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7.23 02:00

제로백 2.8초에 최대 600㎞까지 달릴 수 있는 전기차 제작한 리막에 1000억원 투자
퍼포먼스 럭셔리 기반 위에 친환경 고성능 전기차·수소전기 스포츠카 개발에 집중

현대차 고성능 기술 N의 미래비전 현대 N 2025 비전 그란 투리스모, 차세대 고성능 자동차의 지향점과 N의 개발 방향성을 보여준다(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고성능 기술 N의 미래비전 현대 N 2025 비전 그란 투리스모, 차세대 고성능 자동차의 지향점과 N의 개발 방향성을 보여준다(사진=현대자동차)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자동차 산업에 변화의 흐름이 불고 있다. 바로 전동화다. 배터리 전기차, 수소 연료전지 전기차가 대세를 이루며 급격한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실용성을 내세우며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전동화가 이슈로 떠오르며 내연기관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다. 고성능 자동차 역시 전동화의 바람에서 피해갈 수 없다. 전동화를 달성한 고성능 자동차의 개발은 일류 자동차업체의 공통된 목표이기도 하다.

지난해까지 한국 소비자들은 ‘벨로스터 N’과 ‘i30 N 라인’만 선택할 수 있었다. 현대차는 올해 초 다채로운 고성능 국산차가 연말까지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N 라인과 N 옵션을 통해 양산차에서도 고성능차의 즐거움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N 포트폴리오 전략에 따라 올해부터 더 다양한 모델에서 N 라인과 N 옵션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고성능 모델 혹은 옵션을 늘린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N 포트폴리오 중에서 N 라인은 일반모델과 고성능 N 모델 중간에 위치한 모델이다.  N 라인은 일반모델의 풀옵션 트림에 제공된다. 고성능 N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과 성능 사양 패키지를 추가한 트림이다.

고성능 브랜드 N은 고성능 자동차를 말한다. 그 위에 페라리와 포르쉐 같은 고성능 스포츠카가 있다. 최상위에는 모터스포츠 전용차량이 존재한다. 이런 차들을 라인업에 포함시킨다는 것이 현대차의  장기 구상이다. N 옵션은 높은 성능과 감성 강화를 원하는 고객을 위한 커스터마이징 파츠와 옵션으로 일반모델은 물론 N 라인, 고성능 N 모델까지 장착 가능하다.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CES 2019에서 현대·기아차의 방향성에 대해 인터뷰 진행하는 모습(사진=현대자동차)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CES 2019에서 현대·기아차의 방향성에 대해 인터뷰 진행하는 모습(사진=현대자동차)

최초로 출시된 N 모델인 i30 N은 유럽에서 생산된다. 현대차 노조가 국내 판매를 반대해 국내에서는 만나볼 수 없다. 현대차는 i30 N 라인을 i30 N 모델 대신에 지난해 가을 내수용으로 출시했다. 각종 부품들을 개선해 일반적인 주행에도 운전의 즐거움과 고성능 감성을 느낄 수 있게 구성됐다.

기존 i30 최상위 모델인 1.6 터보 스포츠를 대체해 판매되는 트림으로 엔진은 최고출력 201마력, 최대토크 27㎏f.m를 발휘하며, 6단 수동 변속기를 장착해 2379만원에 판매된다.

벨로스터 N은 지난해 여름 출시되어 주목받은 모델이다.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36㎏f.m의 ‘N 전용 고성능 가솔린 2.0 터보 엔진’과 ‘N 전용 6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했다. 또한 ‘N 전용 고성능 브레이크’를 탑재해 고성능차에 걸맞은 우수한 제동성능을 확보했다.

벨로스터 N은 단일 트림으로 판매 가격은 2965만원이다. 여기에 퍼포먼스 패키지 200만원, 멀티미디어 패키지 100만원, 컨비니언스 패키지 60만원을 추가 로 선택할 수 있다. 특히 퍼포먼스 패키지를 선택하면 피렐리 타이어, 19인치 알로이 휠, N 코너 카빙 디퍼렌셜, 능동 가변배기 시스템, N 전용 대용량 고성능 브레이크, 브레이크 캘리퍼 N 로고 등이 적용된다.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인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고성능 N의 출범 목적은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기술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며 “우리는 N 모델이 경쟁 모델과 비교해 부족함 없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세계 유수의 매체들이 고성능 N을 호평하는 것이 우리의 자신감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어만 사장은 “환경 규제가 심해지고 결국 내연기관 생산이 중단된다 해도 운전의 즐거움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먼 미래에도 고성능 N은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같은 친환경차를 통해 운전의 즐거움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싼타페의 10배인 1888마력을 보유한  리막 오토모빌리가 개발한 C-Two 콘셉트카. (사진=리막오토모빌리)
싼타페의 10배인 1888마력을 보유한 리막 오토모빌리가 개발한 C-Two 콘셉트카. (사진=리막오토모빌리)

현대차그룹은 고성능 전기차 전략을 발표하며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연료전지 전기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고성능 브랜드 N의 경험을 바탕으로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과 대적할 만한 고성능 슈퍼카를 만들기 위해 미래 고성능 차인 하이퍼(Hyper) 슈퍼카 개발을 주도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슈퍼카는 시속 300㎞ 이상, 제로백 4초대 이하에 최대출력 400마력 이상의 고출력, 고성능, 고가의 스포츠카를  말한다. 여기에 2000년대 초 등장한 하이퍼 슈퍼카 혹은 하이퍼카는 기존 슈퍼카의 엔진과 디자인에 최신 기술이 결합된 자동차를 일컫는다. 특히 최근 들어 하이브리드 및 전동화 시스템과 결합된 모델이 많다.

최초로 하이퍼카라고 불린 자동차는 2005년에 출시된 '부가티 베이론'이다. 113만유로(약 14억9317만원)라는 가격과 1000마력이 넘는 파워,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특히 혁신적인 소재,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조합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조합으로 최고속도가 시속 391㎞ 이상을 기록했다 .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5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인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 업체 ‘리막 오토모빌리(Rimac Automobili)’에 1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리막이 2016년 개발한 ‘C-One’은 4개 바퀴에 각기 전기 모터를 장착하고 92㎾h의 배터리를 내장해 최대 출력 1088마력과 최대 토크는 약 387.5㎏f·m(3800Nm)를 발휘한다. 최고속도 305㎞/h에 1회 충전으로 최대 600㎞까지 주행이 가능하며, 시속 100㎞/h까지 도달 시간이 불과 2.8초다. 지난해 제네바오토쇼에서는 ‘C-Two’를 공개했다. 1888마력의 엄청난 파워로 정지 상태에서 100㎞/h 도달까지 단 1.85초가 걸렸다.

현대차가 2013년 이미 세계 최초 양산에 성공한 수소 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현대 N 2025 비전 그란 투리스모의 고성능 파워트레인을 구현했다.(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가 2013년 이미 세계 최초 양산에 성공한 수소 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현대 N 2025 비전 그란 투리스모의 고성능 파워트레인을 구현했다.(사진=현대자동차)

순수 전기차 글로벌 시장은 2014년 13만4000대에서 지난 해 94만2000대로 커졌다. 같은 기간 동안 전동화 고성능 차도 4만5000대에서 25만4000대로 한해 평균 57% 성장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를 6만2000여대 팔아 2017년 보다 123%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양산형 전기차용 파워트레인 시스템 기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고성능 전기차에 대한 기술이 부족하다. 현대차가 출시한 전기차를 살펴보면 코나EV는 204마력에 제로백은 7.4초, 아이오닉EV는 120마력 10.2초, 기아차 니로EV는 204마력 7.4초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 이에비해 올해 국내 출시한 재규어 I 페이스는 400마력에 제로백이 4초다. 테슬라의 모델S 100D는 611마력에 제로백 2.7초, 포르쉐 미션E는 600마력에 제로백 3.5초다.

현대·기아차는 고성능 전기차 부문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에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고전압·고출력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유연한 차체·성능 제어가 가능한 차량을 아직까지 제작하지 못했다.

 

수소전기차 넥쏘는 완성도 높은 친환경 파워트레인과 자율주행 기술력을 겸비한 미래형 자동차다(사진=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넥쏘는 완성도 높은 친환경 파워트레인과 자율주행 기술력을 겸비한 미래형 자동차다(사진=현대자동차)

이번에 투자를 결정한 리막은 현대차가 필요로 하는 고성능 전기차에 특화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모터와 감속기, 인버터 등으로 구성된 고성능 전기차용 파워트레인과 차량 제어·응답성 향상을 위한 각종 제어기술, 배터리 시스템 등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현대차는 협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게 됐다.

현대차는 고성능 브랜드 N을 통해 그동안 부족했던 '퍼포먼스 럭셔리'업체라는 평가를 인정받았다. 이제 하이퍼카라는 미래의 고성능 자동차 출시를 통해 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의 슈퍼카 업체들이 50∼100년에 걸쳐 쌓아온 명성을 넘을 수 있는 고성능 전기차·수소전기차의 N 브랜드 미드십 스포츠카를 만들기 위해 현대차는 중장기적 도전에 나섰다.

하이퍼카 개발을 위한 발걸음은 현대차가 지향하는 ‘클린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고 더불어 고객에게 혁신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게임 체인저’로 탈바꿈하는 또 하나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