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7.23 11:47

중국 Y-9 정찰기 2대·러시아 TU-95 폭격기 3대 '합동훈련' 추정
주한 중·러 대사관 관계자 불러 '엄중 항의' 예정
신범철 "중·러가 우리 군과 주한미군의 반응을 살펴봤을 것"

SEAD(대공 방어 시설 공격) 무장을 갖춘 F-16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전투기다. (사진출처= 국방부 공식 블로그 캡처)
SEAD(대공 방어 시설 공격) 무장을 갖춘 F-16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전투기다. (사진출처= 국방부 공식 블로그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중국 정찰기와 러시아 폭격기가 23일 오전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러시아 폭격기 1대는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두 차례 7분간 침범했다. 우리 군은 F-15K와 KF-16 등 전투기를 출격시켜 러시아 군용기를 향해 경고사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군용기는 Y-9 정찰기로, 러시아 군용기는 TU-95 폭격기로 각각 추정됐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44분경 중국 군용기 2대가 이어도 북서방에서 KADIZ로 최초 진입해 오전 7시 14분경 이어도 동방으로 이탈했다. 이후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내측으로 비행하다가 오전 7기 49분경 울릉도 남방 약 76마일(140㎞) 근방에서 KADIZ로 재진입했다. 북쪽으로 기수를 돌려 올라가던 중국 군용기는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지나서 오전 8시 20분께 KADIZ를 이탈했다.

KADIZ를 이탈한 중국 군용기는 오전 8시 33분에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에서 러시아 군용기 2대와 합류해 기수를 남쪽으로 돌렸다. 오전 8시 40분경에 울릉도 북방 약 76마일 근방에서 KADIZ를 재진입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4대가 다 같이 KADIZ로 들어왔다. 이어 최초 KADIZ에 진입했던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2대는 오전 9시 4분께 울릉도 남방에서 KADIZ를 벗어났다.

러시아 군용기는 오전 9시 12분에 독도 영공을 벗어났다.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참은 설명했다.

독도 영공을 침범했던 러시아 군용기 1대는 오전 9시 15분에 KADIZ를 이탈했다가 오전 9시 28분에 KADIZ에 재진입했고, 오전 9시 33분에 독도 영공을 2차 침범했다.

이에 공군 전투기가 재차 경고사격을 하자 오전 9시 37분에 독도 영공을 이탈해 북상했다. 2차 영공 침범은 오전 9시 33분부터 37분까지 4분간이었으며 이 러시아 군용기는 최종적으로 오전 9시 56분에 KADIZ를 이탈했다.

군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해 상공에서 합류해 비행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중·러 간에 합동훈련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 센터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는 일단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한국의 대응태세를 점검하고 주한미군의 움직임도 봤을 것으로 본다. 주한미군이 반응을 하느냐 안 하느냐 따위를 점검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외교적으로는, 독도를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지만 일본도 반응할 문제라서 한국이 강하게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른 한편으론, 한미일 협력이 잘 안 이뤄지고 있고, 최근에 한일관계가 안 좋으니까 중국과 러시아가 독도 영공을 침범하더라도 이 문제를 국제적으로 이슈화하는 것도 제한되는 시점"이라며 "이런 시기를 골라서 중국과 러시아가 그들이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을 지금 했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군이 훈련을 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기동상태도 점검하지만, 상대방의 움직임도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이유가 작동햇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각에서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동해 상공 합동비행은 다음 달 5일부터 3주가량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한 일종의 대미 압박성 '무력시위'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합참은 "우리 군은 제주도 서남방 및 동해 NLL 북방에서 미상항적의 군용기들을 포착했을 때부터 공군 전투기를 긴급 투입해 추적 및 감시 비행, 차단 기동, 경고사격 등 정상적인 대응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진입 및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 행위에 대해 이날 오후 주한 중국·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사전 통보 없이 KADIZ 진입 및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매우 엄중하게 항의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