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7.22 11:25

박휘락 "미국에 달려간 건 비겁…일본,걸맞는 대접 안해주는 한국에 수치 느껴"
이상직 "국민 감정 자극시켜서 정권연장의 수단으로 이 관계를 이끌어 가면 곤란"
신범철 "당분간 대치국면 불가피…미,우리에게 강제징용 해법 마련 요구할 것"
우정민 "GSOMIA 파기로 맞대응하는 것은 日 자위적 방어에 명분만 제공"

(사진출처= YTN방송 캡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를 거친 후, 한국에 대해 강경 외교를 유지할 듯하다는 방송이 나왔다. (사진출처= YTN방송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한일 경제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승리했다. 개헌을 위해 필요한 의석 수에는 못 미쳤지만 총 141석의 의석을 확보, 과반수 이상을 달성함으로써 향후 한일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뉴스웍스는 22일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4인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향후 한일관계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여부 및 최근 한일 무역갈등과 관련한 미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 조망했다.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박휘락 교수는 여성 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의 저서 '국화와 칼'을 인용해 "일본은 자신들의 힘의 크기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기 위해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의 국가"라며 "현재의 일본은 모든 면에서 세계 수준의 국가인데 한국이 그에 걸맞는 대접을 안 해주는 것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우리가 너희에게 멸시받을 이유가 없다', '그동안 참기도 많이 참았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일갈했다. 

이어 "수치를 못 참는 것이 일본 민족이다. 수치의 핵심은, 자신들이 잘못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것은 감수하지만, 자신들이 잘못하지 않았거나 또는 자기가 잘못한 것보다 지나칠 정도로 공세로 나오면 상당한 수치를 느끼고 어쨌거나 복수한다"면서 "자신이 능력이 안 돼서 복수하지 못하면 할복까지 한다는 게 그들의 마인드"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런 식으로 본다면, 일본인들의 지금 심정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 조인으로 모든 것이 완결됐고, 이때까지 할 것 다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한국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이것은 수치라고 생각하는 게 아베 총리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의 공통정서라고 본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잠시로 끝날 일이 아니고 오래갈 것 같다. 우리가 곤란한 상황에 빠지지 않을까 한다"고 피력했다.

'미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 박 교수는 "우선, 우리 정부가 미국의 개입을 요구했다는 자체가 비겁하고 비정상적인 일"이라며 "우리 정부가 미국에 호의적이지도 않으면서 급할 땐 미국을 쫓아다니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만 태도를 바꾸면 금방 해결될수도 있는 문제인데 미국에게 달려가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우리 생각에나 미국이 우리를 중시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제가 분석하고 연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가치에 대한 미국의 평가는 끝난 것 같다"며 "미국은 한국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 국방부에서 나온 '인도-퍼시픽 전략서'에 보면, 우리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전과 평화에 대한 린치핀(중심축)이다'라고 묘사한 반면, 일본에 대해선 '인도-퍼시픽 지역의 안전과 번영의 코너 스톤(주춧돌)'으로 표현했다. 범위가 다르다"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를 놓고 보면, 핵심은 인도-일본-호주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한국은 배제돼 있다"면서 "미국은 북한을 자신들 편으로 흡수할 수만 있다면 한국의 역할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번 한일 간의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이자 경제학자인 호서대 벤처대학원 정보경영학과 이상직 교수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여당이 개헌선에는 못미쳤지만, 의석 과반확보는 아베 총리가 정국을 주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일본 국민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며 "향후 일본과의 대치국면은 무역제재 뿐만 아니라 금융, 투자자본 이탈 등으로 이어지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계속해서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제 한미·한일동맹 강화냐, 한중동맹·남북관계 강화냐의 중대기로에 설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결정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국가의 미래를 보고 나라를 운영하는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시켜서 정권연장의 수단으로 이 관계를 이끌어 가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 센터장은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는 대한 강경노선을 걸을 것으로 보이고, 자존심 차원에서 양보할 수 없는 문재인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압력에 맞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대치국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어 "미국의 개입이 이뤄지면 일단 상황관리를 하려 들 것이기에 단기적으로는 일본의 추가 경제재제를 막는데 유용할 것이나 근본적으로 우리에게도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마냥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관측했다.

마지막으로 바른미래연구원 우정민 수석연구원은 "아베 정권의 개헌 의지는 결국 헌법을 통해 일본이 보통국가가 되는 명분을 얻고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발족하겠다는 포석이라 할 수 있다"며 "일본의 경제보복을 군사·안보 영역으로 맞대응하는 것은 역사문제를 경제로 보복하는 일본과 다를 게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런 차원에서 한국이 일본의 경제보복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로 맞대응하는 것은 일본이 자위적 방어에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은 완전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일 삼각 안보 구도를 갈라놓는 북한과 중국이 바라는 일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의 개입에 대해선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된다"며 "미국의 개입은 중재의 성격보다는 일본의 미·일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에서 진행될 확률이 크고, 트럼프는 일본의 군국주의는 원치 않으나 중국의 패권적 야심 통제 등 미국의 동아태 지역 관리와 군사·안보적 국익을 위해 일본을 맹방으로 아시아에서 전략적 교두보나 요충지로 활용할 수 있는 의지가 매우 크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동맹에는 변치 않는 두 가지 철칙이 있는데, 하나는 방기이고 다른 하나는 연루다"라며 "군사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할 때 우리가 외면한다면 정작 필요할 때 우리가 미일로부터 방기당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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