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07.22 15:26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지난 6월 27일 한국법조인협회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의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의 재판 수준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격상시키고 국내 실정에 맞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며 관심을 모았다.

토론회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증거 제출 명령을 어길 시 증거조사 및 소송에 대한 비용을 모두 부담하게 하는 등의 강력한 제재를 가하거나, 한국형 리걸테크 및 이디스커버리 기업을 육성해 기업들이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1938년 미국에서 제정된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제도)는 영미법계 국가의 민사 소송 절차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증거조사 절차다.

본격적인 재판 심리 전 소송에 관계된 정보를 획득하고 보전하기 위해 소송 당사자간 서로 각종 정보와 문서 등을 상호 공개해야 한다. 

공개된 증거를 통해 애매했던 쟁점이나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안들이 비교적 명확해지고, 소송 당사자들은 유불리를 따져 합의 및 조정에 이를 수 있어 소송 비용 및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증거가 매우 중요하기 활용되기 때문에 관련 자료를 누락하거나 삭제하게 되면 증거인멸 의혹을 받아 소송에서 벌금형이나 불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전체 민사 소송 사건의 90%가 정식 재판 전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당사자간 합의로 종결되고 있다.

2006년에는 전자문서의 사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증거개시 범위를 확장한 이디스커버리(전자증거개시) 제도가 등장했다. 

미국 기업들은 오랜 시간 이디스커버리 제도를 경험하면서 내부 문서, 이메일, 기업 지침 등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상시 대비하고 있다.

한국은 이 제도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2010년 이후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국제소송에 휘말리며 이디스커버리 제도가 국내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증거보전 의무와 이를 어겼을 때의 제재가 강력해, 부족한 강제성으로 실질적 활용이 어려운 국내법상의 증거보전제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2018년 외제차 화재 사태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기존 증거보전제도의 개정과 증거 구조적 편재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됨과 동시에 국내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 민사소송은 증거의 수집 및 제출 책임이 당사자에게 있는 변론주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입증 책임 또한 피해를 입은 원고가 주로 진다. 

그러나 핵심자료 및 증거의 대부분은 피해를 입힌 피고에게 있는 경우가 많으며, 피고가 증거를 제출하지 않을 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증거의 편재, 즉 정보의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국내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한 비율은 2018년 기준 40.5%로 10건 중 4건의 소송 당사자가 불복한다는 의미다. 

그 원인에는 형량을 낮추기 위한 목적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1심에서 증거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은 1심 판결에 대한 항소율이 10-2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디스커버리 전문기업 프론테오코리아는 “소송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자 디스커버리 제도가 있는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한국 기업도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7월 9일부터 ‘징벌적 손해배상’과 관련된 특허법이 시행되면서 입증 책임이 원고에서 피고로 전환되는 등 증거의 구조적 편재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점진적으로 증거보전 절차가 강화되어 ‘한국형 디스커버리’가 도입된다면 소송 당사자간 정보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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