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2.26 09:18

10시간 18분이라는 최장 기록의 연설을 한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는 도중 노동 현안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대해 발언했다. 최민희 의원은 조지 오웰이 쓴 <1984>를 낭독해 온라인상에서 ‘책 읽어주는 여자’라는 별칭을 얻기도 해다. 강기정 의원은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고, 정의당의 박원석 의원은 정수장학회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모두 필리버스터를 실시하게 된 배경인 테러방지법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내용들이다. 필리버스터를 하는 의원들이 이처럼 의제와 관련 없는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국회 사무처가 직접 나섰다. 국회법 102조에 위반된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의 필리버스터는 의제와 관련없는 내용에 대한 발언이 허용된다. 헌법을 읽거나 동화책을 낭독하는 의원들도 있었고, 요리책에 나오는 레시피를 설명하는 의원도 있었다. 현재 공화당 대선 주자인 테드 크루즈 의원이 2013년 9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 정책)를 반대하기 위해 <녹색 달걀과 햄>이라는 동화책을 읽어 화제가 된 바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같은 관련성 없는 발언이 허용되지 않는다. 국회법 102조는 “모든 발언은 의제외에 미치거나 허가받은 발언의 성질에 반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06조2의 무제한 토론에 대한 규정도 예외가 아니다. 정의화 국회의장 역시 수차례 “의제 외의 발언은 삼가달라”고 재차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야당은 “충분히 의제와 관련이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제와 상관없다”며 소리치자 오히려 정의화 의장이 나서서 관련성이 있어보인다는 견해를 내 충돌하기도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의 신경민 의원은 5시간 가량의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꾸준히 테러방지법과 국정원의 기능과 관련된 발언을 해, 내용이 알찬 필리버스터를 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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