. 통풍이 잘 되거나 면 속옷을 착용하도록 하자. 팬티라이너도 통풍을 방해하므로 분비물이 많다면 면 속옷을 여벌로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여성청결제와 세정제를 고를 때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질속 산도의 균형이 파괴되고, 유익균까지 제거해 질염에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질의 산도를 배려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하루 한번 흐르는 물로 외음부를 닦고 잘 말려준 뒤 속옷을 착용하는 것이 올바른 ‘Y존의 건강관리’ 요령이다. 마지막으로 질염 증상을 자주 겪는다면 내 몸을 아낀다는 생각으로 전문의를 찾아 자궁검진을 받는 것도 내 몸을 지키는 올바른 건강법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